언젠가 하도 깊은 충격 때문에, 한국 현대사는 4·16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야 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일본 현대를 3·11 동일본 대지진 이전 이후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는 맥락과도 궤를 같이한다.
세월호는 우리가 겪었던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이 있다. 긴 역사는 차치하더라도 식민지 압제와 분단, 전쟁, 민중 학살, 군사 독재, 민주 항쟁 등 우리가 겪어 온 비탄의 역사, 그 트라우마는 어느 하나 쉽게 치부할 수 없는 한으로 쌓였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에게 불가항력의 운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세월호는 달랐다. 국가가 제대로만 작동했다면, 높고 낮고 간에 곳곳의 책임자들이 마땅한 본연에만 성실했다면, 화면에서 비치는 우리 눈앞에서, 그 푸르고 창창한 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렇게 처절히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절절해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고통을 전 국민이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트라우마다.
도대체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권력과 최고 책임자는 어떤 역할과 기능, 사명이 있는가. 되물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6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그 무능하고, 악하며, 최소한의 책임도 방기한 세력을 이어받은 잔당들에 의해, 우리는 아직 우리의 청청한 이들이 왜 우리 눈앞에서 그토록 허망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진상을 아직 다 알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했으며, 무슨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았다. 물론 세월호 사건과 차원은 다르다. 하지만 국가에 지워진 책임과 그 책임자의 자세와 역할이 무엇인지도 보았다. 세월호로 인해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이 나라가,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온 세계로부터 어떤 존중과 부러움을 사는지도 보았다.
4·15 총선의 결과는 4·16 세월호 6주년을 맞은 국민의 엄중한 질문이며 응답이다. 4·16의 숨 막히는 고통, 촛불 혁명이라는 요원의 불길,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 시민의 열망, 그리고 주저 말고 적폐, 구습, 악덕 기득권을 확실히 청산해 나가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모두 6년 전 4·16에서 비롯되었다. 그 사실을 진 자도, 이긴 자도 잊지 말기 바란다.원문: 서정민 교수의 동경 에세이-종교사학자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