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재능낭비러, 그것은 마시즘이 아닐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많은 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왜 단군신화에서 호랑이가 뛰쳐나갔는지,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갇혀서 일기를 썼는지 말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마시즘은 이 시간을 더욱 귀중하게 쓰도록 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재난 방지책을 연구하는 거야.
그렇다. 그것은 바로 ‘음료 만들기’다. 그것도 집 안에 있는 재료들로 그 맛을 구현하는 그야말로 극한의 상황에 음료를 향한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다. 집에 있는데 달고나 커피만 만들어서 마실 수는 없잖아. 오늘 마시즘은 비상시에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음료의 (가짜) 레시피를 공개한다.
1. 맥콜
사이다, 보리차, 인스턴트커피
- 장점: 보리 농도 조절 가능
- 단점: 가격 파괴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연구했던 제조 방법이다. 보리 탄산음료 맥콜. 이 녀석은 우선 엄마가 주전자에 자주 타 주던 보리차 티백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이다만 있으면 완성. 인스턴트커피(맥심)가 있다면 초-완성이다. 제조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보리차 티백에 뜨거운 물을 약간 넣어 보리차 액기스를 만든다.
- 사이다에 보리차 액기스를 붓는다.
- 향미를 위해 인스턴트커피 조금을 뿌린다.
이 녀석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보리차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티백과 뜨거운 물의 양으로 결정이 난다). 마음만 먹으면 맥콜이 아니라 보리텐, 보리보리도 만들어 볼 수 있다.
2. 밀키스
사이다, 요구르트
- 장점: 초간단
- 단점: 그냥 사는 것은 더 간단
우유 탄산음료 밀키스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우유에 사이다를 섞곤 하는데, 이렇게 만들었을 시에는 우유가 사이다 안에서 굳어서 보기에 흉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사이다를 붓는 것이다. 밀키스보다 약간 뉴욕의 에그 크림 느낌이 나는 방법. 최고는 역시 요구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 사이다를 따른다.
- 위에 요구르트를 뿌린다.
이렇게 만든 요구르트 밀키스에서는 밀키스 특유의 새콤함과 끝 맛이 살아있는 게 장점. 하지만 색상이 하얀색이 아니라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다.
사무실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우유 사이다와 아이스크림 사이다를 제치고 이 녀석이 밀키스라고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물론 진짜 밀키스는 후보군에 넣지도 않았다는 게 함정.
3. 아침햇살
쌀, 물, 설탕
- 장점: 심지어 건강해 보인다
- 단점: 근데 고급 쌀뜨무ㄹ…
다음은 아침햇살이다. 간단하게 만들기가 최고의 미덕인 나에게 불을 쓰게 만든 녀석이다. 이 녀석은 라이스 밀크(Rice milk)의 제조 방법을 그대로 따랐다.
- 쌀을 프라이팬에 5분 볶는다.
- 볶은 쌀에 물을 붓고 8시간 불린다.
- 불린 쌀을 믹서기로 간다.
- 천이나 채에 불린 쌀을 넣고 물을 붓는다.
- 불린 쌀을 통과한 물을 다시 천이나 채에 붓는다.
- 이 작업을 반복하면 하얀 쌀 물이 된다.
-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으면 고소한 아침햇살 완성.
마셔보니 원조 아침햇살이 더욱 무겁게 넘어가는 타입이었다. 또 음료 한잔을 만들자고 양 조절에 실패해서 쌀 한 바가지를 갈아 버린 것이 문제. 한나절 동안 쌀 낭비를 한 것을 엄마에게 걸렸으면 아침햇살이 아니라 아침 형장의 이슬이 될 뻔했다.
4. 바나나맛 우유
달걀, 우유, 설탕
- 장점: 몹시 비슷한 풍미
- 단점: 근데 그게 달걀이야
가공유의 클래식 중에 클래식. 바나나맛 우유를 만드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나나를 쓰지 않고 바나나맛 우유’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란색을 내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답은 쉽게 나왔는데, 바로 달걀노른자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 달걀노른자를 구분한다.
- 노른자를 저어 고체를 없앤다.
- 우유에 넣는다.
- 설탕도 약간 넣는다.
- 저으면 끝.
만들고 나니까 누군가를 속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완벽한 비주얼이었다. 하여 바나나맛 우유병에 가짜 바나나맛 우유(a.k.a. 달걀우유)를 넣고, 컵에는 진짜 바나나맛 우유를 따라둔 뒤에. 사무실 동료를 불렀다. 그리고 결과는…
5. 솔의눈
물, 레몬즙, 설탕, 치약(?)
- 장점: 생각할 땐 신남
- 단점: 마시려니 슬픔
바나나맛 우유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마시즘. 이 정도면 음료계의 백종원(죄송합니다)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 하나의 미션이 내려왔다. 호불호 음료 7대장 중 하나인 ‘솔의눈’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솔잎을 따올 수도 없고, 따온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송염치약은 어떨까? 작전은 이랬다.
- 물에 레몬즙을 넣는다.
- 설탕으로 음료의 단맛을 맞춘다.
- 송염치약을 컵 겉면에 짜내어 향을 만든다.
- 이러면 솔향이 나는 레몬차가 되겠지?
‘어차피 우리의 인식은 향으로 결정 나는 게 아니겠어’라며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일단 〈신과 함께〉에 나올법한 저승 비주얼이 문제. 기존 솔의눈을 마신 동료가 싱크대로 달려가서 문제였다. 그거… 진짜 솔의눈이야…
만들어보니 알겠더라 원본의 대단함을
마시기만 해왔던 지난 음료 덕후 생활. 음료들의 특징을 잡고 따라 해 보면서 느낀 것은 결국 ‘원본이 엄청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밸런스가 좋고 맛있는 거였어? 그동안 입맛을 즐겁게 해 준 음료들에게 감사를 드리게 되었다(이… 이상하게 따라 했다고 고소하지마욥).
펩시, 환타, 데자와, 지코… 등등 만든 것도 많고, 아직 만들어야 할 것도 많다. 간단한 재료로 음료 만들기! 근데 비락식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P.S.
- 재미 삼아 영상으로 올렸는데 틱톡 짱이 되어버렸다.
- 짱과 동시에 레시피가 떨어졌다(제보와 구독을 환영합니다).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