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미통당 지역구 의원까지 출마하며 견제받는 김부겸
4.15 총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선거구 중 하나는 대구 수성(갑)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은, 중량감이 큰 전 경기도 지사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총선보다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총선의 김문수 후보와 달리 주호영 후보는 같은 수성구를 지역구로 하여 조직력의 지렛대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현역 다선 의원을 금기시하는 바로 옆 지역구로 공천하여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도 김부겸 의원의 대구에서의 재선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을 돌려서 이야기하면 보수에게 김부겸 의원은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정치 타파에 모든 것을 걸어온 정치인
김부겸 의원은 미래통합당,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첫 의원 생활을 했다는 것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사실 그 시절, 2000년 즈음 한나라당은 그다지 나쁜 정당은 아니었다. 그만큼 지금은 엄청 망가진 정당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의 한나라당 입당은 외려 지역주의 타파의 의미가 있다. 당시 민주당이 故 김대중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이기택, 노무현의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된다. 그때 통합민주당은 지역 기반의 3김 정치 타파를 외친 정당이다. 이 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하고, 또 DJP 연합정부로 들어섰으니 이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이긴 하다.
또한 김부겸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그의 정치적 멘토인 故 제정구 의원의 길을 따른 것이기도 있다. 제정구 의원은 빈민 운동가 출신의 인권 운동가이다. 그는 양김 정치를 비판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를 구성하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도 그 통추 일원 중 한 사람이었으니 사람들이 말하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딱지와 달리 원래 민주 세력의 중심적 인물이었다.
故 제정구 의원이 지역 중심의 정치에 반대했듯 故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에 반대했듯 김부겸 의원도 그 선배들의 의지를 이어받았고, 그 결과 그는 편안한 군포를 버리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로 옮겼던 것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험지 대구에서만 2번 낙선, 지역주의 타파의 마지막 상징
최근 벌어지는 공천 과정에서처럼 험지로 쫓겨난 것도 아니고, 김부겸 의원은 순수 본인 의지로 대구에 출마를 했다. 그의 정치적 경력에서 선배들의 존재와 이러한 스토리를 알면 최소한 과거 당적을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몰상식과 몰염치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 번만에 대구에서 선택된 그는 여전히 중간자 입장에서 곤혹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보수의 언어가 지배하는 지역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는다는 것은 대중 정치인에게 여간 딜레마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김부겸 의원이 지금까지 대구에서 살아남아 대구의 재선 민주당 의원이 되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지역 갈등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상징이 되어야 하고, 바로 그것이 구시대가 아닌 새 시대의 정치를 이끄는 첫 번째 발자국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집토끼 대구에 소홀할 때, 코로나19에 선제 대응
대구는 정치적 다양성과 경쟁이 부족하다. 지역주의 정치가 계속되며, 대구는 미래통합당에게는 일종의 집토끼였다. 그들은 당내 공천만 성공하면 당선이라는 인식으로 지역구를 진정으로 소홀히 해왔다.
김부겸 의원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가장 먼저 경남 지역의 김영춘, 김두관 의원과 함께 빠른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앞에서 빠른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언급이기도 했다.
게다가 마스크 대란 당시 일시적 배급제를 통해 공급 안정화를 꾀했는데, 이것은 마스크의 공급 그 자체보다 줄서기와 사재기 현장에서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대구경북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자 지역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요청했고, 당내에서도 그리고 정부에게서도 관철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지역구를 내팽개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이것도 핑계에 가깝다. 1조 원 이상을 대구경북으로 가져온 인물이 누구냐를 생각해본다면, 지역구를 내팽개쳤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그는 다른 지역도 어려운데 왜 대구를 중시해야 하냐는 당내의 반대 목소리와 대구를 공격하는 그 어떠한 소리에서도 지켜내며 실질적인 성취를 가져왔다.
대구경북이 갇힌 정당이 되지 않을 마지막 희망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그는 대한민국 전반을 위해 일을 했다. 여기서 대구 경북을 위해 일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는 얼마나 허망한가? 오히려 대구의 정치인으로서 전국구에서 인정받는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내 여당 의원이 남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대구 경북에 경쟁의 정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야당인 미래통합당에는 여러 대권 후보들이 있다고 하겠지만 대구 경북의 여당 후보는 아주 희귀하다. 특히나 대권에 도전할 후보는 김부겸 뿐이다.
대구를 위한 정치 경쟁과 그 효과. 더 큰 목표를 위한 선택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김부겸 의원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라는 말이다. 그는 과거에 운동권의 주요 인물이었다. 최근 사이다 발언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그는 사이다 발언보다 진짜 정치인이 해야 할 말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그의 연설이나 여러 메시지에 특징적으로 보이는 이 문장은 그가 단순히 온화하고 어정쩡함이 아니라 대립의 정치보다 각자가 공존이 가능한 정치를 꿈꾸기 때문이다.
갈등은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고 성장하기에 좋다. 그러나 그 토양 하에서 생각이 다른 자들의 존재는 억압된다. 언젠가 현재에 벌어지는 여러 논쟁이 끝나면 ‘다음 시대’의 아이들은 다른 주제를 통해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때 현재의 정치가 남겨줄 교훈과 유산은 무엇일까?
보수적 지역 대구 출신의 정치인이 진보와 공존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기대를 품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