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IT문제 이야기를 하면 늘쌍 나오는 문제는 SI업계의 이야기입니다. 그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그 정부 주도하의 해당 산업을 보면 IT환경에 미치는 역할도 지대하지만, 정부기관에서 만든 SW의 소비자로서 정말 해당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이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의 영부인이 주도했다는 김치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던 사이트의 경우에도 품질은 조악했으며, 해당 서비스에 사용되었던 서버의 가격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비싸게 책정되었습니다. 각종 지자체의 홈페이지와 하는데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들을 보고 있자면, 제한된 리소스에서 액티브 사용자를 한명이라도 더 모으려고 치열한 노력을 하고 경쟁하고 있는 저희 일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 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말하면 단적으로 많은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IT산업에서 조차 정부의 프로젝트들은 비효율적이고 비대 해보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정부기관이 무능 해서라던가 썩어서 일까요? 그런 쉬운 비판보다는 무엇부터 손대면 좋을지 같은 좀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대한민국 정부의 IT
무언가 잘못된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요? 잘 못되었다는 표현은 틀린지도 모르겠습니다. IT가 가진 진짜 경쟁력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많은 중복 리소스를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대한민국 정부의 IT
IT산업은 수많은 프로토콜과 규약으로 이루어져 높은 호환성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 호환성은 각 기능간 경쟁을 원할하게 하여 기능별로 최고의 기술들이 생존해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데 용이하게 발전ㄹ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이상적인 결과 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신 IT기술들은 과거보다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이 배경에는 ‘재사용’이라는 기본 속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개발한 것을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아도 적절한 수준의 비용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 할 수 있게 했던 것이죠.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IT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턴키 형태로 발주됩니다. 물론 소프트웨어 분리발주 등의 이야기는 피상적으로 있었으나 예산과 프로젝트를 집행하는 기관들 자체가 독립기관으로 서로의 결과물에 대한 재사용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만드는 기업들 자체가 프로젝트 단위로 뭉쳤다 흩어지니 이것이 될리가 없습니다.
2) 런칭, 인수, 유지밖에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IT
SW개발과정에서 폭포수모델이라고 배운 것이 있는데, 대부분의 SI프로젝트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는 SW는 납품해야 하는 어떤 제품으로 여겨지죠. 그렇기 때문에 SW를 만드는 이들과 이를 인수해서 SW를 사용하는 이들이 분리되어있고, SW가 제작이 완료된 이후에는 최소한의 유지비용으로 SW가 유지됩니다. 기능개선은 추가 비용일 뿐이고, 많은 기능개선은 애시당초 잘 못 만들어졌다고 여겨져 버리죠.
그러나 성공한 SW서비스들을 보면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런칭(오픈)은 정말 시작일 뿐이죠. 오히려 그 때부터가 본 게임의 시작입니다. 런칭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반응을 감지 하는 일입니다. 때문에 웹서비스에는 수많은 로그들이 박혀 있고, 이 로그들을 기반으로 통계를 뽑고 사용자의 액션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찾아내고, 필요없이 관리포인트가 많아지는 기능들은 제거해 나갑니다. SI프로젝트들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3) 잘못된 KPI, 전시행정으로만 이용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IT
IT서비스의 장점은 이용자의 상세 통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이를 KPI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뽑을 수 있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의미있는 통계와 KPI를 세우는 일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IT프로젝트들은 KPI가 제대로 잡혀있는지 의문입니다. 특정기간에 방문자 수 얼마, 이런걸로 측정하는것도 잘못된 KPI입니다. 정부기관 사이트는 PV확보해서 광고로 밥벌어 먹는 사이트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광고로 밥벌어 먹고 사는 서비스들은 사용자를 붙잡아두고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 광고를 push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할 것도 아니면서 사용자 체류시간이나 PV를 기준으로 삼는것은 문제가 있죠.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성격에 맞는 KPI를 세우는 일입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 혹은 전시 행정을 위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소위 하는데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죠.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운 프로젝트이긴 합니다. 이런거 하고 돈을 받아도 되니 부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2. 진짜 IT가 힘을 얻으려면?
결과적으로 문제점을 짚었으니 이에 대한 해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대한민국 정부의 IT기능 조직 필요
대한민국 정부에는 IT서비스관련한 기능조직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대형 IT서비스는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의 조직을 벤치마킹 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를 전담하는 조직, 보안을 전담하는 조직, UX를 전담하는 조직, API를 전담하는 조직, DB를 전담하는 조직, 개인정보를 전담하는 조직 등 이러한 기능 조직들은 모든 프로젝트의 품질을 일정 이상 수준으로 향상 시키며 각 기능별 관점에 최선을 다하게 만듭니다.
무분별한 조직별 민영화 보다는 이러한 기능조직별 혁신을 통해서 오히려 통합조직의 장점을 살리고, 효율을 꾀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IT대기업들이 그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운영인력과 개발인력의 밀접하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포털에는 기능조직 외에 서비스조직이 있습니다. 각 서비스 조직은 실제 운영과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데, 운영과 기획을 같이 진행하므로 실질적으로 쓸만한 기능들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각 기능조직과 밀접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며 모자른 관점들을 채워나가면서 진행하는데, 이때 태스크는 일방적으로 기획, 운영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조직으로 부터의 태스크들도 수행됩니다. 이러한 운영인력, 곧 서비스조직은 정부기관으로 따지면, 현존하는 조직이 될 수 있으며 기능조직은 앞에서 말씀드린 조직들이 될 수 있습니다.
3) 전시행정이 아닌 실질적 효과를 중심으로 한 KPI측정
이러한 실제 운영할 사람들이 기획과 개선을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KPI를 세울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등본을 뽑는 사이트에서 PV를 기준 삼는 미친 짓이 발생하지는 않겠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시행정을 하더라도 앞에서 말씀드린 기능 조직의 지원을 받으면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4) 전문가 조직, 그리고 권력이 필요
위의 것들을 수행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 조직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필요로 합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정부기관의 서비스를 만들고 유지하는데는 포털 정도의 전문가 조직이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끌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합니다. 사실 정부기관은 권력이 제일 중요하겠죠.
3. 진짜 IT가 힘을 얻게되면 어떤 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제안을 드렸으니 기대효과에 관해 풀어보겠습니다.
1) 비용 절감
무엇보다도 줄줄이 세는 쓸데 없는 돈이 절약됩니다. 전문가 유치 비용이나 새 조직 비용이 두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IT기업들도 인력과 인프라비용이 두려워서 서비스를 안하지는 않습니다. 제대로된 IT기술의 적용은 고비용의 인력과 인프라를 상쇄할만한 효과를 언제나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펑펑놀고 있는 비싼 서버는 없겠죠.
2) 서비스 품질 개선
앞서 말씀드렸듯이 서비스 품질이 전체적으로 상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3) 일자리 창출
새 조직은 새 일자리를 필요로 합니다. 당연히 일자리는 창출됩니다. 더군다나 양질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자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네이버의 고급 인력을 빼가야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정부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체 정부 전문가 조직 개발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실지 모르겠지만, 제대로된 아웃 소싱 역시 내부 전문가 없이는 사실 불가능하며 전문가들은 IT일을 벌리면 벌리지 줄이지는 않을겁니다.
4) IT환경 개선
전문가들이 영입되어 IT의 프로젝트들이 감시되고 추진된다면, 실제적으로 기술력이 좋은 기업들이 대우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유착 관계에 있었던 수많은 기업들과 갑,을,병,정 하도급이 사라져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기업의 줄도산을 우려할지 모르겠으나, 기술기반의 정상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중간 마진이 줄어든다면, 결과적으로 남은 비용은 벤처같은 산업계에 재투자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4. IT를 입으면 경쟁력이 된다.
“나의 경쟁력 네이버”라고 했던 광고가 기억나시나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구글태블릿 광고 역시 그런 맥락으로 취준생의 넥서스7 활용을 그렸죠. 효과적인 IT활용은 경쟁력이 됩니다. 예전에 공무원 하시던 아버지께서 제가 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아버지때에 비하면 정말로 많은 일들을 빠르게 혼자 처리하고 있는것 같다고 하시며 말입니다.
어릴때 아버지의 일하던 것을 생각하면 노트에 숫자들을 빼곡히 적어두고, 가로 세로로 합하고 검산 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엑셀로 수분이면 끝날 일을 하루종일 하고 계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제 문서나 제안서도 DOS용 아래한글로 글자 토씨 하나 고치고, 줄바꿈 가지고 뭘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희는 인트라넷에서 간략히 핵심 용건만 작성하고, 결제를 누르면 휴가지에서 모바일에서도 검토하고 결제를 할 수도 있습니다. IT는 실용의 학문입니다. 개발자의 최고의 조건은 귀차니즘이라는 얘기도 있죠. 귀찮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들어 자동화 시키고 효율화 시키고, 재사용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에도 번지르르한 겉포장이 아닌 이러한 것을 기대합니다.
원문: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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