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세줄요약
1. 늦게 왔고, 인터뷰 시간 짧아 아쉬움
2. 확실히 정몽준보다 정책 이해도 높음
3. 유익한 경험이었음!
(첫인상-인터뷰에서 받은 느낌-인터뷰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마무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1. 첫인상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정몽준 후보도 장소 예약을 하지 못해 조금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약속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예정보다 늦게 남아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후보 측은 장소도 제대로 공지하지 못하고(심지어 도로명주소가 아닌 지번으로 장소를 안내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이쪽이 확인전화를 해서야 장소변경을 알려왔다.
(장소는 안철수-박원순 회동이 있었던 ‘달개비’. 달개비라길래 “오 비싸지만 맛없다는 그곳의 음식을 박원순과 먹나?! 박원순이 사면 선거법 위반 아닌가?!라는 설레발을 쳤지만 아무 일도 없었… 심지어 물도 안 줌 ㅜㅠ)
또, 정몽준 후보와 1시간 20분가량 같이 있었던 것에 비해 박 후보와는 30분 남짓 같이 있었다. 후속스케줄 유무의 차이는 있었지만.
2. 인터뷰 과정에서의 느낌
둘 사이의 차이는 확연했다. 우선 정몽준을 만날 땐 뭔가 긴장되고,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반면 박원순의 경우 그냥 옆집 아저씨를 만나듯 편한 인상이었다.
보좌관 등을 비롯해 10명 가까이를 대동하고 나타난 정몽준과 로드 매니저 같은 사람과 보좌관 같은 사람 총 두 명만을 데리고 나타난 박원순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두 사람의 생김새를 비롯한 인상이 주는 차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차이가 꽤 났다. 그래서 박 후보에게는 조금 불행하게도 더 날선, 生비판을 할 수 있었다.
비판을 수용하는(?), 받아치는 태도에도 차이가 컸다. 정몽준은 비판적이거나 껄끄러운 질문을 하면 “허허허 이 친구 보게.”라는 다소 권위적이지만 부드러운 태도로 임했다. 반면 박원순은 중간에 말을 자르면서 (반값등록금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지방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즉각 반문하는 태도를 보였다.
화나 나거나, 할 말이 많다거나 하는 등의 감정이 모두 얼굴에 다 드러났다. 어조가 훨씬 강하기도 하고. 이런 점을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나는 이런 점이 더 좋게 보였다. 정몽준은 인터뷰를 하러 갔던 대학생들의 한 단계 위에서 “허허허”하며 관조하는 느낌이었다면, 박원순은 그런 계단-권위에서 내려와 진솔하게 임한다는 느낌이었달까? 진솔하고 인간적이었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이 많은 시민운동가 느낌이 강했다.
시정이나 정책의 디테일한 측면에 있어서는 박원순이 압도적이었다. 3년 간 직접 시정을 맡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뷰 하는 중간에 보좌관에게 무엇을 물어보거나, 보좌관이 대답을 조금 해주었던 정몽준과 달리 박원순은 모든 질문에 대해 본인의 입에서 대답이 바로 바로 나왔다. 설령 그것이 조금 미진하거나 동문서답일지언정. 직접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본인도 이 점을 어필했다. 뭐든지 다 물어보시라고 말하며.
국가적 차원의 일이나 거시적인 관점에 대해서는 정몽준 후보의 말이 더 인상에 남는다. 물론 정몽준의 경우 인터뷰 자체가 조금 루즈해진 탓에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이 있었던 것도 있지만.
둘의 공통점도 있었다. 말을 조금 장황하게 한다는 것? 자신에게 불리한 A에 대해 질문을 하면 A에 대한 대답은 굉장히 원론적이고 거시적인 말로 끝내고 바로 자신에게 유리한 B에 대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노련하다고 해야 할지,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3. 인터뷰, 말말말.
# 이건 제 기억과 필기에 의존한 것이기에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Q. 2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은?
A: 나의 대학생활은 비정상적이었다. 유신 반대 시위에 한 번 나갔다가 제적을 당하고, 감옥에 가기도 했다. 그래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보고 싶다. 특히 캠퍼스 커플을 해보고 싶다. (웃음) 그리고 또 제가 워낙 여행을 많이 다니기도 했지만 대학 시절에 떠나는 배낭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외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싶다. 영어, 불어는 기본이고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3시간에 갈 수 있는 일본, 중국, 러시아, 필리핀의 말을 꼭 배울 것이다. 여러분들도 꼭 해라!
Q.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박원순 후보의 청년 시절에 비해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나?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요즘 대학생들이 탈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현재의 여러 현상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을 탓하는 풍조는 고대 중국의 상형문자에서도 발견된다. 일반적인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저는 언제나 청년들을 믿는다. 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청년들이다.
Q.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지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안은 있나?
A: 반값등록금 정책은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시립대는 반값이었고, 또 다시 반값이 됐다. 또 재학생 절반은 전액장학금을 받는다. 이렇게 되니 학생들이 앞에서 말했던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본인의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꼭 실현했으면 좋겠다.
Q. (나의 질문) 저희 아버지가 후보님께서 이사장으로 계셨던 시립대 교수시다. 반값등록금의 장점도 많지만, 애초부터 그닥 좋지 않았던 교수에 대한 처우가 나빠지고-반수생이 는 것 같다고 하시다. 대안을 갖고 계신가?
A: (당황한 듯 웃으며) 현장의 생생한 비판이니 뭐라 대꾸할 도리가 없다. 허허. 다만 시립대의 더 큰 발전을 위한 계획도 지금 갖고 있다. 곧 맞이하는 백주년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짤 계획이고, 이미 총장님과 만나 질적 도약을 위한 예산도 편성하겠다고 했다. 또 백주년기념관을 성대하게 지을 예정이다. 앞서 말했듯 반값등록금의 긍정적 측면이 훨씬 더 많다. 이 점은 동의하실 것이다.
Q. 반값등록금에 대해 사립대와의 형평성, 서울시민들의 세금이 지방학생 비율이 60%나 되는 시립대에 쓰이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질문이 나오자마자 질문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아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정 후보가 말했던 것(질문에서 이런 문제에 정 후보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맏형으로서 감내해야 하고, 시민들을 설득할 것)에 동감합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책임이 있습니다. 행정적인 쩨쩨한 기준을 넘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또 실제로 많은 지방사람들도 서울로 와서 돈을 쓰고 세금을 냅니다. 인도적인 관점에서도 이런 혜택이 가는 게 맞구요. 시립병원에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행동치료소가 있는데, 전국의 모든 발달장애아들이 다 옵니다. 대기시간이 4년이나 되구요. 저는 여기에 300억의 예산을 더 지원해서 대기시간을 모두 없앴는데, 이게 잘못된 건가요? 거기 있는 지방사람들 다 쫓아내야 하나요? 그건 아니죠.
세계적인 도시를 보면 행정구역뿐만 아니라 국적까지 초월합니다. 미국 국회도서관, 아무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이중국적을 금지한 국적법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Q. (나의 질문) 방금 말씀하신 행정구역 초월적 관점과 국토부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에 따라 경기도에서 요구한 광역버스 증차를 거부한 서울시의 태도는 배치되는 것 아닌가?
A: 모든 것은 원칙-상식, 합리-균형을 통해 사고해야 한다. 증차를 할 경우 공기질이 나빠지고 교통이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외곽지역에 환승센터를 신설하는 것이다. 환승센터까지 버스가 왔다가 다시 나가고, 거기서부터 다시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일 것이다. 또 세계적인 도시의 도심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서울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Q. (나의 질문) 박원순 후보가 시장 시절 야심차게 추진한 그린캠퍼스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우리학교 학생들은 ‘구린캠퍼스’라고 부를 만큼 부작용도 많다. (시장님 표정 안 좋아짐..) 너무 더워서 공부가 잘 안 되고, 심지어는 연구실의 실험에 방해가 된다고도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A: 어느 학교 다니시나? (고대요) 아.. 고대는 참… (일동 웃음)
그린캠퍼스 정책은 기본적으로 옳은 정책이다. 후쿠시마 참사 같은 걸 막기 위해서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트는 것도 좋고 (여기서 학생들의 동시다발적 반박도 있었다. “더워요!”), 태양광 발전, LED 전구 사용 등의 다른 방법도 고민해볼 문제다. 제가 취임한 후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도가 2.8%에서 4.5%로 올랐다. 앞으로 20%까지 이것을 끌어올릴 것이다. (말을 돌린다거나, 거시적인 문제로 대답을 한다는 느낌을 받은 대답이 바로 이 대답)
Q. 본인의 시장 시절에 몇 점을 주고 싶냐?
A: 저는 제가 정치인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게, 정치인은 자기 자랑을 잘 해야 하는데 전 그런 걸 민망해서 못 하겠다. 어찌 스스로 말하겠나. 여러분이 평가해달라. (이 때 보좌관이 질문한 학생에게 “학생은 몇 점이라 생각하느냐.”라고 하자 그 학생이 “저는 95점이라 생각한다. 당선되신다면 남은 5점을 채워 달라.”라고 말하자 보좌관이 좋아하며 “이거 꼭 실어주세요.”라고 했다.)
Q. (나의 질문) 마지막으로 질문지에 없던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자꾸 비판적인, 부정적인 질문만 드려서 죄송하다. 방금 말씀하신 사회혁신파크를 듣고 질문을 드린 것이다. 클러스터-힐링 같은 표현은 그렇다 치더라도 복지 플래너, 스마트시티, 스마트에이징, 트라이앵글, 서울크리에이티브 랩, 차세대프론티어, 소셜이노베이터, 커뮤니티크리에이터 등 쓸 데 없는 영어를 왜 정책자료집에 쓰시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서울시민 중 분명 무시 못 할 수준이 아닐 것이고, 또 국어기본법 4조 1항에 따라(보좌관 당황, 시장님 표정 안 좋아짐) 지자체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는데 박 후보의 정책자료집에서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A: 제가 한글지킴이로 선정된 적도 있었습니다.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노점상을 이동상인으로 바꾸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뒀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문제가 많이 침투한 것 같네요. 허허허. 미안합니다. 앞으로 고치겠습니다.
여기 옮기지 않았지만 청년 일자리,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질문에선 본인의 사례-정책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며 정책에 강한 느낌을 주었다. 정몽준 후보가 수치, 구체적인 것에 약한 것과 달리 수치나 정책의 명칭 등을 모두 꿰고 있는 느낌이었다.
4.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을 찍을 때가 되자 다들 포즈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때 박원순 후보가 ‘으리’ 자세를 제안했고, 모두가 빵 터지며 으리!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또 내 손을 잡고 있는 악수 컨셉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때 박원순 후보가 이야기를 했다.
“비판적인 자세를 갖는 건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비판을 할 때는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해야 한다.”
내가 싫어지신 걸까?! 난 비록 날선 비판을 했지만, 박원순 후보가 이전보다 더 좋아졌는데… 또르르… 그래도 내가 뇌리에 가장 잘 남을 것 같아서 그건 기분 좋다.
정몽준-박원순. 둘 중 하나는 서울시장이 될 것이고, 서울시장이 된 그 사람은 자동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것이다. 그 둘을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하고, 비판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너무 좋았다. 서울시장 유권자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시장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좋은 기회였고, 유익한 기회였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문정현에게 고맙고맙 .
여러분, 모두 투표하thㅔ여.
참조글: 한 대학생의 정몽준과의 대담 후기
자세한 인터뷰와 정리는 중앙일보의 청춘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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