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n번방, 그리고 박사방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언급되었던 부분이지만, 이 사건은 설사 박사에게 무기징역에 구형되거나 선고되고 갓갓도 체포되어 똑같이 신상공개를 당하고 중형에 처해지더라도 다시 다른 형태로 진화해서 발생할 것이다. 더 음지화 되고 더 교묘해진 형태로.
그건 결국 익히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수요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소라넷 100만명이 곧 n번방과 박사방의 수요자가 된 것이다. 소라넷이 av스눕이 되고, av스눕이 다시 텔레그램 성범죄가 된 것이다. 단계가 거듭될 때마다 조금씩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수요 집단이 존재하는 한 계속 나올 것이다. 소수화되고 음성화 된 만큼 범죄의 형태는 더 지독해지고 더 과감해질 것이며, 다른 범죄와 연계되어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번 조주빈만 하더라도 일련의 행위들이 지향하는 지점을 보면 종국에는 더 강력한 스너프 필름을 제작하려 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2.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결국 필요한 것은 ‘수요자에 대한 조치’이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든 상관없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수요자들 역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도의 시그널만 줘도 그 이전과 이후는 명확하게 나뉠 수 있다.
왜냐하면, 수많은 불법 성인 콘텐츠 시장의 수요가 유지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업로더가 아닌 단순 이용자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혹은 ‘단순 이용자는 소환 조사의 대상 조차 아니다’라는 광범위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조주빈 사건이 이렇게 온 국민에게 회자되는 현 상황에서 조차 ‘단순 딸쟁이는 괜찮아’라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얘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이 되든 저런 인식에 균열을 가할 필요가 있다. 사건이 벌어지면 단순 이용자들도 소환 조사를 당하고 그 과정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줘야 한다. 저들의 표현대로라면 ‘그게 불법 사이트라면, 딸 한번 잡았다가 동네방네 개망신당하고 앞길까지 망가지는’ 상황을 만들어야 불법 콘텐츠 시장에 대한 수요를 최대한 줄이고 차단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조주빈 및 그 공범 일당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그쪽은 현행법 위반인 만큼 체포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물론 이들에 대한 과감한 양형 기준 적용을 통한 강력한 처벌 역시 중요하다) 요는 단순 이용자들을 포함한 이용자들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이다.
특히, 고액의 이용료까지 내가며 이들이 만든 콘텐츠들을 소비하려 들었던 유료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교사범 수준의 혐의를 적용하여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로 만들어진 불법 콘텐츠들을 유통하여 유지되는 수많은 불법 성인물 플랫폼에 지갑을 열고 그를 통해 그들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수많은 수요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또 다른 후속 사건들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수요자 역시도 공범이며,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3.
저들이 얘기하는, 단순 이용만 했을 뿐인 ‘선의의 피해자’들이야말로 소라넷과 av스눕과 n번방과 박사방을 존재하게 만든 가장 강력한 스폰서들이다. 이들에 대한 처리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범과 공범들에 대한 처벌 강도가 아무리 강력한들 후속 사건을 계획하며 저 수요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그저 ‘재수 없이 잡힌 케이스’에 불과할 뿐이다. 범죄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처벌은 의미가 없다.
범죄자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나온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범죄 소탕 전략은 바로 돈줄을 끊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놓고 저들의 불법 성범죄 영상물 제작을 후원한 유료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저 ‘단순 이용자’들 까지도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정말 중요한 이유이자, 그 부분이 이번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어야 할 이유다.
원문: 손원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