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직장인이 정답 강박에 시달린다. 학교부터 직장까지, 끊임없이 ‘정답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정답이 없다.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생각 프레임’을 짜지 못한 이들은 ‘오답 포비아’ 현상을 겪게 된다.
학교에서 정답을 말하던 습관, 직장까지 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은 습관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어떤 습관이든 쉽게 바꾸기 어려우니 습관 만들 때부터 가급적 유의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급적 ‘자신이 원하는 나의 상태’에 필요한 습관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절식 및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습관을, 책을 읽는 습관을 위해서는 서점을 가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일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생각 습관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어릴 때부터 다 같이 쌓아온 습관 하나가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끊임없이 정답만을 말할 것을 요구받는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달달 외워야 하고, 충분히 외웠음을 타인과 겨루어 ‘누가 더 정확하게, 많이 알고 있는가’를 평가받는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따질 생각은 없다. 그저 모두가 하나의 기준에 의해 서열화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러한 정답 프레임에 지배된 작은 사회, 즉 학교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습관 하나가 자리 잡는다. 이른바 ‘정답 습관’이다. ‘정답만을 말해야 하는 강박’에 가깝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그에 따라 적절한 대우 혹은 페널티가 발생하는 상황을 여럿 겪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장인이 된 후다. 동일한 프레임이 같은 이름, 다른 뉘앙스로 불려진다는 것이다. 직장인은 정답과 해답 사이를 헤맨다. 그 답을 누구도 확신할 수 없고, 통제 및 관리조차 할 수 없다. ‘답정너’ 방식의 학교와는 확연히 다르다.
직장인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조직 속 누구에게든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이다, 혹시나 ‘틀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입을 닫아버린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와 직장의 정답 결정의 메커니즘
- 학교 : 철저히 이론에 의해 정답 여부가 가려진다.
정해진 답이 존재한다. 수십, 수백 년 동안 체계가 잡힌 학문이 있고 이를 얼마나 익혔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에 의해 줄 세우기를 한다. 답은 책과 선생님에게 있다. 그들이 오답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 얼마나 우수한지 평가(당)할 수 있다.
- 직장 : 기반 이론과 기존 업무 경험(결과)과 리더의 생각에 의해 가려진다.
정해진 답이 존재한다. 다만, 그 답은 영원한 답이 아니다. 그 답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가 매 순간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뭐가 답인지도 모르는 채 끊임없는 숨바꼭질을 한다. 답을 결정하는 권한은 리더에게 있지만, 리더조차 그게 답인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간신히 도출해낸 답이 온전히 목적 및 목표에 부합하길 기대할 뿐이다.
학교와 직장, 정답 결정의 메커니즘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목적과 목표가 다르고, 사회 속에서 짊어져야 할 역할과 책임도 제각각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학생의 때가 채 벗겨지지 않아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지 못했다. 정답이 ‘결정’되던 방식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스스로 정답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보다는, 누군가 정답을 판단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 그래서 답이 될 만한 것을 골라 이를 판별해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그것으로 업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직장의 정답이란 무엇인가?
= 경제 및 경영상 시장 환경의 이해(Eco-system, Market+ing)
- 대표(리더)가 만든 비즈니스의 밑바탕이 되는 업무상 경험(Reference)
- 리더가 선호하는 답(Leader’s Philosophy & Vision, Mind)
이 세 가지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문제는 대다수의 직장에서 정답 고르는 기준을 ‘리더의 경험’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틀릴 경우 후폭풍을 리더가 짊어지면 다행이지만, 대다수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소한의 이론적 배경을 ‘경영학에 근거’하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답은 오로지 고객이 갖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삼는다.
비즈니스의 목적과 목표가 고객이고, 그들로 부터 어떤 행동을 유발하여 어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인지, 이때 필요한 그들이 혹할 만한 가치가 무엇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업무적 노력과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지를 꾸준히 고객의 눈에서 살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최종 결정은 오직 고객의 몫이다. 기업 본연의 목적으로부터 나타난 목표가 고객 확보에 따른 매출(또는 이익) 추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근거의 기준은 고객이다. 고객에 의해 정답이 결정된다.
마무리하며
정리해 보자. 직장과 학교의 정답은 원래 둘 다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실전의 경험을 쌓아 그들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큰 그림에서는 비슷하다. 단지 직장에서는 답을 내는 이가 누구이며, 그의 생각이 반영된 의견이 얼마나 타당한지 혹은 고개가 끄덕여지는지에 따라 정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결정될 뿐이다.
따라서, 내 업무상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섣불리 비즈니스 결과를 자신의 성과로 오해하거나 누군가에게 과시하듯이 나의 성과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는지는 모르지만, 고객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직장 이론은 경영 경제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리더가 최초로 만든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고객을 구분하는 과정을 거쳐 이들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체제로 점차 고도화된다. 이 과정에서 직무상 직면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입증하는 순간들이 모여, 해당 조직의 비즈니스에 밑바탕이 되는 이론적 토대가 만들어진다.
학교와는 다르게 정답을 결정하는 직장의 정답 프레임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정답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해답의 프레임으로 갈아타야 한다. 누가 먼저 답을 내고, 그것이 왜 답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스스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답의 결정권은 오로지 고객이 쥐고 있다. 따라서 답과 그 답에 대한 적합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에 의해 ‘겨루기’를 할 뿐이다.
원문: 김영학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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