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선 많이 다뤘으나 글로 정리하지 못하여 아뢰옵니다.
주식 시장에는 세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첫째는 물론 코로나19의 예측 불허성입니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예측이 강해진 게 문제입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5일에 2배씩, 하루에 약 15%씩 늘어납니다. 20일이면 16배죠. 현재 20만이라 가정하면 20일 후엔 320만 명. 다시 20일 후엔 5,120만 명. 일단 인류의 0.5%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사실상 인류 대부분에게 확산할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루에 200명이 스친 자리는 무조건 바이러스가 남는다고 봐야겠죠. 그렇게 되면 단기간 1억 명 수준이 사망하게 됩니다. 그로 인한 도심지의 공동화, 공급망(supply chain)의 무한정 훼손이 걱정됩니다. 다만 이를 촉진할 요인과 억제 시킬 요인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단 한 사람의 악의 혹은 실수에도 하루에 수천 수만 명이 추가 확진될 수도 있고요.
인류의 지혜가 이 기하급수적 확진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예측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즉 GDP가 10% 빠질지, 20% 빠질지, 40% 빠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른 5년 후의 GDP를 점쳐보기가 힘듭니다. 이에 따라 제아무리 펀더멘탈 투자자라도 주식 등 자산 가격의 적정가를 계산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계산할 사람이 없으니 리스크를 피해 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요.
둘째는 신용경색에 대한 걱정입니다. 직장폐쇄나 소비 위축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없는 회사들의 줄도산, 추가 대출의 어려움, 자금 시장의 패닉 등이 올 수 있습니다. 위의 이슈와 별도로 금융 위기가 올 수 있죠. 통화정책의 대부분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하지만 첫째 이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재정정책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셋째는 소비 위축 그 자체입니다. 20–21세기 자본주의는 대중의 과소비를 통해 운용되어 왔습니다. 소비는 수요를 부르고, 그에 따라 기업가들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사람들이 소비를 매우 줄이고 저축을 하더라도, 이미 소비량이 기업 이익을 담보할 정도가 되면 좋겠죠. 그러나 이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돈을 쓰고 (저축을 덜 하며) 다시 그 돈을 메우기 위해 일을 하고 그렇게 경제가 돌아갑니다. 그렇게 해야 적절한 인플레이션과 적절한 실업률이 유지됩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사람들이 돈을 저축해놔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기업들에 직격탄이 되어 다시 실업이 유발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비를 장려하고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보면 기이할 때도 있지만 현 경제 체제에서는 합리적입니다. 재정 정책의 상당수는 이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죽어 나가는 판에 소비 심리가 당장 촉진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재정 정책의 규모에도 시장이 반응을 잘 못 합니다.
물론 현재의 하락은 첫째 이슈, 즉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문제입니다. 고로 시장이 바로 반등하거나 어느 지점에서 멈추리라 예견하기가 지금까지 매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게다가 겹겹이 쌓여있는 레버리지와 마진콜이 시장 하락을 더욱 부추겼으리라 봅니다.
기계적인 리스크 회피 장치들도 발동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자신의 고객의 이익은 지켰지만 시장에는 악영향을 줬습니다. 하기사 투자운용사의 도리란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있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나오는 정책들도 위 세 가지 중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중이 갈릴 것입니다.
여기 몇 가지 위기를 가중한 팩트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구조적인 공급초과에 시달렸습니다. 즉 하위 기업들은 반드시 도산하고, 엄청난 재고는 떨이로 판매되고, 그 압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은 기업가 정신을 함양시켰죠. 망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과, 이겨내서 큰돈을 벌겠다는 집중력이 수많은 기업가를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은 항상 있었습니다. 이런 기세를 꺾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선 수요자가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많이 쥐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축율이 낮으니 투자로 돈을 벌어서 소비를 즐기는 사람은 점차 줄어듭니다. 일을 해야죠.
다만 버는 돈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돈을 번 행위가 향후 자본소득으로 보상을 받습니다. 기업의 이익 마진을 근로자도 누렸으면 훨씬 좋았겠죠.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으니 지갑이 가벼워집니다. 개인으로서는 승진을 하고 임금이 높아지더라도, 근로자 단체로서는 소비 여력이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메꾸는 것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푸는 방식이 됩니다. 시장에 돈이 조금 넘쳐나고, 돈을 빌리기는 쉬워지며, 금리는 낮아지니, 조금 더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지속성은 약하죠. 그러나 그런대로 오랜 세월 소비를 촉진하며 버텨왔습니다.
문제는 공급초과 시장에서 독점력과 이익률을 갖춘 기업들이 종종 나타나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IT 기술주들이 그 주역입니다. 나머지 모든 기업의 기업이익은 줄어들고, 따라서 다수의 근로자를 소비자로 둔갑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반면 소수의 기업에서는 마진을 휩쓸고, 또한 매출도 휩쓸어갔습니다. 대다수 근로자의 회사가 근로소득마저 충분히 주기 힘든 상황이 이어집니다.
그러니 잠재 소비자가 줄어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건드리는 간접 영향이 있어왔습니다. 이에 경제가 건강하게 반등하기 몹시 어려워지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저만 해도 현재 대부분의 소비가 쿠팡으로 이뤄집니다. 자영업자들도 쿠팡을 쓰겠지만, 매출이 줄어들면서 점점 쿠팡을 쓰는 절대 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쿠팡 외에는 전멸인 사태 위에 쿠팡도 매출 성장이 줄 수 있는 환경이죠. 과장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돈을 풀어도 최우선적으로 쿠팡에 흡수되고 동네 슈퍼로는 가지 않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쿠팡이 아니라 아마존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이번 위기를 뚫기 위한 뉴딜이 있어야 합니다.
뉴딜이란 새로워야 한다는 뜻인데요, 대중의 진취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해 밝은 그림을 그려줄 새로운 아이디어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가능한 것은 위의 초대형 IT 기업들에게 기존에 허락되지 않은 더 큰 혁신을 허용하며 자금을 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동네 슈퍼에 넣어주는 자금은 뉴딜이 되기 힘들잖아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수장들을 데리고 지금의 난관을 해결할 범정부 차원의 미션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론, 자율주행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경제를 짜보라는 것이죠. 기업들의 특성을 B2C가 아닌 국유기업에 가깝게 변화시키는 것이죠. 일시적으로 1, 2, 3번 이슈 모두를 해결하고 희망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에 공장을 압류하고 생산 물자를 바꾸는 수준의 개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국운을 걸고 돈을 빌려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안하고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입니다, 마치 전쟁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투자관점에서 그 끝은 기술주들의 추가 상승 및 기술주들이 나머지 회사들을 천하통일 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신 기술주들의 성장은 느려지고 몸집은 비대해지겠죠?
이 와중에 여러 트렌드가 나올 것 같습니다. 탈도심화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겠네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가는 것이죠, 비대면 트렌드에 의해서요. 국내에선 교육에 대한 집념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이 또한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가 생기며 예견되었던 일이긴 합니다.
십수년간 불황이 이어지며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와 재테크에 대한 트렌드가 한동안 사라지는 경우도, 영구적인 마이너스 금리 체제로 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군요.
나쁜 케이스들을 미리 나열해봤습니다. 필연성을 지닌 시나리오는 아주 많을 것입니다. 그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유는 최악을 가정하고 최선을 희망하자는 정신 때문입니다. 사실 그런 리스크들이 사라진다면, 시장에는 좋은 일만 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투자를 통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질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각자의 행복을 위해 미리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바이러스는 공포를 줬고, 시장은 거대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에 따라 각자의 삶이 바뀔 것입니다. 모두 항상 밝은 마음으로 면역을 지키시고, 서로를 위한 각자의 건강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원문: 불릴레오 천영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