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R의 「Candidates Face A Twin Challenge: The Crisis And The Campaign」을 번역한 글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정치와 통치 행위는 충돌하곤 합니다. 지도자가 대중에게 전하려는 메시지 때문이죠. 현재 미국은 대선 시즌이 한창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시간대 TV에 출연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연설을 하고 정치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공공 부문과 재계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죠. 트럼프의 자리를 노리는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역시 코로나 사태에 관한 각자의 계획을 밝히고, 선거 유세 활동을 취소했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의료 전문가인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목표도 달성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행병은 다른 대부분의 위기와 좀 다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리빗은 유행병 사태가 토네이도나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재해, 테러리즘과 달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가 동시에 모든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특정 장소를 방문해서 피해 규모를 파악한다든지, 상황이 끝난 후에도 한 도시를 찾아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달래는 식의 대책은 소용이 없는 것이죠. 사람들이 장기적인 기간에 걸쳐 피해야 하는 종류의 재난인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됩니다. CNN은 지난 한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퍼뜨린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수많은 거짓 정보를 정리해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수요일 밤에는 집무실 연설에서 자기 정부의 정책을 잘못 언급하기도 했죠.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코로나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문제죠.
존스홉킨스공중보건대학에서 역학을 전공하는 에밀리 걸리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이 하는 말과 대통령이 하는 말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더욱 불안해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 제한과 같이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과학자들의 권고와 다를 때처럼 말이죠. 전문가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킴을 보여 주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앎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고 동시에 필요할 때는 방향을 바꿀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균형 감각이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백악관에서 예산 담당 업무를 했고 현재 아메리칸대학에서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는 코린 호어는 패닉을 조장하지 않으면서 상황의 중대성을 알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이 별것 아니라고 말함으로서) 나름대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한 것 같은데, 문제는 사람들이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 ‘별일 아니고 금방 지나갈 거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일어난 재난 상황에서 당선 또는 재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실질적인 공포와 고통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왜 내가 당선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과 샌더스의 연설은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한 것인 동시에 선거에서 트럼프를 이기고 당선된다는 목표를 갖습니다. 두 사람의 연설에는 상반된 면이 있었지만 동시에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습니다.
- 샌더스는 지난 금요일 연설에서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보편적 의료 보험과 코로나 사태를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 바이든은 목요일 연설에서 총선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캠프에서 일하는 한 담당자는 해당 연설의 목표가 바이든을 “정치적이라기보다 대통령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트럼프와 자신을 대비시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현 정부의 무능과 리더십의 부재를 강조한 것이죠.
한편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바이든이 2009년 돼지독감(swine flu) 사태 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바이든에 대한 공격을 이어갑니다. 당시 바이든이 공식적인 권고 사항에 반박한 일은 NPR도 보도한 바 있죠.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당선자는 11월 이후 현 상황을 수습하는 중대 과제를 떠안게 됩니다. 코린 호어는 “이번 사태가 9·11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있지 않았나를 노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삶이, 정부가 작동하는 방식,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정치인들에게는 이번이 국가의 위기 대비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을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동력이 생겨나는 시기가 자주 오지는 않으니까요.
판데믹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태가 발생하고 나면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든지 간에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리빗의 말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