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JTBC에서 방영한 다음 웹툰 원작의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입니다. 각종 악행을 행하면서 요식업계 정점에 오른 프랜차이즈 ‘장가’를 상대로 펼치는 청년 사장 ‘박새로이’의 복수와 성장을 다루는 드라마죠. 박새로이의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보면서 ‘젊은 어른’을 떠올리고, 그가 주변 사람에게 펼치는 리더십이 흥미로워 계속 본방 사수하게 되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성적은 꽤 좋습니다. 첫 회 시청률은 불과 5%에 불과했지만, 매회 시청률을 갱신하더니 10회 만에 15%에 육박했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성장형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태원 클라쓰’는 흥행 드라마 대열에 올라서게 됐으며, 웹툰을 원작으로 한 흥행 드라마 중 하나로도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흥행에 가장 기뻐하는 곳 중 한 곳은 다름 아닌 ‘카카오페이지’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음 웹툰과 손잡고, 다음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카카오페이지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카카오페이지 앱에서 「이태원 클라쓰」 웹툰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드라마 방영 기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죠. 비록 다음 웹툰 원작이지만 카카오페이지를 ‘카카오 대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로 키우고자 하는 카카오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자사의 원작 드라마 방영 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2018년에 방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시작으로 〈이태원 클라쓰〉 〈메모리스트〉까지 드라마 방영 동안 모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죠. TV 광고를 필두로, 정주행 캐시 이벤트, 카카오톡 이모티콘, 드라마 다시 보기 선물까지 카카오페이지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모두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대규모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드라마 방영 기간을 서비스 성장 모멘텀으로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을 잘 챙겨, 꼼꼼하게 마케팅 해야 서비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태원 클라쓰’ 웹툰도 이런 카카오페이지 마케팅에 힘입어, 누적 독자 수 1,200만 명을 빠른 속도로 돌파하기도 했죠. 원작이 잘돼서 드라마가 되었고, 드라마가 잘되어 원작이 다시 흥행하는 선순환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왜 원작 드라마 방영 기간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케팅으로 드라마 시청자를 카카오페이지 앱으로 끌어들이는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드라마가 떠야 IP 사업이 뜬다
어쩌면 카카오페이지의 성장은 드라마 ‘흥행’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드라마가 성공해야 원작 작품의 흥행성과 사업성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카카오페이지의 다른 작품도 IP화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만약 역으로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IP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레퍼런스’가 또 다른 ‘좋은 기회’를 불러오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몇 년 사이에 카카오페이지 원작 드라마, 영화가 쏟아지는 이유는 2018년에 방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라는 성공 레퍼런스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 방영 기간 카카오페이지는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카카오페이지의 존재를 알렸고, 서비스 대세감도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에 몰려 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드라마로까지 나왔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죠.
게다가 드라마 시청률 성적도 좋자 많은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카카오페이지 작품을 살펴보고, 그 이후 수많은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쏟아졌습니다.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영화 〈시동〉 등이 모두 카카오페이지와 다음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합니다. 거기에 올해는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메모리스트〉, 윤태호 작가의 신작 등을 모두 드라마화할 예정입니다. 드라마가 흥행해야, 더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경험을 해본 카카오페이지는 ‘드라마 흥행 만들기’를 그들의 중요 미션으로 여겼습니다. 방송사의 역할이라 볼 수도 있는 ‘드라마 흥행’을 카카오페이지가 직접 챙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카카오페이지 앱 내에서는 TV 방영 소식을 알리며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1,000만 명이 다운받은 카카오페이지의 앱 사용자를 잠재적인 드라마 시청자로 만들어서, 기초 시청자층을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또한 드라마 방영 소식을 담은 홍보 기사도 직접 챙겨서 쏟아냅니다. 더불어 TV 광고도 진행하면서, 드라마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손발을 걷어붙입니다. 물론, 이렇게 대규모 마케팅을 할 때마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을 단순한 ‘서비스 마케팅’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IP 확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카카오페이지 원작 드라마/영화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드라마와 영화가 흥행할수록, 그들의 IP 사업은 더 잘 될 테니까 말이죠.
‘궁금하면 ○○화 보세요’ TV 광고
카카오페이지가 원작 드라마 방영 동안 온에어하는 TV 광고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화’ 마케팅입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방영 기간에는 김비서가 연애를 할지, 퇴사를 할지 궁금하다면 ○○화에서 미리 보라고 말합니다. 〈이태원 클라쓰〉 방영 기간에는 조이서의 후진 없는 사랑법이 궁금하다면 ○○화에 힌트가 있다고 얘기하죠. 드라마 전개에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작 웹툰/웹소설을 보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김비서가 퇴사를 하기로 결정한 드라마 1부에 이어, 이 광고를 중간 광고로 내보냈습니다. 진짜 퇴사를 할지, 아니면 연애를 할지 궁금하다면 카카오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보라는 광고였죠.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결말이 궁금해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광고였습니다. 드라마 스토리와 절묘하게 떨어지는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광고 인벤토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드라마 시청자를 카카오페이지로 유입하게 만든 것이죠. 지금 보는 드라마가 카카오 페이지 원작 드라마라는 사실도 더불어 알리며 브랜딩 광고도 함께 하는 셈이고요. 참 똑똑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궁금하면 ○○화’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페이지 그 자체의 브랜드 광고를 하는 것보다, 드라마와 잘 엮인 스토리 광고를 통해 더 매력적으로 카카오페이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콘텐츠 기업의 광고는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잘하는 ‘엮기’ 마케팅
제가 좋아하는 마케팅은 ‘잘 엮인’ 마케팅입니다. 가진 자산을 최대한 유기적으로 잘 엮어 최대한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마케팅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카카오페이지 마케팅은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의 최고 레벨에 도달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카카오페이지, 더 나아가 카카오가 가진 모든 자산을 마케팅에 참 잘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VOD 서비스, 그리고 최근에는 전자책까지 함께 서비스합니다. 그야말로 ‘종합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운영하는 덕분에 하나의 IP를 토대로 여러 서비스를 엮어보는 시도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면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원작 웹툰 3화를 보면 드라마 다시 포인트를 무조건 지급해서, 드라마 1회를 보게큼 하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원작 웹툰을 경험해볼 수도 있으며, 카카오페이지 안에서 드라마 다시보기가 된다는 사실도 알면서 VOD 서비스도 경험해볼 수 있죠.
만약 전자책이 있었다면 전자책과도 분명 엮었을 것이고, 영화가 있다면 영화까지 엮었을 것입니다.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전자책 사업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모두 다루는 덕분에 하나의 ‘킬러 콘텐츠’로 여러 매체를 엮는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가 보유한 인프라와도 적극적으로 엮습니다. 콘텐츠별 이모티콘을 제작해 카카오톡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드라마 OST와 뮤직비디오도 제작해 음악 서비스인 ‘멜론’과 함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결국 하나의 IP를 토대로 작게는 카카오페이지 내에서, 크게는 카카오의 디지털 서비스 전체에서 서로가 엮이는 시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속된 말로 하나의 IP로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는 셈이죠. 또한 디지털 콘텐츠가 카카오 서비스 전체를 유기적으로 묶어주면서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콘텐츠 명가로 거듭나게 해줍니다.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IP 사업의 기본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마치며
작년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에서 약 1조 6,500억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네이버가 작년 약 2,000억 원의 콘텐츠 서비스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디지털 콘텐츠 사업 부문만큼은 카카오가 네이버를 압도적으로 이긴 것입니다.
게다가 카카오의 ‘IP 비즈니스 기타’ 부문은 2018년 대비 75%가 성장해 약 3,700억 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카카오 사업 전체에서 봤을 때 연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사업 부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살펴봤을 때, 카카오페이지의 대규모 마케팅은 카카오의 IP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이 잘돼서 드라마가 잘 되고, 드라마가 잘 돼서 원작이 잘 되며, 또 다른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는 기회를 만드는데 카카오페이지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네이버의 경우 원작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소홀해 보입니다. 네이버 웹툰도 카카오페이지 못지않게 IP화 성공을 거둔 케이스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네이버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 1〉 〈신과 함께 2〉입니다. 천만 영화 2편의 원작이 바로 네이버 웹툰이었던 거죠.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사람은 〈신과 함께〉가 네이버 웹툰 원작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가 〈신과 함께〉를 극장에서 봤을 때, 당연히 네이버 웹툰에서 극장 광고를 하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지금 보려는 〈신과 함께〉, 영화의 여운을 네이버 웹툰에서 이어가세요.’ 같은 마케팅을 말이죠. 하지만 광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의 스토리 파워와 브랜드를 알릴 기회, 그리고 더 나아가 네이버 웹툰으로 영화 팬들을 모을 기회를 날린 셈이었죠.
카카오페이지는 앞으로도 원작 마케팅에 모든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킬러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광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 전체의 디지털 콘텐츠 활성화, 카카오페이지의 스토리 파워를 통한 대세감 알리기 (요즘 재미있는 스토리는 카카오페이지에 있어!), 더 많은 IP 작품 만들기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면, 카카오페이지의 마케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