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VULCAN POST
1.
금융 쪽을 바라보면 코로나19가 모든 핑계는 만들어준 듯싶다. 너무 달린다 싶었는데 적절하다 못해 싸다구를 양쪽에서 올려붙이는 충격을 주면서 적절함을 넘어 저렴한 수준으로 주식 시장을 안정화(?) 시켰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회사채 시장을 보면서 ‘저거 저대로 놔두면 안 되는데..’ 싶었는데, 이제는 누가 어떤 조치를 취해도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해줄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지지부진한 자잘한 충격을 끝없이 얻어맞는 것보다는 죽지 않을 만큼의 한방이 차라리 낫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는 압축적 파괴와 회복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
물론 저 파괴의 충격을 감당할 체력과 지구력이 있어야 하고, 회복을 위한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나 세력만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가지 느낀 점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우러러보고 있던 국가들, 특히 유럽의 경우 정말 많은 점에서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었다는 점이다. 단호하지도, 빠르지도, 그렇다고 한꺼번에 쏟아붓지도 못하고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보내다 herd immunity라는 개념의 뒤로 숨어버리는 느낌이다. 일본은 여윽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결과는 지켜보면…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힘도, 의욕도,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는데 의외로 출발이 느리다. 그래도 누가 뭐래도 미국은 가장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향후의 국면을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3.
이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총력전의 후예들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다고 했을 때 ‘저런 미친;;’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유일한 방법이었고,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의 세상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중국의 초기 삽질은 두고두고 욕을 먹어야 하겠지만, 일단 방향을 잡고 난 다음의 총력 대응은 효율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만·홍콩·싱가폴의 경우 과거 사스의 경험을 토대로 희생을 각오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렸고,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집행기구의 존재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지를 알게 해 주었다.
4.
대한민국의 경우 아마 앞으로 수많은 세계 연구자들을 통해 다양하게, 잘근잘근 분석되고 검토될 것이다. 머리는 모순되고 허둥대고 우유부단한데 그에 비해 손발은 기가 막히게 돌아가고 알아서 틀어막는 그런 기괴한 존재라고나 할까?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봉쇄에 임하는 국민들의 모습, 허덕거리지만 그래도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마스크를 공급하는 모습, 갈아 넣을 의료진들이 존재하면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급의 공간들을 순식간에 확보하는 능력은 우리만 모르지 세계적으로 보면 넘사벽 수준이다.
확진자가 수천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탐색, 추적, 확인 및 격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잘 갖춰진 행정력과 일상의 디지털화, 그리고 상대적으로 둔감한 프라이버시(?)가 결합된 덕택이라 할 수 있다. 7시간이면 확진자 수일 동안의 동선을 확보하는 것도 대단했는데 이제는 시스템을 연동시켜 5분이면 되는 상황까지 진전되었다. 무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별로 이에 대한 경각심은 없고, 너무나 무표정하고 피곤한 얼굴로 스위치를 넣어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그런 만화 주인공 같은 존재 같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휘청거리고 크게 넘어져서 다시는 못 일어날 것 같은데도,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제일 앞선에 와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5.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U자나 L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V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방에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차츰 익숙해진다. 제일 취약한 존재들을 물리적, 정신적으로 한번 쓸어버리고 난 다음부터는 다시 파도가 찾아와도 그 충격이 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복적 소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며,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분야, 기업 그리고 국가들은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불필요하거나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야나 인력들은 지속적으로 칼을 맞을 것 같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역시 효율보다는 안정성과 충분한 백업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가 간 이기주의 역시 더 팽배해질 것으로 보인다.
6.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등장한 코로나 19라는 존재는 묘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벽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장벽을 다시 쌓는 시대가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것 같고, 당연히 그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미래는 알 수 없는 존재지만 이번에 다가오는 미래는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원문: 최준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