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나는 유독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비슷한 단어로 ‘올드’나 ‘레트로’등을 쓸 수도 있겠지만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오래되거나 복고풍인 것을 표현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 복합적인 단어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레타 거윅이 만든 <작은 아씨들>은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클래식한 서사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라도, 이 유명한 소설의 제목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미국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1868년에 발표한 대표작, ‘작은 아씨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가족중심적 서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각색상이 증명하듯 영화는 원작이 보유한 재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화면에 최적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작은 아씨들>이 원작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나 지금이나 관객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치가 이야기에 녹아있을 뿐이다. 가족이나 연인의 형태가 많이 바뀌었을지라도 사람이 사람과 맺는 관계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어찌 클래식이 아닐 수 있겠는가.
클래식한 배우들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최고 수준의’라는 형용사로도 사용된다. <작은 아씨들>에서 아씨들로 등장하는 4명의 배우들은 평균 연령 27살의 젊은 배우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 4명에게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고 성숙한 첫째를 연기하는 엠마 왓슨,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둘째를 연기하는 시얼샤 로넌, 착하고 조용한 셋째를 연기하는 엘리자 스캔런, 불같은 성격이지만 영리한 막내를 연기하는 플로렌스 퓨까지 아씨들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람할 가치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내가 시얼샤 로넌을 사랑한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원작자의 분신이자 현대와의 연결점, 극 중에서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는 조 마치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클래식한 연출
<레이디 버드>로 이미 감독으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그레타 거윅이지만 <작은 아씨들>은 그레타 거윅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빛의 유무와 색감을 활용한 연출, 배경을 잃지 않으면서도 배우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아는 그레타 거윅의 연출은 아주 특별하거나 도전적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편안하고 부담 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그레타 거윅의 연출법은 <작은 아씨들>의 클래식한 서사와 배우들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대표적인’혹은 ‘유행을 타지 않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 클래식은 그레타 거윅이 <작은 아씨들>에서 보여준 연출기법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클래식한 영화
결론적으로 <작은 아씨들>은 클래식한 가치들을 두루 가지고 있는 영화다. 시대가 지날수록 관객들이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작은 아씨들>은 보편적이고 클래식한 가치를 지닌 잔잔한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원작이 발표된지는 150년이 지났고 영화로도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작은 아씨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깊게 파고든다. 진정한 클래식의 닳지 않는 가치가 <작은 아씨들>에서도 느껴진다.
원문: 맑은구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