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다들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실 것 같습니다. 체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막막한 요즘입니다. 적지 않은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탄력 근무제를 하는 등 기업문화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물론 아직 상당 수의 기업이 정상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고, 급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탄력근무제란 외국계 기업이나 IT 기업 이야기였습니다. 재택근무는 프리랜서들의 영역이나 일부 글로벌 기업의 이야기였죠. 로컬 기업 중에서 이 두 가지 제도 중 하나라도 하고 있는 곳은 규모가 엄청 크거나 규모가 아주 작은 기업 중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주 5일 근무’처럼 언젠가는 도입될 제도인 이 두 가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훨씬 빠르게 일상으로 찾아온 느낌입니다.
재택근무의 장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끌려가듯 재택근무를 시작한 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생소합니다. C레벨부터 관리자, 실무자까지 해 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오해도 많고 비효율도 일부 생깁니다. 물론 신뢰라는 근본적인 가치가 이미 훼손된 기업에서 재택근무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장점은 상당히 많습니다.
첫 번째, 업무에 몰입할 환경이 집이나 카페에 갖춰져 있다면 출퇴근이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없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 보면 상당한 전투력 차이입니다.
두 번째, 불필요한 회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 중 하나인 옆 부서에 말을 건다든지 괜히 커피 마시는 분위기는 없는 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업무 시간 생산성은 반대로 단기에 올라갈 환경이 조성됩니다. 무엇보다 보고서를 만들거나 코드를 타이핑하는 집중 시간이 필요한 직무에게는 큰 시간이 연속으로 확보된 든든함도 듭니다.
하지만 재택근무 초기에는 확실히 회사 멤버십들이 생각해봐야 할 이슈들이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느끼지만 오프라인으로 하던 소프트 파워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신뢰 비용을 어떻게 만회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보장이라는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근태? 성과!
재택근무를 하면서 관리자들은 기존의 근로 관념을 제대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급을 주고 성과에 따라 승진을 하는 시대에 여전히 근로 시간에 집중하던 고전적 철학이 머릿속에 상존하고 있으니까요.
이 아이러니는 소위 90년대생 문화까지 가지 않아도 많은 세대들이 기존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검증이 안 되는, 성과가 없을 일을 시키고 하면서 회사 생산성에 도움보다는 본인 자리 수성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이런 카르텔에 서로 몸을 욱여넣으며 성과는 없지만 승진은 있는 이상한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근태가 아닌 성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에서 기존 관리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근태 관리입니다. 쉽지 않고 모니터링할 수도 없죠. 일을 하면서 쇼핑을 하거나 모바일을 쓰는 것은 사실 사무실에서도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정도가 심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죠.
이건 출발이 잘못된 생각입니다. 출발은 성과, 결과물에 있어야 합니다. 성과를 내면 되는 것이지 방법까지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IBM이나 YAHOO가 원격 근로를 없애고 사무실 출근으로 변화한 것이 한 때 재택근무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 두 기업의 포지션 변화는 명확합니다. 그게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죠.
재택근무 기간 동안 해야 할 과업을 명확히 하는 것이 관리자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마찬가지로 실무자는 당연히 결과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사실 사무실에서도 그랬어야 할 일인데 말이죠.
만약 과업과 성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재택근무는 고역이 됩니다.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기분은 재택근무 쪽이 더 심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근태 표현에 대한 스트레스에 자동 야근이 되는 공간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정말 몰입을 할 수 있게 하는가
재택근무를 통해 회의도 없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쿡 찌르는 상사도 없으니 정말 몰입할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메신저와 메일은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일으킵니다.
누군가는 메신저를 알 수 없는 사정으로 답이 없고 그러다 보면 휴대폰 카톡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한 명에게 보낸 카톡은 여러 명에게 카톡으로 확산되고 이제 회사에서 오는 연락은 메신저, 메일, 카톡, 슬랙 등 다채널로 오게 됩니다. 하나씩 대응하면 어느 순간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응대를 하는 상담원인지 현타가 오기 마련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명료해야 합니다.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번에 전달하고 횟수를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신저 대화의 시작과 끝 시간의 길이가 단축되면서 업무 이해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메시지에 충분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고 과업과 평가지표를 서로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면해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텍스트 한 자가 중의적이면 전체 내용 해석에 오프라인 대비 몇 배의 수고로움이 듭니다.
소통 채널도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슬랙이나 메신저 등 하나의 채널만 쓰고 자리를 비울 경우 미리 스케줄을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이 약속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신뢰 자산이 됩니다. 이렇게 유지되면 서로 불필요한 말로 애써 확보한 몰입할 시간을 까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재택근무 사례는 참고가 될만할 것 같습니다.
드러내기와 동기화
재택근무를 지속하게 되면 외로워집니다. 마치 프리랜서가 된 기분이죠. 그래서 성과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고 팀워크가 유지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팀장도 생깁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서로의 결과를 놓고 코멘트할지 시간을 고정화하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언제 화상 회의를 해서 결과물을 놓고 코멘트한다든지 정하면 결과를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하는 문제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경험했던 얼굴을 보면서 말로 하는 회의 방식은 기존 오프라인 공간에 더 친숙한 근로자에게는 그나마 덜 외로운 소통 방법입니다.
동기화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한 과제를 여러 명이 함께 하면 서로 버전이 맞아야 하고 기술적인 조언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쉬운 일이 재택근무에서는 고민할 일로 바뀌게 됩니다. 어떻게 과정에 참여해서 함께 롤링할 수 있을까?
깃허브(GitHub)나 슬랙(Slack) 같은 솔루션 사용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기존 로컬에 파일로 갖고 있고 전송하는 방식에서 버전 관리 소프트웨어나 원격 조정 프로그램은 더 많이 도입되고 사용될 것입니다. 개발자들이 쓴 프로그램을 대부분의 사무직이 재택근무를 맛보면서 필요성을 느낄 것이니까요.
마무리하며
2015년 MERS 때도 재택근무는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죠. 불과 몇 년 사이 우리는 더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재택근무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선택적 재택근무부터 간헐적 재택근무까지 다양한 방식의 실험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직무 중심의 개인 프리랜서 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이런 네트워크형 업무 프로세스는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죠. 우리도 다가온 미래에 미리 적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택 근로 시대에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고민할 시점이죠.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