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격주로 출장을 가던 A상무는 이제 사무실에서 화상회의로 업무를 수행한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화상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업무지시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초기 사업 세팅을 하는 중요한 시기에 화상회의를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 답답하다. 사업 안착화 목표 시기를 상반기에서 하반기 중으로 미룬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SK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 LG, 롯데 등 대기업이 신속하게 전부 또는 일부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네이버, 카카오, NC, 넥슨 등 포탈, 게임업체 등도 재택근무를 적용했다. 많지는 않지만 중견, 중소기업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 조금 어려웠지만 재택화, 원격화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내 경영지원 시스템을 통해 지원되는 화상회의, 그룹 콜 등 원격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바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시스템이 없는 기업도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KT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큰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재택화, 원격화는 코로나19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물론 혹서, 혹한,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변화 그리고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기업은 빠르게 재택근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는 대면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재택화, 원격화 근무형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조금 섣부른 얘기다. 재택화, 원격화는 특별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한국 기업 현실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활용도가 늘어날 것이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활용되어야 하므로 기업은 필수적으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왜 기업은 재택화, 원격화를 준비해야 할까? 재택화, 원격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오해와 진실 1. 재택화, 원격화는 사람들의 성향, 조직의 문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하여 재택화, 원격화가 늦은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스마트폰 보급률을 볼 때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아니다. 대면 접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이나 조직문화도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기준으로 먼 지역인 속초, 부산, 목포, 제주까지 반나절 생활권이다. 미국처럼 나라가 커서 동부에서 서부로 비행기를 타고 5시간이 걸리는 나라가 아니다. 베트남처럼 항공편 외에 교통편이 안 좋아 차로 1박 2일을 달려야 북부 하노이에서 남부 호찌민까지 갈 수 있는 나라는 더욱 아니다. 우리나라는 항공, 철도, 육상 등 이동 수단이 원체 좋기 때문에 1박 2일 출장도 굳이 필요 없는 나라다.
오해와 진실 2. 좁은 국토 면적 때문에 재택화, 원격화는 불필요하다?
교육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온라인 교육 등 원격교육이 2000년 초 본격화되었다.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여 학사관리는 물론 쌍방향 소통도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났지만 교육의 대세는 여전히 오프라인 교육이다. 여전히 학습자들의 이해, 공감, 실행으로 가는 데는 오프라인 교육의 효과가 더 크다고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의는 화상회의로 대체되었지만 교육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기보다는 중단을 택했다. 물론 일부 온라인 교육이 활용되긴 했다.
재택화, 원격화는 이동거리의 문제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재택화, 원격화는 회의나 교육의 면에서 효율적이기는 하다. 시간, 비용 투입에 대비하여 생산성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황과 의견은 전달할 수 있지만 상황, 느낌,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나 교육을 통한 행동 변화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나절이면 현장이나 교육장소로 이동을 하여 회의나 교육을 받고 돌아올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면에서 대면 접촉을 하고 오프라인 교육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대면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고 용이하다는 사실이다.
오해와 진실 3. 재택화, 원격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니다?
대면 접촉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맞다. 하지만 대면 접촉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면 재택화, 원격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한다. 기후 변동으로
혹서, 혹한, 미세먼지 등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주기적으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항공, 호텔, 여행, 교육 등 심각한 타격을 입는 산업과 기업이 생긴다. 문제는 수백 년 만에 패스트가 창궐하는 상황이 아니라 몇 년 만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중요한 변화다. 불과 3~4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유지하던 나라였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었고 300인 미만 기업도 2020년 1월 시행(연말까지 계도 기간을 두어 처벌 유예)되었다.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반나절 걸려 전국 어디에서 하는 교육에 참여하여 교육받고 저녁에 올라와서 다음날 정상 출근이 가능했다. 출장도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업무는 인터넷과 전화를 통하면 되고 중요한 업무는 출장을 다녀오면 될 일이었다.
이런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IT 기술력이 있다 하더라도 화상회의, 원격교육과 같은 방법론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되었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주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문제점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뿐이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타격을 입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
아인슈타인의 명언이다. 어제와 똑같은 방법으로 일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