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000년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는 진귀한 수입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천 km 떨어진 인도 옆 ‘아프가니스탄’에서 청금석, 즉 라피스 라줄리를 수입해왔습니다. 그리고 가야는 (출처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하지만… 일단은) 인도 출신 ‘허 왕후’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한 다음 다른 나라로 팔아치우는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생각하자면 더더욱.
마스크 수출 제한 법안은 2월 6일에 올라와서 25일에 통과되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국회의원 모여서 같이 법안 만들기, 국회보건복지위원회 통과하기, 법사위 통과하기, 본회의에서 투표하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3주 만에 법안이 통과되었다면, 굉장히 빠른 통과 속도라 해도 됩니다. 빠르게 통과시키겠다는 패스트트랙을 타서 10개월(…) 넘게 걸려 처리된 유치원 3법을 생각해봅시다.
대한민국은 공산국가가 아닌지라, 기존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계약이 어느 정도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지금 시세를 생각할 때 뭐 1주 단위 초단기 계약이겠지만). 법률이 통과되지 않는 한 일반 업체들의 생산 및 판매를 계약서를 파기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건 전시나 계엄 상황에서나 가능합니다. 무작정 정부가 보상해준다고 하면 나 같아도 가짜 계약서 만들어서 정부 돈을 빼먹을 겁니다. 생산이야 120% 이상 이루어졌을 것이고, 판매 통제를 당장 못한 건 이유가 있는 겁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부터 2019년 12월까지는 마스크는 악성 재고였습니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행정적인 처리로 판매처를 제한하려고 하면, 일반 회사들은 생산을 안 한다고 선언한 후 암시장으로 풀어버릴 겁니다. 중국이 딱 그 상황을 겪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인위적으로 수출제한을 걸어버려 지금 중국에 위치한 3M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수입하지 못하는 미국이 제대로 열이 받아버렸습니다. 조만간 미국회사인 3M은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도록 압박받을 겁니다. 미국 대통령이 ‘그’ 트럼프이지 않습니까.
마스크는 우리가 만들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필터 원단은 전부 중국산입니다. 예. 대구의 원단 제조 산업은 망했습니다. 망한 지 10년 가까이 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마스크 만들 원자재를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중국에 만드는 공장 설비를 다 팔아치웠으니까.
지금도 원자재를 만들지 못해서 중국이 수출 안 하면 다음 달부터 마스크 따윈 만들 수 없습니다.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중국에게 완제품 물건 안 판다면 어떤 일이 나중에 벌어질지 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도 아니고, 팩트 체크도 못 하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칠 수 없는 일반인 말을 기사로 삼는 건… 최소한 이런 말 할 줄 아는 전문가 말을 기사로 삼읍시다. 이런 기사 함부로 쓰면, 말한 사람이 공격받아 매장당할 수 있으니까.
참고로 소독용 알코올은 ‘발효’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요구량이 늘면 2–3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지구에서 가장 많이 술 마시는 나라가 대한민국인지라 소주 회사가 넘쳐나게 많으니 뭐… 3월부터는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