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사를 보면서 정말 한국 언론의 수준이 얼마나 처참하게 떨어졌는지, 참담함을 느낀다.
일단 조선일보가 인용했다는 the Atlantic의 기사 제목을 보자. (사족일지 모르겠으나 조선일보는 the Atlantic 원문의 링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검색해서 찾은 기사가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라고 생각하겠다.)
원문의 제목은 이렇다.
“You’re Likely to Get the Coronavirus. (당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울 것이다)”
그 뒤에 바로 부제를 달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Most cases are not life-threatening, which is also what makes the virus a historic challenge to contain. (대부분의 경우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바이러스가 역사적인 도전과제가 되었다.)”
원문/ 출처: The Atlantic
The Atlantic에 실린 원문이 워낙에 길고 자세한 글이라서 전문을 모조리 해석하는 건 각자의 몫으로 맡겨야 하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기사는 상당히 중립적으로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총망라한 기사이다. (심지어 기사 작성자도 보건대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 출신이다!) 단순히 질병과 바이러스의 현황에 대한 글 뿐만이 아니라, 현재 바이러스와 관련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정부 예산이 앞으로 어떻게 집행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일지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가 인용했다는 하버드대학의 마크 립시치 교수의 발언은 이렇게 다양한 층위의 내용을 다룬 기사의 일부분만 인용한 거다. 즉, 다른 내용들은 완전히 무시한 채 딱 한 구절, 그러니까 앞으로 지금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꽤 광범위하게 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만을 인용했다.
다시 The Atlantic에 실린 원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자. 이 기사의 결론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많은 한국 언론들 그리고 그런 언론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보면 까무라쳐버릴지도 모른다.
….but widely banning travel, closing down cities, and hoarding resources are not realistic solutions for an outbreak that lasts years.
여행을 금지하고, 도시를 폐쇄하며, 자원을 비축하는 것들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질병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 아니다.
즉,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는 향후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경봉쇄와 같은 일시적인 대처법만을 가지고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다. 정부의 예산 확대를 통한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비록 그것이 일반적인 수요가 낮은 경우라 할지라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로 읽힌다. (These long-term government investments matter because creating vaccines, antiviral medications, and other vital tools requires decades of serious investment, even when demand is low.)
다시 한번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참으로 얄밉게도 적어놨다. 립시치 교수의 인터뷰는 제대로 적었지만, 인용한 아틀란틱 기사의 의도를 미묘하게 비틀었다. 제목에는 마치 ‘인류는 이제 끝이야’라는 듯한 뉘앙스를 풀풀 풍기게 만들어놓았고, 기사 중간에 딱 한 문장으로 “심각한 병세나 증상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변명의 여지를 남겼다.
전형적인 자극적 제목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원글인 The Atlantic의 글은 영어 공부하는 셈 치고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다.
원문: 이승원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