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에서 ‘인사(人事)’의 주체가 되는 人을 영어로는 ‘휴먼 리소스(Human Resource)’라고 한다. 그래서 인사관리를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이라고 하고, 인력개발을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라고 부른다.
하지만 적어도 수십 년 전부터 이 용어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 자체가 인간을 주체적 관점이 아닌 동원의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장기판의 말을 보는 관점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탤런트 매니지먼트(Talent Management), 엠플로이 익스피리언스(Employee Experience), 피플&컬처(People & Culture) 등 다양한 용어로 변화하는데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성과 평가(Performance Evaluate)’라는 말을 보자. 이름에서부터 위계가 느껴지고 평가를 받는 사람은 괜히 부담이 가고 불안하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혼날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라고 바꿔보자. 평가를 관리로 바꾼 것뿐인데 조금 어감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그래도 관리받는다는 데 부담이 남아 있다.
만약 이것을 성과 지도(Performance Coaching)나 성과 지원(Performance Supporting)으로 바꾸면 어떨까? 성과를 내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이름만으로도 관리자가 무언가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대상자의 인식을 변하게 만든다. 지도이나 지원인데 일방향적으로 숫자만 가지고 지적하는 행동은 어려울 것이다. 평가와 관리도 자연스레 지도와 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
언어에는 인간의 관점이 녹아 있다.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처음엔 어색해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제법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부서의 이름, 관리 활동의 이름도 보다 지지적(Supportive)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