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OKR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현업의 최전선에서 주고받는 정보를 간단하게 종합해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OKR 도입 현황에서 나타나는 한계점을 간단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OKR을 도입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기업은 국내에 출간된 책을 통해 우선 접하고, 거기서 추가적으로 더 궁금증이 생기면 유튜브 영상을 챙겨보거나 해외의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OKR을 주제로 한 영상이 많이 있고, 유데미(Udemy) 사이트에도 관련 코스가 있으며, 하우 투 OKR(How to OKR) 같은 OKR 포럼에서는 아예 증서(Certificate)를 수여하는 과정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루트를 통해 OKR을 배우고 적용한 회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논의를 해보았는데, 그 의견들과 제 경험을 통해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OKR은 성과 평가 도구가 아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OKR을 MBO와 같은 대칭적 위치에서 이해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OKR은 ‘성과 평가 도구’가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철학’에 가깝습니다. 성과 평가 도구의 관점으로 이것을 보게 된다면 승진이나 보상과 같은 안건과도 연계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고 앤디 그로브가 말한 OKR의 철학과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그 내부까지는 저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1999년 초창기부터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보완/발전해나가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갔기 때문에 HR 문화에 OKR이 녹아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지속적 보완 및 발전’입니다.
국내의 모 대기업에서 OKR을 도입하고 싶다며 자문 미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S기업에선 수십 년에 걸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현재의 MBO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 방대한 시스템을 새로 바꿀 수 있을까요? ERP 도입하는 수준의 투자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OKR을 툴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MBO를 BSC로 바꾸는 것처럼 ‘MBO/BSC를 OKR로 바꾸겠다.’ 이렇게 접근합니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니 현업에서도 잘 맞지 않게 됩니다.
2. OKR → 애자일 골
OKR을 현재 HR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바꾸자면 애자일 골(Agile Goal)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애자일 골이라는 말이 OKR의 철학을 99% 담는다고 생각합니다. OKR에 비해 애자일은 꽤 오래 논의됩니다. 애자일의 형식과 목표는 무엇일까요? 애자일은 조직의 문화를 매뉴얼화해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러한 유연한 프로세스 그 자체를 만드는 문화와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OKR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매일 아침 각자 돌아가면서 목표(Objective)와 핵심 결과(Key Results)를 순서대로 말하고 팀 리더는 그걸 취합해서 다시 업무지시하는, 이런 기존 회의 모델과 똑같이 진행한다면 그게 OKR이 아니겠지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가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3. CFR
OKR은 OKR 그 자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OKR과 CFR을 합친 말이기도 합니다. CFR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피드백(Feedback), 인정(Recognition)의 약자입니다. 애초에 앤디 글로브가 OKR의 전신인 iMBO를 1968년 만들었을 당시의 테일러리즘과 포디즘 문화에 반발해, 피터 드러커가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1954)에서 MBO를 말한 배경 자체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인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즉 제도는 OKR를 사용하면서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기존의 상명하복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이건 제도와 문화가 따로 간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존 도어도 CFR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전 세계의 모든 OKR코치가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도 OKR보다 CFR이 현장에서 훨씬 더 중요하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조직이 열심히 OKR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MBO가 OKR로 이름만 바뀌고 똑같이 경직되고 지시적이고 수직적이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면담을 통해 목표가 관리 된다면 MBO를 OKR로 바꾼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게 하는 조직이 많습니다. 그래서 OKR 워크숍을 열면 늘 하이라이트는 CFR에서 터집니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자면, CFR 워크숍때 거의 예외없이 참석자들이 항상 눈물을 흘립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비즈니스 워크숍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이 시간에 인정, 존중, 경청, 질문, 공감과 같은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웁니다. 그게 CFR입니다. 똑같은 커피도 어떤 바리스타가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듯 많은 커뮤니케이션 강사가 있지만, 저의 경우 비즈니스 코치로서 코칭 스킬을 CFR에 적용해 상당한 공명과 변화를 워크숍 중에 경험했습니다. 아래는 CFR 워크숍 영상인데 한번 보시지요.
OKR의 핵심
목표(Object)는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정성적인 목표를 말합니다. 구체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기업이 미션이나 비전을 정하는 이유나 과정과 같습니다. 다만 개인의 미션을 업무의 레벨로 옮겨온 것이 OKR의 목표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애초에 앤디 글로브와 존 도어는 인간은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전제와 관점을 두고 사람을 바라본 것입니다.
핵심 결과(Key Results)는 사실상 KPI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KR의 핵심은 O가 방향과 철학을 말한다면 보다 명확한 체크 포인트를 채워주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KR은 구체성이 핵심입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KR 하위에 액션 플랜을 설정해 행동지표를 구체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FR은 OKR의 몸체가 되는 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OKR을 작성했다고해도 그게 원활히 잘 소통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CFR이 OKR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OKR은 애자일과 마찬가지로 주요한 원칙과 철학이 중심이지, 정해진 프레임워크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의 OKR과 우리 회사의 OKR이 같을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 문화에 맞는 OKR을 정착시킬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열린 자세로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OKR 철학에 오히려 더 가까운 것입니다. 제일 처음에 OKR을 문화나 철학이 아닌 성과 평가 도구로 사용하는 게 가장 흔한 실수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각각의 조직은 각각의 문화가 있습니다. 저의 말도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각 조직의 문화에 맞추어 최적의 OKR과 CFR 세팅을 열어 놓고 대화하는 게 OKR 도입의 시작입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하며 수집된 많은 정보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조직들이 가진 문제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재 OKR을 주제로 한 책이 3권 나와 있는데 대부분 내용의 절반 이상이 사례 중심, 그것도 해외 사례 중심이라 책만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OKR에선 CFR이 가장 중요한데 CFR은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OKR 도입을 검토하는 조직은 우선 1) 더 유연한 소통을 하는 조직문화, 2) 회사 가치관(미션/비전)의 명문화 및 내재화를 선행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OKR과 관련해 더 궁금하신 내용은 편하게 문의 주시면 친절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