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으로 온 사회가 불안 속에 일상을 보냅니다. 친지들에게 전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설 인사도 이내 ‘조심하라’는 안전의 당부로 바뀐 요즘입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 이후로 열흘 넘게 사태가 지속되고, 지금도 시시각각 확진자가 늘며,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지만 몇 년 전 메르스(MERs)라고 불렸던 중동기호흡기증후군 사태와는 혼란의 정도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메르스 사태와 정부 대응 차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5년, 우리는 소위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미숙함을 넘은 비정상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했고 많은 시민을 더 큰 불안과 위험으로 내몰았던 바가 있습니다. 우선 메르스 사태의 경우 최초 발병자에 대한 관리도 실패하며 골든타임마저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또한 역학조사 전문 인력도 확보되지 않았으며 지자체 및 병원 등 일선 현장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미숙한 대응은 2013년과 사태 발발 바로 몇 개월 전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메르스 감염병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했음에도 발생한 터라 여론의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즉 훈련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는 훈련의 실효도 없었던 셈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메르스 사태 관련 분석
무엇보다도 메르스 사태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정보 은폐였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병원들이 주요 감염 경로였음에도 발병 병원뿐 아니라 발병 지역도 공개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고,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아 괴담 확산을 방관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정보 은폐가 극에 달하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이 아는 메르스 발생 병원을 공개해 공유했고, 익명의 개발자들은 이 정보를 토대로 실시간 메르스 지도 웹사이트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정보 은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태 발생 약 2주 뒤인 6월 6일이 되어서 부랴부랴 발병 병원 목록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3차 감염이 발생한 뒤였습니다.
한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시민들이 큰 불안을 느끼지만 메르스 사태와 같은 정도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불만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메르스 사태에 비해 빠르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정보관리와 소통전략의 실패와 그 반성으로 2016년 위기소통담당관실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위기소통담당관실은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이하 표준운영절차)를 설계해 2017년 공식 적용해 발간하고 2018년에 한 차례 개정을 거쳤습니다.
표준운영절차에서는 ‘소통’이 공중보건 위험 상황의 필수적인 대응 중 하나며, 소통이 통해 부정적인 결과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함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목표를 가졌다고 소통을 개념화합니다. 또한 이미 대중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상황이 도래한 뒤의 뒤늦은 정보 공개는 정보의 불투명성 또는 비밀주의로 비춰져 정부 대응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감염병 활산 시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을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감염병 상황에서 정보에 대한 정부의 관점과 원칙의 변화는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이하 표준매뉴얼)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2019년 표준매뉴얼에는 위기관리 기본방침에 “신속·정확·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국민 불안 해소”를 명시하고 대응 조치에 신속한 일관된 채널로 신속하고 정확한 브리핑을 통해 국민 및 언론에 정보를 공개하고, 다양한 채널로 콘텐츠를 통한 위기 상황 안내 및 행동 요령을 전파하도록 지시합니다.
감염병 상황 정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이 바뀌니 정부에 대한 불신 역시 크게 줄었습니다. 또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정보량이 누적되면서 이를 시민들이 알기 쉽게 조직화 및 시각화해 공유하는 웹사이트와 서비스도 자발적 활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전의 메르스 맵 등이 박근혜 정부의 정보은폐에 따른 자구책으로 발생한 정보 공유 사례였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활동들은 정부가 공개하는 자료를 기반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정부와 시민들의 소통이자 일종의 협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시민 및 언론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정보 공유 웹사이트
이런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정부의 대응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도 존재합니다. 역학조사관이 확대가 안 되어 확진자가 증가하고 접촉자가 늘어날수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어 정정 브리핑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보의 정확성은 결국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개선점입니다. 향후 확진자가 어느 정도까지 증가할지, 사태가 어느 정도 오래 지속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원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