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다. 최근 들어온 신입사원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서에 배치가 되지 않았다고 다음 날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직원을 고용한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될 뻔한 팀원들의 황당함과 퇴사를 한 직원의 분노도 전부 이해가 된다.
물론 ‘그리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하지만 요즘같이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에 이 정도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우선 왜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 필요한 본인의 역할과 자신의 커리어에 필요한 본인의 역할, 두 그림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조직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각자 개인은 회사가 요구하는 일을 주어진 범위 안에서만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만큼 회사가 주는 강제성은 크고 개인의 색깔은 회사의 색깔에 맞추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희생을 감수한 보상으로 회사는 월급을 주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잊을만하면 나오는 수당과 보너스로 우리들의 마음을 현혹했다.
그러나 경제 불황과 저성장으로 이러한 보상이 예전처럼 영원하지 않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당하고 그나마 받은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가 홀라당 날려 먹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나 지겨운 레퍼토리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회사를 위해 희생을 하지 않는다.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곧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회사를 위해 일을 잘하고 싶은 것보다는 본인의 커리어와 자아실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고, 또 그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회사의 이름만 보고 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이젠 취업이 뭐 대수냐는 느낌마저 들 만큼이다.
이런 일들은 비단 신입사원의 일만은 아니다. 기존에 회사를 꾸준하게 다니는 직원들도 본인이 더 성장할 곳이 있거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이직을 선택한다. 이젠 회사와 충성이라는 단어는 함께 있으면 어색한 단어가 되었다.
명확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회사에 맹목적으로 열정과 젊음을 바치는 사람들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퇴사하면 본인의 색깔을 찾기 위해 당당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을 향해 부러움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줄 만큼 회사가 각자의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는 점점 옅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 괜히 불안해진다. 나는 지금 잘하는 걸까? 신입사원 때보단 발전했을까? 내 커리어는 지금 똑바로 잘 가는 걸까? 이 회사가 평생직장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불안과 잡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근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걸.” “회사에서 딴생각할 겨를이 없는걸.” “회사만 다녀도 피곤한데 언제 저런 고민까지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물론 직장인은 참 바쁘다. 빠듯한 일정에 맡은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늘 일이 쌓여 있고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계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주변을 들러봐도 수시로 내려오는 회사의 지시 사항과 주어진 업무에만 매달려 하루하루를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이런 환경에서 “나의 성장을 위해 굳이 더 노력해야 하나.” “얼마나 고생해서 취업한 회사인데.”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회사가 요구해서 하는 일이다. 조직이 클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 주도로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누군가의 손발이 되어 주는 작업만 할 뿐 정작 내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직의 한 일원으로 접해보기 어려운 큰 사업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그 성장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결국 회사가 주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면, 하던 일만 하고 새로운 일을 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본인의 커리어와 미래의 모습이 회사의 크고 작은 결정으로 좌지우지될 확률이 높아지고 인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바쁜 일정 속에서도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능력이 부족해 서투를지라도 본인만의 통찰력과 창의력으로 아이디어 기획부터 콘셉트 구상, 실제 결과물 도출까지 전 프로젝트 과정을 경험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그럼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