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능력을 평가할 때 그 개인이 아닌 그의 팀을 봐야 할 때가 있다. 예컨대 유비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와의 대화만으로 그의 잠재력을 다 알아볼 수 있을까? 그의 옆에 붙어있는 관우와 장비의 능력, 혹은 수십 명의 우수한 팀원들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볼 것 같다. 그들이 무슨 연유로 거기 붙어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간에 유비는 거대한 ‘행정력’이 있는 팀을 가졌으니, 홀몸의 인재와 비교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의도에서 다른 회사 다른 직무로 전직하는 친구들이 가끔 나에게 상담을 부탁할 때가 있었다. 프런트 오피스 업무를 세 가지 경험해봤기에 나름 신선한 관점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팀장이 팀을 세팅하는데 과장급인 나한테 함께 하자고 설득하더라’는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회사, 다른 부서의 팀장이 인연도 없이 상대방의 인상과 대략의 경력만 듣고 이직을 권한다? 뭔가 석연치 않다면 그 팀장 주위에 어떤 오른팔과 왼팔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차·부장급의 팀장이라면 10여 년의 경력 중에 단 한두 명이라도 함께 움직이는 팀을 만들었을 터다.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 일하는 사람은 실무자급이다. 리더십을 준비한 사람은 옆에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이 그 팀장의 행정력이다. 그 캐파(Capacity, Capa)가 뛰어나면 좋은 팀장이고, 없으면 당장 신뢰하기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그런 오른팔이 없어서 나한테 건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잘 생각해보자. 그에게 그런 오른팔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10년간 10번 이상 찾아왔을 것이다. 직속 부하, 옆 팀 후배, 개인적으로 만난 관계, 제휴사의 담당자. 10번 중 단 한 번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런 리더를 처음 만난 내가 일으켜주려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을 다 걸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하시라. 관우의 자리, 즉 이인자의 자리를 쉽게 탐하기 전에, 이인자로서 버텨내야 하는 모든 일을 생각해보시라. 또 6개월이 지나고 보니 폭언이나 배신으로 악명 높은 사람이면 어쩔 것인가. 증명된 것이 하나도 없다.
사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뛰어난 개인을 만나도 그의 역량보다 팀의 역량을 더 볼 수밖에 없다. 팀이 한마음으로 리더를 따르는지, 고민하고 빈틈을 메꾸는 출중한 중간 관리자가 있는지, 이런 점이 그 사업가의 손 위에 있는 행정력을 이야기해 주는 것 아닌가.
제법 자본금이 큰 회사의 대표라도 참모진이 형편없어서 매우 고립되어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님은 초인적 노력을 하며 또 이인자는 대단한 사람을 앉혔는데, 3–5인자 정도의 허리 라인에 적당한 관리자가 없는 경우도 많이 본다. 사실상 둘이서 일을 다 해야 한다. 한편 최소한 너덧 명 이상의 인상적인 참모진을 갖추면 폭발적인 사업 추진력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A팀 혹은 코어 리더십 팀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팀을 갖추느냐 마느냐에 성공의 99%가 달렸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 개인 사업자나 전문 직종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제휴나 하청업체 등에서 손 맞는 팀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행정력이 된다. 혹은 함께 고민해서 참모 역할 이상을 해주고, 급할 때 발로도 뛰어주는 네트워크들이 이런 역할을 해주지 않나 한다.
요는 한 사람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할 때도 그가 주변의 자원을 다룰 수 있는 전체적인 무형자산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얼마나 많은 재능을 직접 통제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지 이게 결정적이다. 정말이지 외롭고 고독하게 자신의 재주만 믿고 살아가다 나이가 드는 사람을 많이 본다. 40세가 넘으면 개인의 능력만으로 무언가를 논하기 힘들다. 타이거 우즈나 현빈 같은 스타라 해도 출중한 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리라.
우리도 모두 마찬가지다. 주위의 후배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밥 한 끼 살 기회가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사고, 도움 줄 것 있으면 무엇 하나라도 퍼주시라. 특히 상대방이 같이 일할만한 사람이라면 오랜 세월을 투자해두는 것이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어쩌면 그가 당신을 고용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원문: 불릴레오 천영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