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먼 루이스(Simon L. Lewis)와 마크 마슬린(Mark A. Maslin)의 책 『인간 행성: 인간은 인류세를 어떻게 창조했는가(The Human Planet: How We Created the Anthropocene)』(2018)의 서론 「인류세의 의미」를 번역한 글입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단 하루로 압축한다면, 우리와 닮은 최초의 인간은 자정이 되기까지 4초가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나타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는 널리 퍼져서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정착했다. 현재 지구는 인류 역사의 어느 때보다도 평균적으로 수명이 더 길고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지내는 75억 명의 사람을 부양한다. 이 짧은 시기에 인류는 대단히 강력한 문화가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연결망을 만들어 내었다.
이 여정 동안 인류는 또한 야생 생물을 멸종시키고 숲을 벌목하고 곡물을 경작하고 동물을 가축화하고 오염을 일으키고 새로운 종을 창조하며 다음 빙하시대도 지연시켰다. 지질학적으로는 최근의 사건이지만 지금까지 인류의 존재는 우리의 집 지구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간들은 현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최초로 단 하나의 종이 지구의 미래를 점점 더 좌우한다. 과거에는 운석과 거대화산, 대륙의 느린 판 구조 운동이 지구의 기후와 지구에 거주하는 생명 형태들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지금은 지구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자연력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 이른바 ‘현명한’ 인간이다.
인간 행위의 영향력은 많은 사람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심대하다. 전 지구적으로 인간 활동은 매년 여타의 자연적 과정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토양과 바위, 퇴적물을 움직인다. 여태까지 인간들이 생산한 콘크리트의 총량은 지구의 표면 전체를 두께 2mm인 층으로 덮을 만큼 충분하다. 지금까지 인간들이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제조해서 거의 모든 음용수에 매우 작은 섬유 형태로 플라스틱이 유입되었다.
우리는 생명에 필요한 원소들의 지구적 순환을 교란한다. 공장과 농장은 대기에서 질소를 지구의 자연적 과정들 전체만큼이나 제거한다. 산업혁명이 개시된 이후로 우리는 2.2조 메트릭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했는데,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4% 증가했다. 이 사태로 인해 세계의 대양이 산성화하고 지구의 온도가 상승한다.
또한 우리는 지구 생명을 직접 변화시킨다. 오늘날 지구에 살아 있는 나무는 대략 3조 개인데, 이것은 농업이 시작되었을 때의 6조 개에서 줄어든 것이다. 농지에서는 해마다 48억 두의 가축이 생산되고, 게다가 48억 톤의 5대 곡물, 즉 사탕수수와 옥수수, 쌀, 밀, 감자도 생산된다. 또한 우리는 매년 해양에서 8,000만 톤의 생선을 추출하는 동시에 추가로 8,000만 톤의 생선을 양식한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 행위의 영향을 받는다.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동물의 개체 수는 지난 40년에 걸쳐 평균 58% 감소했다. 멸종은 흔한 일인데, 지구에 인간이 출현하기 이전에 나타난 전형적인 속도보다 1,000배나 빨리 진행된다.
육지에서는 오늘날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대형 포유류의 중량을 재면, 그중 겨우 3%만이 야생에서 산다. 나머지 중량은 전체의 대략 30%를 차지하는 인간의 살과 더불어 잔류 중량 67%를 차지하는 가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에서는, 저산소 데드 존(dead zone)이 245,000 평방킬로미터의 연안 해역에 걸쳐서 나타났다. 우리는 인간이 지배하는 행성에서 살아간다.
이들 진술의 함의는 심대하다. 인간 활동의 누적적 영향은 지구의 역사에서 일어난 다른 행성적 규모의 지질학적 사건들에 못지않다. 그리고 인간의 경우에, 농경이 출현했고 점점 더 복잡한 문명이 발달한 1만 년 전에 개시된 이례적으로 안정한 환경 조건이 종결되었다. 우리는 더 큰 가변성과 극단의 시대에 진입해버렸는데, 그 반향은 이제 막 이해되기 시작한다. 인간은 빠르게 변화하는 행성에서 번성할 수 있는가, 아니면 미래는 인간의 암울한 생존인가, 또는 심지어 인간의 멸종인가?
과학자들은 ‘인간’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낱말과 ‘최근 시대’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낱말을 결합함으로써 이 새로운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명명했다. 인류세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질학적 절대 강자가 된 시기를 서술하는데, 요컨대 지구는 오랫동안 전개된 자신의 역사에서 새로운 경로에 접어들게 되었다. 인류세는 인류의 역사와 생명의 역사, 지구 자체의 역사에 있어서 전환점이다. 인류세는 생명의 연대기의 새로운 장이자 인간 이야기의 새로운 장이다.
인류세는 최대의 위기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관념은 매우 방대해 위기 상황이 축소될 수 있다. 지질학적 시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구의 역사에서 잇따른 각각의 시대는 지구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를 가리키는데, 일반적으로 당대에 살아 있는 생명 형태들에 코드화된다. 지질학적 시대는 대체로 수백만 년 동안 지속한다. 인간 시대의 실재를 파악하는 것은 두 배로 어렵다. 우리는 인간 종이 존재한 기간보다 더 오래갈,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를 생각조차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인류세를 기후변화 또는 지구적 환경변화의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인류세는 이들 중대한 위협을 훨씬 더 넘어서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래전에 지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영향은 한낱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보다 그 뿌리가 훨씬 더 깊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시대에서의 삶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더 광범위해야 할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빠른 지구적 기후변화에 관해 언급한 대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인류세는 이것 이상의 것도 포괄하면서 인간 행위가 지구에 미치는 거대하고 광범위한 모든 영향을 요약한다. 인류세는 말한다. 이것이 모든 것을 영원히 바꾼다.
우리의 집인 지구의 변화를 견인하는 ‘인류’라고 불리는 단일한 존재자는 없는데, 특정한 인간 집단들이 각각의 영향을 초래한다. 그런데도 이들 행동에 대한 분석은 특정한 유형의 동물로서 인간이 특별한지 물음을 제기한다. 다른 종들은 자연적 한계가 그 증식을 멈출 때까지, 식량 공급이든, 거주 장소든, 어떤 다른 필수 욕구든 간에, 자원을 소비한다. 이들 공동체는 방대한 새로운 자원을 입수함으로써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고―페트리 접시 속 박테리아의 통제 불가능한 증식이나 호수 속 조류의 대량 발생에 관해 생각하라―그다음에 자원이 소진됨에 따라 붕괴한다.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이 대략 20만 년 전에 출현했지만, 인구는 1804년이 되어서야 10억 명에 도달했다. 그다음에 20억 명을 돌파하는 데에는 단 1세기가 걸렸을 뿐이다. 인구가 60억 명에서 70억 명이 되는 데에는 겨우 12년이 걸렸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인구는 기하급수적 속도보다 더 빨리 성장했는데―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이 점점 더 짧아졌다―1960년대 이후로 그 속도가 둔화했지만 말이다. 당연히 우리의 영향 역시 인간이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지와 관계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적 경제는 6배 증대했지만, 인구는 2배 성장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자원 사용과 환경 영향의 폭증은 인구에 비해 지나치다. 그래서 우리의 행성적 생명 지지 체계를 구성하는 육지와 해양, 대기권의 취약성을 참작하면, 경제를 비롯한 인간의 기획은 계속해서 무한정 팽창할 수 있는가? 우리는 다른 종들의 기하급수적 성장-붕괴 순환을 피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류세는 인간 발전의 최종 단계인가?
이것은 인류세를 인정함으로써 전해줄 수 있는 한 가지 이야기에 불과하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인간 시대가 우리 환경과 우리 운명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미래를 상징한다. 어쩌면 우리는 ‘신神 종’, 즉 호모 데우스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는데, 요컨대 기술을 영리하게 동원함으로써 우리 문제를 해결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인간이 견인한 시대가 오만의 극치,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라는 환상이 저지른 궁극적인 바보짓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구를 너무나 많이 자극해서 괴물을 깨웠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견해가 무엇이든 간에, 인류세라는 기이하게 들리는 과학 용어의 바로 표면 아래에는 인류와 우리가 거주하는 행성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과 더불어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연계된 과학과 정치, 철학, 종교의 격렬한 혼합물이 있다.
이것들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인류세가 인간이 최초로 불을 사용하거나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을 때 개시되었다면, 환경변화는 한낱 인간 조건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다시 극단적으로, 인간 활동이 단지 최근 수십 년 동안 지구를 변형했을 뿐이라면, 우리는 소비자본주의의 발전과 기술의 역할을 의문시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지구에 일으키는 변화는 대응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됨으로써 지구가 지난 10,000년 동안 기후가 비교적 안정된 시기를 벗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날씨의 가변성과 극단성이 증가하는 사태는 인간의 건강과 안전, 번영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 가지 대응책은 화석연료를 더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한 대응책으로는 지구의 기후를 안정화하기 위해 지구공학―지구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거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의 일부를 우주 공간으로 반사하는 것처럼, 지구의 자연적 과정들에 대한 그런 의도적인 대규모 개입은 뜻밖의 심각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지구에 다른 영향을 미치면서 지구의 기후를 안정화하는 다른 해결책은 더 나을까?
쉬운 대응책은 전혀 없지만, 사회는 점점 더 이런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일단 우리 자신을 자연력으로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누가 이 거대한 힘을 조정하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집인 지구는 단일한 통합 체계로 작동하는데, 해양과 대기권, 지표면이 모두 상호연계되어 있다. 이런 ‘지구시스템’은 물리적 요소와 화학적 요소, 생물학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생명이 최초로 출현한 대략 40억 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한 생물학적 요소는 오늘날에도 지속하는, 행성을 변화시키는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미생물, 그리고 나중에는 식물이 지구의 전개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호모 사피엔스는 최근에 추가된 생명체다.
이 책은 우리의 선행 인류 조상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뇌가 거대한 이 동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승하는 사태를 추적해 보여준다. 이어지는 장은 연대기적으로 진전되는데, 요컨대 지구의 탄생에서 시작해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끝난다. 이 책은 인류세에 중추적인 네 가지 주요한 주제에 기초를 둔다.
첫 번째 주제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 환경변화는 오늘날 인간 행위가 새로운 자연력을 구성하는 정도까지 증가했는데, 생명을 품었다고 알려진 유일한 행성의 미래를 점점 더 결정한다. 그리고 지구의 긴 역사에서 나타난 과거 일화에서 그런 것처럼, 이 새로운 인간 시대는 미래의 암석이 될 지구의 자연적 데이터 저장 장치, 즉 지질학적 퇴적층에서 포착된다. 이런 변화와 그에 따른 지워지지 않는 표식은, 지구 역사의 과거에서 일어난 변화들과 주의 깊게 대비될 때, 인류세가 진정으로 새롭고 중요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인류세에 관한 과학적 탐구가 일반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주제다.
그렇지만 지구 역사의 이 새로운 장을 이해하려면, 오늘날의 행성적 변화를 먼 과거의 변화들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보다 더 깊은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류세는 인간 역사와 지구 역사의 교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지배의 행성이 창출된 사태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주변 환경을 변화시킨 역사와 이들 변화의 유산도 참신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과학자로서 우리는 지구 시스템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 역사를 재해석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 책의 두 번째 주제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 주제
인간이 동아프리카를 벗어난 행진에서 오늘날 지구적으로 연결된 문화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를 추적해 보면, 인간 사회뿐 아니라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환경 영향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네 가지 주요한 전환이 나타나는데, 두 가지는 에너지 사용의 패턴과 관련이 있고 두 가지는 인간의 사회적 조직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인간 발달 이중 2단계(human development double two-step)’라고 부를 것인데, 각각의 전환은 지구 시스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전환
인간 사회는 수렵채집 사회의 형태로 세계 전역에 확산했다. 대략 1만 500년 전에 시작된 첫 번째 전환은 농경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은 다른 종들이 인간의 목적에 복무하도록 길들임으로써 태양 에너지의 더 많은 부분을 포획한다. 수천 년 이내에 거의 모든 곳에서 수렵채집이 농경으로 대체되었다. 이들 농부는 풍경을 전환했고, 게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기권의 화학을 변화시켜서 지구의 기후가 안정화되었다. 공교롭게도 농경은 이례적으로 안정한 우리의 집 지구를 가로지르는 환경 조건을 창출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문명이 발달할 시간을 얻게 되었다.
두 번째 전환
두 번째 것은 조직적 전환이었는데, 16세기 초에 서유럽인은 나머지 세계의 넓은 영역을 식민화하기 시작하면서 최초의 지구화된 경제를 창출했다. 사적 이윤의 추구로 견인된 새로운 세계 질서가 생성되었다. 이들 새로운 교역로는 사상 초유로 세계를 연결했다. 작물, 가축, 그리고 그저 편승한 많은 종이 새로운 대륙들과 해양들로 이주했다.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불리는 이런 해양 간 종의 교환에 힘입어 지구 생명의 현행 지구적 재편이 개시되었다.
이처럼 2억 년 만에 최초로 대륙들이 다시 연결됨으로써 지구 시스템은 새로운 발달의 궤적에 들어서게 되었다. 1492년에 개시된 유럽과 아메리카의 충돌은 새로운 지구적 경제와 새로운 지구적 생태를 낳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최초의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이런 신흥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은 확산해 결국에는 거의 모든 인간을 포섭할 것이었다.
세 번째 전환
세 번째 전환은 가용 에너지의 또 다른 비약적인 변화에 의해 견인되었는데, 요컨대 사람들은 태양에너지의 오래된 응축물을 대량으로 채굴하고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 화석연료는 18세기 말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였다. 대규모 생산은 공장 주위에 집중될 수 있었고, 인간은 점점 더 도시 종이 되었다. 한 가지 중대한 행성적 변화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한 사태였다.
260만 년 동안 지구는 한랭한 빙하기와 온난한 간빙기를 주기적으로 거쳤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간 행위가 두드러진 영향을 끼쳤는데, 그다음에 예정된 빙하시대를 지연시키면서 새로운 행성 상태, 간빙기보다 더 온난한 상태인 초간빙기를 창출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지구는 모든 인간 문화가 진화한 환경 조건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네 번째 전환
여태까지 이루어진 마지막 전환인 네 번째 전환은 전 지구에 걸쳐 후속적으로 일어난 조직적 변화에 의해 견인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단의 새로운 지구적 제도가 창출되었는데, 요컨대 인간 보건과 물질적 번영의 개선과 더불어 지구적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낳았다.
환경사가들은 이들 변화와 그로 인한 환경영향의 크기와 종류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으로 서술한다. 1945년 이후로 원소들의 지구적 순환과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의 변화가 지난 10,000년의 조건 범위를 벗어나 버림으로써 지구적으로 사회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인간 문명의 미래와 관련된 위험한 실험이 개시되었다.
세 번째 주제
이제 이 책의 세 번째 주제를 다루자. 그 네 가지 중대한 전환 중 어느 것이 인류세의 시작에 해당하는가? 시기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인류세에서의 삶에 대한 정치적 반응을 형성하는 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매우 이른 시기는 오늘날의 지구적 환경변화를 정상화하고 경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 그 시기를 산업혁명에 두는 것은 오늘날 환경 문제의 영향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부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상황을 참작하면, 누가 인간 행위가 자연력이 되는 시기를 중재해 획기적인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 대답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위원회들의 네트워크인데, 이들 위원회가 인류세가 지질 연대(Geologic Time Scale)로 알려진 지구의 공식적인 지질학적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심의는 문제를 내포했고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는데, 몇 년 동안 더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는 인류세의 시작 시기에 도달할 단순한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지구가 새로운 상태로 접어듦을 입증했기에, 지구 역사의 과거 시대들이 규정된 것과 꼭 마찬가지 방식으로, 지질학적 퇴적층을 살펴봄으로써 시대를 규정해야 한다. 지질학적 퇴적층에서 나타난 특정한 화학적 변화나 생물학적 변화를 선택해 인간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퇴적층의 시작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이런 표식은 세계 전역의 다른 퇴적층들에서 나타난 변화와 서로 연관되어야 한다. ‘황금못(golden spike)’으로 불리는 그 표식은 이렇게 말한다.
이 표식 이후에는 지구가 새로운 상태로 접어든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안된 다양한 황금못을 철저히 조사했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지질학적 기준이 충족되는 가장 이른 시기는 남극의 얼음 코어에서 포착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단기적이지만 현저한 감소로 특징지어지는 1610년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는데, 이 해에 그 농도가 최소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를 가리키는 라틴어 낱말을 차용해 오르비스 스파이크(Orbis Spike)로 불리는 그 표식은 지질학적 퇴적층에서 콜럼버스의 교환을 볼 수 있는 시기를 나타낸다.
대체로 그 감소가 일어난 이유는 유럽인들이 천연두 및 다른 질병들을 아메리카 대륙에 최초로 들여옴으로써 수십 년 사이에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죽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회가 붕괴함으로써 대단히 넓은 영역에 걸쳐 농경지가 숲으로 다시 전환되는 바람에 성장하는 나무들이 대기권에서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흡수해 지구가 일시적으로 냉각되었는데, 이 시기는 인류세의 장기 온난화가 개시되기 이전 최후의 지구적 냉각 국면이다.
1610년 오르비스 스파이크는 오늘날 지구적으로 상호연결된 경제와 생태의 개시를 알려주는데, 지구는 새로운 진화의 궤적에 들어서게 되었다. 또한 그 표식은 호모 사피엔스가 환경과 맺은 관계의 결정적인 변화―농업적 생활양식에서 이윤 주도의 생활양식으로의 변화―로 판별되는 두 번째 전환을 가리킨다. 서사적으로 표현하면, 인류세는 광범위한 식민주의와 노예제로 시작되었는데, 요컨대 인류세는 사람들이 환경을 다루는 방식과 사람들이 서로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 주제
이제 우리는 이 책의 마지막 주제, 인류세에서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인간 사회로의 다섯 번째 전환, 어쩌면 인간의 환경영향을 약화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전환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상황은 페트리접시 속 박테리아의 상황―가용 자원을 소진할 때까지 증식한 다음에 거의 모두가 죽게 되는 상황―과 유사해 인간 사회의 붕괴를 향해 나아가는가? 또다시, 지구 시스템 과학의 렌즈 덕분에 우리는 그 물음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인간 사회를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로 여긴다. 그런 체계는 변화가 후속 변화를 강화하는 되먹임 고리에 사로잡히면 한 상태에서 다른 한 상태로 변화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네 가지 전환을 분석함으로써 각각의 전환에서 이런 자기 강화적 고리가 존재하고 새로운 상태가 출현함을 볼 수 있다. 요컨대 농업적 생활양식, 상인자본주의적 생활양식, 산업자본주의적 생활양식, 그리고 소비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이 차례로 출현했다.
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 사회는 항상 더 큰 에너지 사용, 더 큰 정보 가용성과 집단적인 인간 행위 주체성의 증가, 그리고 더 큰 환경영향에 의지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별난 자연력이 되어 버린 방식을 설명하려면 인간 사회의 비선형 역사와 더불어 추가 에너지와 정보 가용성의 동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16세기의 초기 근대 세계 이후로 두 가지 상호연계된 자기 강화적 되먹임 고리―더 많은 이윤을 생성하기 위한 이윤 투자와 과학적 방법으로 항상 더 커지는 지식의 생산―가 세계의 문화를 점점 더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힘에 힘입어 환경변화를 비롯해 변화 속도가 항상 증가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매년 3%씩 성장해 25년마다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다고 예상되는 지구적 경제의 기하급수적 성장의 결과다.
경제가 소규모였을 때는 그 규모의 배증이 거의 영향력이 없었는데, 인간의 생애 동안 경험하는 변화는 일반적으로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매우 큰 경제의 규모가 배증하고, 곧 다시 배증함에 따라 사회와 지구시스템에의 항상 더 극적인 변화가 규범이 되었다. 이들 사회변화와 환경변화의 증대는 인간 사회의 새로운 배치 아니면 그것의 붕괴를 가리킨다.
새로운 생활 양식에의 다섯 번째 전환은 만만찮은 전망이다. 하지만 전후 안정이 삶을 개선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더 높은 에너지와 더 많은 정보 상태에의 새로운 전환은 인간의 자유를 급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대부분의 환경 훼손도 원상태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곧 닥쳐올 전환이 뜻하는 바는, 향후 몇십 년 동안에 이루어질 정치적 선택이 훨씬 더 장기적인 시기에 걸쳐 인류의 대부분에 대한 행로를 설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희망은, 인간이 지배하는 지구에서의 삶에 대한 인도적이고 지적인 반응을 고안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걸려 있는지 조명하는 것이다.
인류세는 최근에 과학에서 출현한 가장 눈에 띄는 관념 중 하나다. 그 관념은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그 관념은 지적으로 면밀한 검사를 견뎌야 하고 우리의 집단적 행동을 지속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이 맞닥뜨린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인식이 늘어난다는 점을 참작하면, 인류세는 그런 종류의 희귀한 역량을 갖출 것이다.
우리는 인류세를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창출한, 지구적으로 상호연결된 거대 문명이 끼치는 장기적 영향과 더불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세계를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인류세는 우리가 미래를 호모 사피엔스라는 우리가 자신에게 부여한 이름, 즉 현명한 인간에 더 걸맞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가능할 것인데, 그 이유는 인류세가 우리의 자기 감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소수의 과학적 발견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과학적 발견들은 인간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1543년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함을 증명했다. 우리는 우리 태양계의 중심에 자리 잡지 않았다. 나중에 찰스 다윈이 1859년에 출판한 책 『종의 기원』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인원 조상의 후예임을 밝혔다. 우리의 기원이 특별하지 않고 그저 생명의 나무의 일부일 뿐이다. 더 최근에 케플러 위성과 망원경은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 수십억 개의 은하 중 한 은하에 속하는 수조 개의 행성 중 하나에 불과한 행성에서 살아감을 보여주었다.
인류세의 인식은 이 추세를 반전한다.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유일한 행성의 미래는 점점 더 인간의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은 그 우주적 중요성이 거의 50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한 후에 이제 다시 우주의 중심으로 귀환했다. 우리 시대의 한 가지 핵심적인 과학적 난제는 우리가 지닌 힘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그 힘을 이해하고 나서야 우리 시대의 정치적 문제에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원문: 사물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