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믿고 먹는 햄버거보다 ‘믿고 거르는’ 햄버거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안 그래도 롯데리아 특유의 적은 양이 고객들을 떠나게 하는 것은 물론이며, 과거부터 이미 경쟁하던 버거킹과 맘스터치 등이 ‘가성비’와 ‘양’을 강조하면서 시장을 치고 들어오며 기존 롯데리아를 이용하던 고객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2019년 말, 과거 한 시대를 주름잡던 롯데리아의 명성은 과거에 비해 점점 퇴색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롯데리아를 떠나 있던 고객들, 혹은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는 고객이 유일하게 롯데리아에 달려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다. 롯데리아는 특히나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자사 제품을 구매할 시, 한정판 굿즈를 특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마케팅 메시지를 내세우며 고객들을 애태운다.
실제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많은 사람의 기대평과 후기가 가득한데, 이런 행사들이 계속 쌓이면서 롯데리아는 과거의 그 명성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쯤 찾아가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와 그 궤를 달리한다. 물론 이런 방침을 지금 좋은 전략이라고, 혹은 좋지 않은 판매 방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롯데리아는 롯데리아 나름대로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찾은 듯하다.
‘다시는 사 먹지 않겠어’라고 다짐하던 고객들을 잠시나마 무장해제시키는 비결은 ‘굿즈’에 있다. 특히나 최근 유행하는 캐릭터의 굿즈를 판매하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가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든다. 심지어는 굿즈를 얻을 목적으로 이 매장 저 매장을 방문하는 ‘모험가’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기업은 컬래버레이션 형태의 프로모션 마케팅을 해서 고객의 구매를 활성화하고, 이로 인해 과거 빠져나간 고객을 다시 데려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캐릭터를 활용해 굿즈를 제작해 프로모션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굿즈들을 보고 반응하고, 굿즈를 사기 위해 그들의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서 기업은 소비자의 심리 곳곳에 다양한 넛지를 심어 넣는다. 오늘은 굿즈에 숨은 넛지를 알아보며, 우리가 왜 소비를 하고 싶게 되었는지 분석해볼 예정이다.
무민세대? 의미 없는 소비? 소비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혹자들은 필요한 물건은 그렇게 고민하면서, 막상 ‘필요’도 없는 물건을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는 것을 일컬어 ‘무민세대’라고 정의하곤 한다. 무민 세대란 없을 無와 의미라는 뜻의 Mean을 결합한 합성어로, 무의미에서 꾸밈없는 의미를 찾는 요즘의 20,30대의 세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이들은 복잡한 현실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들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무의미한 것들에 새로운 관심을 준다. 굿즈란 일반적으론 그 용도가 한정적이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제품이지만, 이들에겐 단순히 수집하는 즐거움과 그것들의 외형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주기 때문에 소비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굿즈 구매가 ‘의미 없는 소비’이며 이를 소비하는 대상, 특히 2030 세대를 무민세대라고 정의하기엔 최근에는 이 소비 풍토가 10대 및 40–50대 이상 세대에게도 확대되는 모양새이다. 일례로 ‘뉴트로’ 열풍이라는 말로 지금은 잘 쓰지도 않고 기능도 좋지 않은 카세트테이프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무선 이어폰이 34만 원인데 애플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구매한다. 단순히 세대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를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기능과 편리를 소비하던 시대는 지났다
첫 번째로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해야 한다. 과거 기술의 발전이 더디거나 새로운 제품 자체가 큰 이슈가 되던 시절,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기능을 경험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기능으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거나, 새로운 성능을 탑재한 차량, 새로운 성분이 들어간 생활용품 등에서 기업은 단순하게 기능이 개선되었다. 편리해졌다는 문구만 넣어도 고객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구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에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계속 고도화될 줄 알았던 기술의 발전이 더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다양한 기능이 새로운 버전의 제품에 추가되었지만 지금은 카메라 화소나 디테일한 기능이 추가되는 정도다. 고객들도 기술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디테일한 기능 자체를 마케팅 메시지로 강조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제품에 ‘감성’을 넣어 승부하게 된다.
실제로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의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초기 형태 또한 기업의 브랜딩 메시지를 단순히 광고에 어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신제품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는 경우도 많아졌으며, 브랜드와 관련된 제품을 담은 ‘브랜드 팝업 스토어’가 생겨 인기를 끌 만큼 ‘감성’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것 또한 꽤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의 발전뿐 아니라 사람들이 더 이상 기능적인 편익과 이로 인해 느끼는 가치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최고 성능의 제품이 나와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맞지 않으면 사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의미 없는 소비’의 측면이 아니다. 더 이상 기능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디자인? 심플함? 소비자는 이제 안정감을 산다
감성 마케팅의 시대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감성적인 문구를 보고 반응하고, 열광할까? 물론 과거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감성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소구하는 경우가 이제는 너무 많아, 지금은 오히려 SNS를 잠깐만 찾아봐도 감성적인 문구와 메시지로 고객들을 설득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다시 소비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감성적인 메시지를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감성적인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곳’에 끌리며, 사람마다 감성과 취향이 다양해서 #분위기좋은곳 #네온사인 등 여러 키워드로 유혹한다. 과거에는 누군가 추천해 준 곳을 가거나 소비했다면, 지금은 소비자들 스스로 인스타그램이나 검색을 통해 내 취향과 선호하는 느낌에 맞는 공간과 제품을 소비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디자인의 개선이나, ‘보여주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보여주는 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도, 이제 소비자들은 그 위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나 보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어떤 것에 소비하는 것일까? 바로 ‘안정감’이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하고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를 결심하는 것이다.
1) 일관되고 안정적인 느낌
쉬운 예시로 카페에 갔는데 디자인이 어떤 곳은 심플한 느낌을 주다가, 어떤 곳은 화려한 느낌을 준다면 어떻겠는가? 왠지 모르게 난잡할 것이다. 난잡한 느낌을 받는다면 소비하는 공간과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며, 한 번은 방문했지만 두 번은 방문하지 않는 고객이 된다. 이렇듯 모든 제품과 서비스부터 공간까지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핵심적인 느낌이 필요하다. 그 느낌이 심플한 느낌이든 화려한 느낌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어느 하나에 ‘흠’이 생기거나 통일성에 어긋나면 소비를 선뜻 망설이게 된다.
2)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
심리적인 안정감 또한 소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인형뽑기방에 들어가 귀여운 인형을 뽑기 위해(심지어 뽑히지도 않을지도 모르는 그 인형을) 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수많은 굿즈에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제품을 구매함으로 인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인형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고, 그 브랜드의 메시지가 들어간 수첩을 구매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기분 좋기 위해서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소비 자체를 ‘자기만족’으로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사회의 트렌드가 변해 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 소비는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하는 것인데,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기에 소비 자체가 일종의 ‘취미활동’이 된 것으로 보면 된다.
3) 그 브랜드의 안정감
소비를 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와 비슷하다. 해당 브랜드가 내일 없어질 브랜드라면 구매를 망설일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필요하다고 구매하거나 좋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한 후 a/s 등의 서비스까지 구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 제품이 강조하는 메시지에 공감하고 이를 구매하는 것, 그리고 이 제품의 브랜드 가치(디자인이나 사용성 등)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 제품을 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안정적인 메시지로 운영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현재의 소비는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매함으로 인해 얻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산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좋아 보이는 것을 산다고 해서 그들의 소비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굿즈 이벤트에 숨은 심리적 유인
굿즈를 활용한 이벤트에는 현재의 소비 패턴과 이를 끌어들이는 유인들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시너지를 낸다. 가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SNS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굿즈를 준다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굿즈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어 실제로 굿즈만 사거나 받고 고객이 되지 않는 체리피커(cherry-peaker)가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굿즈라는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기업이 실제로 고객들에게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도록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그렇다면 굿즈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상대성 강조: ‘어차피 살 거 좀만 더 보태’
굿즈 이벤트의 거의 대부분은 ‘n원 이상 구매 시, 해당 굿즈가 m원’이라는 형태로, 구매라는 조건을 완수하면 굿즈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거나, 구매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굿즈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벤트가 진행된다.
- 조건을 걸어놓음으로 인해 ‘제품 구매’라는 목표를 고객들이 충족하도록 하게 함이며,
- 굿즈의 가격을 임의로 싼 것처럼 비교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굿즈 이벤트를 참여하기 위해 구매 목적을 충족하는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위의 예시 이미지를 보면, 8,000원 이상 구매 시 쿵푸팬더 굿즈를 2,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문구를 봤을 때 1,500원이면 살 도넛을 최소 1만 원에 사야 한다는 것에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굿즈 가격인 2,000원을 작게 쓰여진 구매 조건과 비교한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굿즈가 싸게 느껴지며 저렴한 가격에 굿즈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소비를 다시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8,000원을 채울 수 있을지에 혈안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이벤트의 장벽(허들)이 될 수 있는 구매 조건을 작게 만들고, 할인 금액을 임의로 크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2) 희소성: ‘100개 한정’
고객들이 가만히 있어도 굿즈를 사도록 목매게 하는 방법은 굿즈에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추가하는 것이다. 모든 제품은 ‘한정판 제품’을 명시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판매량이 높다. 지금 사지 않으면 내일은 살 수 없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고, 나만 저 제품을 구매해 소장한다는 가치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굿즈 이벤트에는 ‘선착순 100명’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등 소비자들을 홀릴 만한 문구를 전면에 드러내 소비자들이 굿즈에 희소가치를 느껴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3) 보고만 있어도 내 것처럼 느끼도록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때, 굿즈는 고객이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 비치된다. 특히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계산대인데, 이 계산대 앞에서 굿즈를 보고, 심지어 견본품을 보며 굿즈를 가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굿즈가 고객이 잘 보이는 곳 앞에 있는 이유는 고객이 그것을 체험하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은 것보다 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맥북, 그램 등 비싼 가격의 노트북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고객들이 직접 사용해 봄으로써 구매의 기준이 형성되고 이를 구매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아서다.
우리는 필요보다는 성취감을 산다
실용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굿즈를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며, 소비의 패턴이 점점 고도화되고 달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이제는 객관적으로 ‘필요한 제품’과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을 때 내게 만족감을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것이 소비자와 나를 이해하는 길이다.
오늘, 갑자기 생긴 ‘필요성’에 앞뒤 재지 않고 무엇인가를 구매하지는 않는가? 적은 금액이든 많은 금액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제 우리는 필요하다고 사지 않는다. 샀을 때의 그 기분을 어디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아닐까.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