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게임의 리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나친 리얼리티는 몰입에 방해를 주지만, 반대로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것 역시 게임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예를 들면 옆에 뻔히 열쇠가 있는데 못 찾고 있다던가(보통 소리를 지르죠. 이런 멍청한 AI!)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갈 수 있는 길 같은데 갈 수 없는 등의 사소한 것들이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죠.
리얼함이 게임의 재미에 도움을 주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의는 잠깐 제쳐두겠습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리얼함이 게임에 몰입감을 준다고 한다면 어떻게 게임에 리얼함을 더할 수 있을까’입니다.
1. 그래픽
우선 시각적으로 현실감을 주는 것은 가장 흔하고, 또한 가장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달해온 분야입니다. 옛날 ‘파이널 판타지 5(Final Fantasy 5)’를 게임 잡지에 소개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건 바로 이건데요.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바츠가 손을 내밀면서 불을 쬐는 장면입니다. 단지 이걸로 리얼하다고 그 난리를 치다니… 근데 당시엔 이런 디테일한 모습 하나가 엄청난 리얼함을 가져다줬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야말로 기술의 발전으로 3D그래픽과 함께 다양한 효과로 시각적 현실감을 줍니다. PS3용 ‘언차티드’의 물은 정말 그럴싸하죠.
2. 프로그래밍
프로그램도 현실감을 만드는 데 여러 영향을 끼칩니다. 3D 그래픽은 사실 그래픽의 분야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의 결과인 이펙트나 쉐이더의 영향이 크죠. 사실 위에 언급한 ‘언차티드’의 수면 효과도 그래픽보다는 프로그래밍의 힘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점점 3D 그래픽 지식이 있는 프로그래머나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하는 3D 아티스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흔히 ‘테크니컬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직군입니다. 이런 그래픽 프로그래밍 말고도 현실감에 크게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물리 엔진입니다. 이제 물리에 관한 미들웨어도 많이 나왔죠.
엑스박스(Xbox) 360용으로 출시된 ‘기어즈 오브 워 2(Gears of war 2)’에서는 시체를 날려버린다든가 조각조각 내버린다든가 굴린다든가 등이 가능했습니다. 죽을 때도 이리저리 날아가면서 죽죠.
한편 물리 엔진만을 무기로 삼는 게임도 있습니다. ‘월드 오브 구(World of Goo)’는 중력과 탄성 등을 이용해 ‘구’를 이어 다리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받침대 없이 너무 길게 쌓으면 무너지죠.
3. 기획
위의 그래픽은 눈에 보이는 거고, 프로그래밍은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하지만 기획에서의 현실감을 주는 법은 좀 다릅니다. 노가다에 가깝죠. 우선 아래는 시대를 풍미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The Secret of Monkey Island)’입니다.
그리고 이건 2008년에 나온 ‘미러스 엣지(Mirrors Edge)’죠.
전혀 다른 장르의 두 게임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 기획자가 고생해야 한다는 점이죠.
‘원숭이 섬의 비밀’의 경우 게임에 놓인 오브젝트를 다 기획자가 직접 배치해야 합니다. 사실 프로그래머가 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엔 그런 구분이 모호하긴 했죠. 병 이미지가 있고 유저가 ‘저 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기획자가 미처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해서 병이라는 오브젝트에 어떤 행동도 지정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습니다.
‘미러스 엣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본격 야마카시 게임을 표방하는 ‘미러스 엣지’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멋지게 뛰어다니는 게임입니다만, 실제로는 기획자가 지정해놓은 공간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인지 아닌지 알려주지만 ‘잡을 수 있겠지’ 하고 뛰었는데 실제로는 잡을 수 없고 그냥 땅으로 추락해서 죽더라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기획자가 최대한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해서 그에 대비한 준비를 많이 할수록 유저가 느끼는 현실감은 증가합니다. 결국 노가다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아래 던전 앤 파이터(Dungeon & Fighter)를 봅시다.
이런 건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만약 저렇게 킥을 날렸는데 몬스터들이 위로 날아가지 않고 밑에 처박힌다면 어떨까요? 이상하죠. 음향 또한 퍽 소리 대신 썰리는 소리가 난다거나 뿅 하는 소리가 나면 이상하다 못해 웃길 겁니다.
저런 요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프로그램적으로 해결하거나 기획자들이 하나하나 직접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게임이 얼마나 리얼할 것이냐’는 것은 개발자들이 얼마나 시간을 들이는가, 얼마나 양보하지 않는가에 달렸습니다. 시간을 들인 만큼, 타협하지 않는 만큼 현실감을 주고 몰입감을 주겠죠.
그것을 게임 개발자의 혼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요.
원문: gamemook
Isabel marant schuheHow Kate Middleton’s Wedding Dress Was Kep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