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CEO의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273배나 됩니다. 1970년대에는 CEO의 연봉이 일반 직원의 25배 수준이었는데, 1990년 이후 차이가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1978년 이후 CEO의 연봉은 875% 성장했고, 일반 직원 연봉은 겨우 5.4% 성장했다고 합니다. (해당 보고서 관련 뉴스페퍼민트 요약)
국내에서도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2013년 연봉이 공개된 후, 경영자들이 받는 연봉 수준이 적절한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한 해 동안 총 301억원을 급여로 받아서 국내 기업인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각각 140억, 131억 원을 받아서 2, 3위를 기록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부터 법정구속되어 경영활동하지 못했습니다. 업무상 배임혐의로 법정구속된 후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백억원의 연봉을 챙겼습니다. 그들이 받은 과도한 연봉이 적절한지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국내외 대기업 경영자들은 일반 직원에 비해 많은 보수를 받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있어서 각 진영의 논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경영자의 많은 보수를 정당화하는 견해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기사를 살펴보죠. “CE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성공에 CEO가 미치는 영향을 “CEO 효과”라고 부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미국 회사들의 CEO 효과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10% 정도에 불과했던 CEO효과가 2000년대 이후에는 20%까지 치솟았다는 겁니다.
CEO 효과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리뷰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1950~1969년에 기업의 실적은 거시경제 상황이나 산업 전반적 요건, 그리고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기업의 위치 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요인들에 의해 대부분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1990~2009년 기간을 보면 앞서 언급한 요인들만으로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다른 설명 변수들이 등장했다는 뜻이죠.”
1950~1969년, 기업이 속한 산업이 무엇인지만 알면 기업 실적의 38.7%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1990~2009년 사이에는 산업 분야가 기업 실적을 예측하는 비율은 고작 3.7%였습니다.
저자들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운영의 중심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업의 복잡성이 증가하여, 사업이 좀 더 역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CEO의 역량을 중요하게 만들었고, 이는 CEO 효과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뉴스페퍼민트 요약)
경영자 한 명의 능력이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만큼 더 중요해졌고, 그 능력이 일반 직원이 대체할 수 없는 희소한 능력이라면 경영자의 높은 보수는 정당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확실한 사례가 아닐까요.
반면에 경영자의 높은 연봉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기업 최고경영진의 고액연봉은 정당한가(허핑턴포스토 코리아)”라는 기사를 보시죠.
“경제학에서는 각자가 생산과정에 기여한 바에 따라 보수를 받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것이 바로 한계생산성에 입각한 소득분배이론인데,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신고전파 소득분배이론의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생산직의 경우에는 생산과정에서 기여한 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임원의 경우에는 무척 어려울 게 분명합니다. 임원이 정말로 생산직 근로자의 100배나 되는 한계생산성을 갖는다는 걸 자신있게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중략) 그러나 주식 가치가 올라간 데는 CEO의 탁월한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 몰라도 그 기업의 모든 사람이 함께 열심히 일해 그 성과를 일구어낸 것이 아닙니까? 그 성과를 어떻게 최고경영진만의 공으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받는 엄청난 보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봅니다.
미국에 비하면 EU나 일본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받는 보수는 그리 엄청나지 않습니다.”
경영자의 높은 연봉이 정당화 되려면 높은 생산성이 입증 되어야 합니다. 미국 경영자가 일반직원보다 270배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경영자가 270배 높은 한계생산성을 기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한계생산성 기여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경영자는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직원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경영자의 성과는 온전히 경영자의 것이 아니라 일반직원과 나누어야 할 공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경영자만 높은 보수를 받는다면 일반 직원의 공로를 가로채는 셈입니다.
앞서 경영자의 높은 보수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살펴 봤습니다. 두 견해 모두 설득력 있는 의견입니다. 아마 진실은 두 견해 중간쯤에 있지 않을까요.
경영자 한 명이 생산성에 기여하는 바가 더 커졌다면 경영자의 보수도 점차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생산성이 일반 직원의 270배나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경영자의 연봉은 과거보다 높아야 하겠으나, 일반직원의 수백 배 수준은 너무 과도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감옥에 계시는 분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원문: 이기원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