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소속, 이하 최): 지금은 무슨 일을 하세요?
김진원(디자인 씽킹 전문가 키키): 디자인 씽킹 기반의 디자인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자기다움 기반의 커리어 코칭도 병행해요.
최: 디자인 씽킹 기반의 디자인 컨설팅은 뭔가요?
김진원: 디자인 씽킹이라는 프로세스이자 마인드셋을 이용해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종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는 컨설팅이죠. 의뢰하는 고객의 상황에 따라 아웃풋은 다양할 수 있는데요. 신제품 디자인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조직문화 컨설팅, 업무개선, HR 교육프로그램 디자인 등 다양합니다.
최: 뭔가 광범위한데요?
김진원: 그렇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문제해결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제품·서비스부터 프로모션 이미지 등 고객에게 노출되는 종합적 경험을 잘 설계해 어떻게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설명할 수 있을지,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 조직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A/B 테스트를 할 때 가설 설계와 이터레이션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디자인 씽킹은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작게 시작하는 방법을 찾기에 효과적이죠.
디자인 씽킹 기반의 디자인 컨설팅이 효과적인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고객의 진짜 문제를 발견해야 할 때, 2) 어디서부터 어떻게 작은 시작을 해야 할지 암담할 때, 3) 기업의 분화된 밸류체인 접근이 아닌 협업해 전체적(holistic)인 고객 경험을 디자인해야 할 때. 예전에 GS SHOP, 디자인진흥원 같은 조직과 일한 적도 있었는데 혁신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조직 문화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통합적인 변화마저도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작게 시작해 나갈지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고객인 동료 직원에게 공감하고 ‘뭣이 중헌지’ 알아야 할 때 디자인 씽킹 기반의 관점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 그 과정, 디자인 씽킹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어떤 거예요?
김진원: 디자인 씽킹은 기존의 방법과 다른 게 포커스를 맞추는 중요한 지점 3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제일 큰 차이는 ‘공감’. 다양한 맥락(contextual)으로 고객의 입장에 빙의해서 문제를 들여다보는 거죠.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다소 내려놓고 고객의 진짜 맥락을 탐험해보고 지금 우리가 풀려고 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정말 어떤 문제인지 공감하면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는 거죠. 이를 통해 허를 찌르는 아하 모멘트(A-ha! Moment)를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함께 시너지 있는 협업을 진행하는 것. ‘사일로 현상’이라는 말이 있어요. 부서 간 협업을 하면 더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데, 보일러 굴뚝처럼 각각 다르게 우뚝 서서 같은 회사의 같은 조직임에도 각 부서에서 서로 하는 일을 공유하지 않아 각각 따로 비슷한 일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기업에서 협업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생각을 모으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디자인 씽킹은 생각을 가시화하고 모듈화해서 서로의 인사이트를 헤쳐 모여 하기에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지녔어요.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며 회의하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며 구체적(specific)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죠.
세 번째, 문제의 해결책에 ‘정답은 없다’. 우리의 정답을 만들어가자,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인 방향이라면 중간에 바뀌고 조정해 나갈 수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자이로 센서가 돌아가듯 축을 돌려보고 다채로운 해법에 마음을 열자는 거예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모든 것에 말랑말랑하게 열린 자세로 총체적이고 전체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에요. 문제를 정의하는 바운더리도, 해결하는 방식도, 문제에 접근하는 조직 운영, 회의 방식도, 그 무엇이든. 아하!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감동적인 가치를 드리기 위해 마음과 관점을 열자! 실제 고객이 가치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객의 전체 경험 중에 우리가 고객이 겪는 인지부터 구매 후, 사용 후, 리뷰 후, 재구매까지 다양한 갈래의 총체적인 전체 여정과 경험을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할 때 진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앞서 말한 세 가지 지점에 있어서 디자인 씽킹 기반의 디자인 컨설팅이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하면서도 정답이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금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론이라 주목받는 것 같아요.
최: 이게 어떻게 시작된 거죠, 디자인 씽킹이?
김진원: 디자인 씽킹을 디자인 사고라고 해석하면 사실 1960년으로 올라가야 하는데요. 디자인 사고를 기반으로 지금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리한 사람은 아이디오(IDEO) 창업자인 데이빗 켈리(David Kelly)입니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였던 켈리가 SAP 창업자인 하소 플래트너(Hasso Plattner)의 의뢰로 2004년 스탠퍼드대학에 하소플래트너디자인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을 설립했어요. 그게 2005년 스탠퍼드 D스쿨로 발전하고 다양한 분야와 협력하는 디자인 사고 및 프로세스, 문제해결 방법론을 수업하면서 지금의 디자인 씽킹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디자인 씽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비즈니스 사례가 나타나고, 에어비앤비 창업자 같은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도 등장하는 등 비즈니스 언론에서 용어가 대중화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최: 진원 님은 어떻게 이걸 하게 되신 거예요?
김진원: 2010년쯤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하는 그룹이 있었어요. 공부하고 어울리는 것 좋아해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같이 스터디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통해 다루기도 했어요. 그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분들이 눈동자를 움직여서 조작할 수 있는 안구 마우스를 개발한 분들과 협업하며 서비스들을 디자인했는데, 그 과정에서 디자인이라는 게 뭔가 예쁘게 만드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브랜딩이나 상품 하나를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의 전체적인 경험을 디자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도 알게 됐고요. 공항에 가면 티켓팅 하는 곳부터 출국 처리하는 곳 등 여러 관문을 지나는 동안 각각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이 있잖아요. 사이니지 디자인이 있고, 인테리어 공간 디자인도 있고. 근데 공항에서 도착하면서부터 비행기를 탈 때까지의 그 경험이 전체적으로 통합된 서비스가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정표 디자이너는 이정표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예쁘게 디자인하기보다 탑승자의 앞뒤 맥락과 상황에 맞는 중요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간 디자이너와 협업해요. 이정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해 다음 행동을 잘 유도하는 거죠. 주변 상황과 고려해 헤매지 않는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에서요. 그런 관점에 관심이 갔어요. 실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주는 것은, 하나하나 따로 떨어져 있는 예쁘기만 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죠. 고객과 어떻게 어떤 톤으로 처음 만나는지에 관한 경험을 설계하다 보니 마케팅도 알아야 했고, 또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보면 IT도 알아야 했고, 내가 어떤 자원 안에서 효율을 만들어야 하는지 파악하려면 비즈니스 관점도 알아야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 씽킹의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어요. 문제 해결자로서의 ‘탁월한’ 디자이너 역할을 고민하다가 디자인 씽킹을 만났죠. 그전에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개발자들의 애자일과 참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익숙했어요. 애자일 또한 문제해결 방법론이자 프로세스, 마인드셋이자 철학이거든요.
최: 그때는 그냥 디자이너였어요?
김진원: 어느 IT 사업의 공동대표로 있었던 때였어요.
최: 그 회사는 어떻게 됐어요?
김진원: 불이 나서… 대부분 불이 났다고 하면 다들 열정으로 불 질렀다고 오해를 하시는데 진짜로 불이 나 가지고(…) 다 탔어요. 불행 중 다행히도 아무도 없는 일요일이었죠. 그 김에 정리했어요.
최: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김진원: 2009년 정도부터 미디어아트 하겠다고 이런저런 개발 공부를 하다가 착하고 멋진 애자일개발자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애자일 개발자분들은 서로 가르쳐주고 나누는 모임을 참 많이 하셨는데요. 그런 개발자 밋업 중 ‘대안언어축제’라는 걸 하던 곳이 있어요. 여기서의 언어는 자바, C, 이런 겁니다. 저도 ‘디자인’이라는 소수 언어를 쓰는 소수 부족(?)으로 초대를 받았어요. 거기서 열심히 재미있게 활동하던 차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개발 가능하시고 『Xcode 4』라는 책도 집필하신 초천재 개발자 김정 님으로부터 나는 스티브 잡스가 꿈인데 너는 나의 조너선 아이브가 되어주시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아이폰이 한국에 막 출시되어서 앱이 시작되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IT가 앞으로는 메인 산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빨리 도전해본 거죠. 그전에 브랜딩 디자인도 했고, 새로운 서비스를 세상에 런칭하는 것을 같이 실현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최: 창업한 회사에서는 어떤 것을 하셨죠?
김진원: 당시 스타트업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우리 서비스도 만들고, 살기 위해 외주도 뛰고…
최: 그러면 브랜드컨설팅 회사에 디자이너로 있다가 창업해서 서비스 개발 등을 같이 하며 디자인 씽킹을 접하신 건가요?
김진원: 네. 디자인 씽킹이랑 린 스타트업, 그런 게 막 나온 시기여서 바로 적용해 봤죠.
최: 그때 흥했던 사례나 경험이 있나요?
김진원: 실패밖에 안 했는데… 그 와중에 재미있었던 사례는 중국에 테마파크 만든 거랑, 스마트트래블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포켓몬 고 같은, AR 적용한 일종의 여행 RPG 게임 서비스를 만든 게 기억이 나요.
최: 별걸 다 하셨군요.
김진원: 스캐빈저 혹시 아세요? 외국 여행 중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서비스인데, 그걸 벤치마킹한 거죠. 홍대 앞 죠스떡볶이를 먹고 사진을 찍어라, 버스킹 연주하는 분들의 음악을 듣고 SNS에 올려라, 이런 걸 계속 미션으로 줬어요.
최: 제주도라면 어디 가서 회 먹고 오기, 귤 따오기.
김진원: 그렇죠. 한라산까지 올라가기, 한라산에 가서 쓰레기 3개 주워오기, 이런 거.
최: 다 하면 선물 주고.
김진원: 네. 서울시에 제안도 하고 진행하려 했지만…
최: 너무 시대를 앞서갔군요.
김진원: 당시 공무원들이 이해를….. 여튼 그때 되게 재미있는 것들 많이 하고, 이것저것 실험도 많이 해보고, 공부는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최: 그래서 크게 돈 벌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걸 하다가…
김진원: 불도 나고.. 그래서 법인을 정리하고, 근데 일은 계속 저한테 들어오는 게 있어서 제가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크리에이티브 길드. 저한테 들어오는 일들이 있으면 프로젝트 베이스로 헤쳐 모여 하는 회사… 그게 전 직장 GS SHOP과 인연을 맺어주게 된 계기가 됐어요.
최: 오호
김진원: 누가 사장이고, 지시하고 이런 게 아니라 일이 들어왔을 때 헤쳐 모여 해서 프로젝트 성으로 팍팍 해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띈 거죠.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봐주셔서 ‘네가 하는 그 오픈 이노베이션의 방식을 우리 회사에서 해 줬으면 좋겠다’며 오퍼를 주셨죠. 제가 했던 그 방식이 수평적 리더십의 사례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대기업이 봤을 때 ‘강력한 리더십이 아닌데 이런 게 운영이 되네? 퍼실리테이팅인가?’ 싶고. 대기업인 우리에게 이런 부분을 네가 전이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저를 불러주셔서…
최: 그래서 GS SHOP의 이노베이션 퍼실리테이터(Innovation Facilitator)가 되신 거군요.
김진원: 네, 처음에는 그런 명칭도 없이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노베이션 퍼실리테이터 혹은 사내 기업가(Intrapreneur)라고 불리더라구요.
최: 거기서는 주로 뭐 하셨어요?
김진원: 처음에는 놀았습니다.
최: 놀았다고요?
김진원: 네. 4월에 입사했는데 당시 GS SHOP CEO셨던 허태수 회장님께서 제 담당 임원과 몇 분의 리더가 있는 자리에서 ‘6개월 동안은 김 과장에게 일 시키지 말고 놀게 해라’ 하며 ‘6개월 뒤에 네가 어떤 걸 하면 좋을지 판단해 갖고 와라’고 이야기하셨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8월 정도에 확신이 생겨서 ‘이걸 하겠습니다.’라고 얘기를 드렸는데, 그게 해커톤이었어요.
최: 보통 소프트웨어 관련 프로젝트 행사 아닌가요? 홈쇼핑에서 해커톤이라…
김진원: 네, 해커톤. 사실은 저 혼자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저를 많이 도와주셨던 임원분들이나, 제 보스이셨던 CIO님도 “해커톤 해볼래? 김 과장밖에 할 사람이 없는 거 같아.” 그러셨거든요. 사실 당시 대표님이 오래전부터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도 실행하지 않은 숙원사업이었다고 전해주셨어요. 해커톤은 기본적으로 IT 기업에서 산출물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하니, 홈쇼핑과는 조금 매칭이 안 되잖아요? 근데 왜 회장님은 해커톤이 하고 싶으셨을까? GS 사원들 입장에서는 해커톤이 어떤 도움이 될까? 해커톤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문화로 녹아들 수 없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동안 생각해오던 해결의 실마리가 보여서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니즈(?)를 잘 모아 GS홈쇼핑에서 왜 해커톤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해보면 참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제일 필요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과 대화하면서 이게 정말 필요한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최: 어떤 점에서요?
김진원: 그동안 다양한 주변 친구에게 인터뷰했어요. 한국에 저보다 더 먼저 혁신의 깃발을 올렸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공통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 출장 갔을 때는 틈나는 대로 주말 등의 시간을 이용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개발자분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애플,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조직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 채용 프로세스 등을 질문하고 다녔죠. 그때 얻은 답이 자발성이었어요. 혁신적이다, 혁신 좀 한다 하는 회사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게 하는 판을 깔아줬을 때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터져 나왔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을 이루고자 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이었어요. ‘혁신해라’ ‘바꿔라’ 하는 지시사항이었죠. 자발성이 없는 혁신은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혁신에 앞서 우리 조직원에게 자발성을 줄 방법이 뭘까?’ 고민했는데, 해커톤이 딱이었던 거예요.
최: 왜죠?
김진원: 해커톤은 적어도 해커톤을 하는 24시간 동안은 아무도 안 건드리고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사실 각 회사의 혁신을 하려고 하는 부서들이 맨날 듣는 얘기가 이런 거예요. ‘야 그거 안 돼, 우리 다 해봤거든? 안 변해, 위에서 까라면 까는 게 제일 편해, 우리가 그거 책임지려고 하면 우리도 괜히 까이고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 거 따박따박 하는 게 오래오래 살아남는 길이야, 그거 했다가 잘못되면 내가 어떻게 책임지냐, 처자식도 있는데.’ 저도 똑같은 얘기 들었죠. 그래서 ‘하루만 안전하게 해주면 안 될까. 그리고 하루만 그런 척해보자. 하루만 우리가 실리콘밸리인 척해보고, 여기서는 실리콘밸리랑 똑같은 환경을 줘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최: 처음에는 잘 안 나올 것 같은데요?
김진원: 다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처음 해커톤을 개최 준비할 때 몇몇 친한 임원이 “아무도 안 나오면 너무 그러니까 몇 명은 좀 차출해줄까?”라는 말도 하셨어요.
근데 그러면 자발성이 깨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임원 회의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공유했어요. ‘구글 같은 기업도 베타 서비스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처음 판은 베타 버전이다. 1회는 나가리판(?)으로 치고 진짜 판은 2회 때부터 하자. 우리 상황이 현재 어느 지점인지 정확하게 스캐닝하고 자발적인 문화를 만든다는 데 영점을 맞추자. 안 나가고 싶은 사람 차출 금지, 나가고 싶은 사람 눈치 주는 것도 금지하면 좋겠다. 첫 회 해커톤은 신성장동력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가 몇 개나 나왔는가 대신에 몇 명이나 자발적으로 나왔는가 현실을 확인하는 게 목표였으면 좋겠다. 자발성을 보장해주고 몇 명이나 나왔는지, 못 나왔다면 왜 못 나왔는지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통찰해 다음 걸음이 의미 있도록 하면 좋겠다.’
해커톤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모두 해커톤이 무엇인지 애매하고 어렵고 무섭단 말이에요. 자발적으로 해커톤에 나간다고 해서 회사에서 칭찬해줄지, 성과 고가에 반영될지 보장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런 모호한 상황에서도 으쌰으쌰 해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불끈불끈하시는 그런 성향의 문제해결자분들이 안전하게 놀 판을 만들어 드리는 데 집중하자.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씨드가 될 분이 몇 명이나 있는지 확인하자.’ 그것이 해커톤을 여는 첫 번째 이유였어요.
최: 모 아니면 도 느낌이군요.
김진원: 그리고 그분들이 24시간 동안 뭘 만들지, 누구와 만들지 아무도 터치하지 말자고 했어요. 페이스북의 해커톤에서는 개집도 만든대요. 이런 걸 하면 대부분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보스가 뭘 원할까 답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부서와 상관없어도 되고 그냥 자발적으로 가슴이 설레고 관심 있는 일, 같이 팀으로 일해보고 싶은 사람들 등 모든 것을 팀장이 정해주는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안전지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판단하지도 않는 24시간. ‘너 이것밖에 안 되니?’ 이런 평가가 전혀 없는, 정말 자유로운 무중력의 시간이요.
최: 그래도 눈치는 볼 것 같은데요?
김진원: 그렇죠. 그래서 사회적 기반 없는 제가 도움받은 방법이 있어요. 우선 다채로운 직급과 분야의 오거나이저를 모집하고 게릴라 프로모션을 통해 자연스러운 회사 내 공감대를 만들어서 도움을 받았고요. 또 우리 회사 영향력 있는 핵인싸 임원 3명과 인도에서 오신 천재 개발자를 인터뷰했죠. 회사 오너이자 CEO이신 허태수 회장님, CIO, 벤처투자사업부 전무님에게 “당신에게 해커톤이란?”이라는 질문을 했어요.
최: 거기까지?
김진원: 이게 그간의 기업문화에서는 좀 낯선 방식이었어요. 대표님에게 과장이 인터뷰 부탁드릴 채널이 없었거든요. 근데 저는 외부에서 와서, 좀 더 공식과 비공식적인 절차 사이를 왔다 갔다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잘리려면 빨리 잘리는 것이 낫다 싶어 초반에 좀 더 막 나갔다고나 할까… 히치하이킹하듯이 대표님이 엘리베이터 타실 때, 같이 타 버렸어요. 대표님이 긴급한 용무도 많으실 텐데 소소한 일로 과장 나부랭이를 만나주지는 않으실 것 같고 저는 스케줄이 긴급하고 그래서 그냥 돌진. ‘저 요즘에 이런 거 하는데 인터뷰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하고 들이댔죠.
최: 거기 단에서 하면 다 했겠네요.
김진원: 결과적으로 잘되었어요. 나가고 싶은데 보스 눈치 보여서 못 나갈 것 같다는 분들이 ‘해커톤은 회사 대표도 밀어주는 행사구나!’ 하고 지원할 수 있었어요. 당시 직원이 약 1,200명이었는데 무려 78명이나 해커톤에 지원해서 완전 감동했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디자인 씽킹을 적용했어요. 이 참가자분들이 제대로 된 경험을 해야 해커톤이 2회, 3회 이어지고 자발적인 혁신도 본격화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경험 설계에 들어갔어요. 이 행사를 끝냈을 때 우리 회사의 성장동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아웃풋이 나왔느냐보다는, 참석하신 분 모두 재미있었던 경험의 감정과 기억을 드리고 싶어서 거기에 집중을 했어요. 중간에 팀원을 만나게 해주는 세렌디피티 네트워크 파티도 하고, 맛있는 것들도 임원들에게 협찬받아 오고, 중간중간 대학생 MT처럼 오락거리 게임 등도 있고, 서로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풍성한 시간을 오거나이저분들과 함께 재미있고 알차게 만들어갔어요. 심지어 일자도 보통해왔던 주말을 낀 금–토가 아니라 목–금으로 했어요. 임원들 설득하기가 엄청 힘들었지만 주말 쓰라고 하면 기분 상하잖아요. 참가한 분들, 오거나이저분들 모두 해커톤 행사 이후 피드백이 감격할 만큼 좋았답니다. 성공. 그때 참가자분들이 너무너무 재미있어해 주셨죠. 감사했어요.
특히 모호하고 애매한 첫 번째 해커톤을 무사히 성공으로 이끌어주시고 자발적인 GS SHOP만의 문화로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뭐라 해도 18명의 오거나이저셨어요. 공개 모집에 자발적으로 와 주셨거든요. 준비하면서 모이기도 하고 회의도 해야 했는데 이건 근무시간엔 어려웠거든요? 각자 윗분들 눈치 보면서 게릴라처럼 모여 회의하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어요. 그래도 장해 요소는 혁신의 기회가 된다고, 이 덕분에 GS 최초로 슬랙이나 큅 등의 리모트 워킹을 시도해볼 수 있었죠. 공동 편집을 하면서 비대면으로 회의하는 문화가 GS에 없었던 시절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으니까. 자기가 시간 될 때마다 아이데이션 하고, 의견 수렴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경험한 이 18명에게 그 경험이 되게 좋았던 거예요. 끝나고 회고도 했어요. 담당자 몇몇이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오픈 이노베이션이구나, 공동 편집하고 협업하고 하는 게 얼굴 보지 않고도 가능하구나. ‘그게 이런 거구나’라는 것들에 관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거예요. 우리 현업에서도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되겠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겠다, 그리고 의사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직급 낮은 사람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이렇게 퍼져 나가게 된 거죠. 이분들이 이노베이션 경험을 한 뒤 자기들 팀에서도 회의하고, 어려우면 제가 좀 도와드리고 하면서 점차 조직에 다른 문화가 확산하는 계기도 되었어요. 지금도 해커톤을 해요.
최: 그때 나온 결과물 이런 건 뭐 있나요?
김진원: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결과물은 G봇이에요. 고객들은 친절하게 GS홈쇼핑 채널에 와서 직접 컴플레인을 하지 않잖아요?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자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불만스러운 후기를 올리죠. 우리가 다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 없지만 또 놔두기도 뭐하고… 그걸 크롤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죠. 요즘 고객은 어디에 불편함이 있는지 대응해서 미리 준비도 하고요. 그분 아이디어를 허태수 회장님이 직접 너무 좋다고 하셔서, 다음 분기에 그분 주도로 실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출시할 수 있었어요.
최: 결정적으로 그때 해커톤을 왜 하시게 됐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김진원: 저는 자발적인, 자발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트리거를 만들어야 했어요. 뭔가 사람이 변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하잖아요.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것과 들어서 아는 것은 다르니까요. 다양한 모델링이 필요했죠.
최: 해커톤이 트리거가 됐다고 보세요?
김진원: 네. 좋은 사례로 잘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매년 GS SHOP의 좋은 문화로 계속되고요.
최: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문화를 조금이나마 변화를 시키려면?
김진원: 뭔가 감동을 주는 모티베이션을 주기는 사실 어려워요. 그런데 사람이 착한 척하다가 착해지기도 하잖아요. 안 해보면 모르는 거고요. 해봐야 아는데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무서워서 안 되고 망하면 안 되고… 근데 하루는 괜찮잖아요. 하루는 망해도 괜찮고, 하루는 직원들 72명이 뻘짓해도 괜찮은 시간이고, 비용도 뭐 대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은 아니고요. 아무 성과가 없더라도 해보고 ‘이렇게 하면 안 되네?’ 알게 되잖아요. 그걸 실질적으로, 디테일하게 아는 것도 중요할 테고. 아주 작더라도 ‘이런 부분 이렇게 할 수 있겠네?’라는 발견이나 마음속 변화가 일어나는 게 중요해요. 마인드셋을 조금이라도 흔들어보려면, 또한 작은 자발성이라도 뿜뿜 키워보려면 일단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한 명 한 명 공감을 얻으려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말했어요. ‘우리가 실리콘밸리는 아니지만 하루는 그런 세상이 왔다 치고 놀아보자. 현실과의 갭이 뭐가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면, 그게 하나하나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그 허들만이라도 우리가 확인할 수 있으면 우리 회사가 변하는 데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뭐라도 해보자.’
최: 일단 시도를 해봐야 한다, 단 시도할 때 경험을 더 잘 줄 수 있게끔 설계해보자…
김진원: 불확실한 세상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거라는 말이 있잖아요. 미래를 만드는 것의 시작은 미래를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것 같아요. 디자인 씽킹도 그 방법이고요. 미래를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사고 실험을 먼저 해본 다음에, 그 안에서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해보고, 깨닫고 반복하며 고쳐나가는 게 굉장히 효과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해커톤을 하게 된 것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해 본 것이죠.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왜 홈쇼핑 회사에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모호하지만 ‘야, 다 해봤어. 안 돼.’ 이런 의식에 계속 매몰되면 안 돼요. 우리도 할 수 있다 식으로 그냥 해보는 거죠. 해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뭐 때문에 안 되나 파악해보고. 이런 건 실제로 해봐야 아는 거잖아요. 짧고 저렴하게. 실제로 전체 해커톤 하기 전에 회사 이노베이션센터 개발자분들과 4시간짜리 해커톤을 해봤어요. 그때 맥주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사실도 얻었죠.
최: 디자인 씽킹에서는 결국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상상을, 프로토타이핑을 만들어라. 그다음은 고객한테 질문해라 이건가요?
김진원: 아니죠, 상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고객들한테 먼저 질문했어야 하는 거죠. 고객들에게 질문하고, 고객이 처한 상황들에 대한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인 거죠. 제가 처음 4개월 동안 놀면서 제일 주력했던 건 주로 듣는 것이었어요. 그걸 디자인 씽킹에서는 엠퍼사이즈(empathize)라고 해요.
보통 감정이입 또는 공감으로 번역하는데,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부터 먼저 한 거예요. 혼자 데스크에 앉아 연구해서 ‘자,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을 직접 만나 함께 고민했어요. 회식 찾아다니면서 그분들 문제 도와드리기도 하고, 또 듣고, 다양한 관점으로 돌려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했어요. ‘다른 곳은 어떻게 하지? 우리나라에선 망했던 사례는 이유가 뭐였지?’ 그런 걸 경험했던 선배들도 만나고요. 그런 분들을 한 17명 정도 인터뷰도 했어요. 그래서 왜 실패했는지, 그때 뭐가 핵심이었는지, 가설도 세워보고 해외 성공 사례와 차이도 분석해보고 다시 우리 직원들과 같이 의논해보고. 다양한 관점을 들으면서 여러 맥락을 이해하는 부분인 디자인 씽킹의 엠퍼사이즈 과정을 먼저 했죠.
이런저런 측면에서 다 생각해보니 이런 것도 중요하고 이런 것도 중요한, 저는 그걸 분신사바라고 해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자기들의 특정 니즈를 끌고 갔을 때 다 들어줄 수가 없잖아요. 환경부 얘기 들어주다 보면 국토건설부 말을 덜 들어줘야 하고. 그러면 ‘거기의 황금률은 여기쯤을 해야지.’ 하고 3가지의 축을 찍어요. X축은 내 자원과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Y축은 나에게 돈 주는 사람·의뢰자, Z축은 나의 최종 고객. 가장 합리적인 지점은 여기쯤이 되겠구나, 황금률을 딱 찍었구나 하는 것이 저한테는 해커톤이었던 거죠.
최: 일반적인 문제해결 방법론 대부분의 시작점은 그런 고객 의견 청취, 시장 조사, 그다음 아이데이션이죠. 비슷한 거 같은데요?
김진원: 사실 대부분의 문제해결 방법론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디자인 씽킹은 HOW의 지점에서 ‘이런 것은 하지 말자’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는 어디에 꽂히면 그것만 봐요. 백지상태로 고객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이미 쌓인 경험과 프레임으로 보는 거예요. 선입견, 스키마 스킬(schema skills)도 포함되고. 디자인 씽킹은 그런 걸 다 내려놓고 진짜 고객 입장에서 봐요. 그래서 저는 빙의라는 표현을 써요. 거의 그 사람인 것처럼. 내가 장희빈을 연결하면 나란 사람으로서 장희빈을 들여다보며 장희빈을 연구하는 게 아니고 ‘내가 장희빈이라면’ 이렇게 상상하면서 접근하는 거죠. 그러면 모든 게 달라지잖아요. ‘내가 장희빈이라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겠다.’ 이런 감정이입을 하면서 주변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것과, 타인으로서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최: 그게 가능하게끔 해주는 몇 가지의 기법이나 방법론이 있는 건가요?
김진원: 마인드셋 얘기를 많이 해요. ‘디자인 씽킹은 문제해결 프로세스면서도 마인드셋이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하는데,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똑같은 일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잖아요. 디자인 씽킹의 매력적인 마인드셋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해볼게요. 디자인 씽킹은 특정 부분에서 키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 우뇌도 쓸 수 있게 권해요. 우뇌,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넘나들고 뛰어다니는 말랑말랑한 생각들이 연결되도록, 신비한 직관이 가능하도록, 무의식 세계와 조우하도록 열어주죠. 1+1=2 이런 느낌으로 딱딱 떨어지는 정량적인 산출에서 통찰을 얻는 방식으로는 돌고래를 보면서 잠수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든가, 뱀을 보면서 새로운 화학식을 영감을 얻는다든가 그러기가 어렵잖아요. 유레카도 사실 샤워를 하면서 떠오른 것이고요. 디자인 씽킹에서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연결이 가능하게 그림으로 그리고, 워싱되지 않은 모호한 가능성에 열어두고, 이상하고(weird) 나이브(naive)해 보이는 아이디어들도 섣불리 재단하지 말고 막 내라고 해요.
최: 뭔가 생각하기 주저하게 되는 것들을 뽑아내 주는 것과 비슷한가요?
김진원: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답을 정해 놓고 일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디자인 씽킹에서는 ‘단정 짓지 마라(Don’t judge)’고 하거든요. 아이데이션을 할 때까지는 솔루션을 조급하게 꺼내지 않아요. 그러니까 대부분 디자인 씽킹을 처음 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엠퍼사이즈 하는 동안 ‘솔루션이 나왔어, 이거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들어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미리 해 놓으면 진짜 고객의 맥락과 입장에서 허를 찌르는 인사이트보다는 뻔한 답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최: 결국 단정 짓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군요. 답정너를 싫어하시겠어요.
김진원: 답이 정해져 있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을 좋아해요. ‘안 돼!’라고 할 때 더 해보고 싶은 열정이 생겨나고, 답을 찾아내서 깜짝 놀래주고 싶고. ‘이렇게 하면 되지!’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안겨주는 게 좋아요. 집에 갈 때도 가능하면 매번 다른 방식으로 다른 길을 가보려고 해요. 안 먹어 본 걸 먹어보고, 안 살아본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세상에 정말 무궁무진한 다른 결, 다른 관점, 다른 방식을 맛보려고 하죠. 그 조합을 살짝씩 바꿀 때마다 다른 결과가 일어나잖아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최: 디자인 씽킹 강의 때 오시는 분들은 뭘 얻어갈 수 있을까요?
김진원: 크게는 세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맨날 뭔가 시도는 많이 했는데 좀 지쳐가는 분들,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시는 분들.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시도하면서 다른 답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하잖아요. 맨날 하던 방식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사고를 전환하는 방법을 얻어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리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라 관점과 마인드셋이 중요한 이유를 알려드릴 거예요. 다양한 관점으로 요리조리 돌려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두 번째, 혁신의 허들에 걸리신 분들. 어떤 벽에 딱 부딪힌 거죠. 사실 99도까지 올리는 것까지는 가능한데 끓는점 딱 1도를 올리는 게 진짜 힘든 거잖아요. 그 끓는점이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또는 개선하는 것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세 번째, 디자인 씽킹을 들어보거나 배운 적은 있지만 그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분들. 디자인 씽킹으로 새로운 사업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해야 하는 걸 알려드릴게요. 디자인 씽킹은 진로 설계나 인생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할까? 선택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할까? 세상에 있는 모든 챌린지에 다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와 도전 안에서 반복법(iteration)을 설계하는 방법, 진짜 문제를 더 잘 찾아가는 방식과 마인드셋을 배우고 응용하는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진원] 고객들도 모르는 숨은 니즈 찾아서 가치 창출하는 디자인 씽킹, 국내 최고 전문가에게 배워보기
한국의 대기업도 모두 ‘혁신’과 관련한 팀 혹은 조직이 있습니다. 그런데 10개의 혁신 방안 중 몇 개의 프로젝트가 성공하셨는지 물어보면 1개 혹은 0.5개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99%라고 합니다. 왜 혁신 아이디어 9개는 실패할까요? 단순히 운이 나빠서일까요?
기존의 혁신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는 대부분 사용자의 대한 공감 결여와 제대로 된 문제 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성공을 이끌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씽킹’이 도움이 된다고 많은 곳에서 말합니다.
현재 스탠포드 D스쿨과 미국 컨설팅 회사, 애플 및 구글 같은 혁신이 일상화된 기업에서부터 시작해 일상 업무에서 디자인 사고를 사용하는 기업의 사례가 점점 늘어납니다. 디자인 씽킹은 크고 작은 모든 유형의 조직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강사 소개
김진원
- Design thinking expert
- Innovation facilitator
- Integrated designer
- 오로라플래닛 디자인 컨설팅 대표
— 디자인진흥원 / 디자인 씽킹 기반의 경영 혁신 TF 컨설팅
— DS SCHOOL 디자인 씽킹 강의 및 디자인 컨설팅 - 전 GS SHOP /사내 혁신 조직 Open Lab 리더
— IT innovation center 등의 사내 조직 컨설팅
— Design thinking
— Agile facilitation
— 혁신 이벤트 기획/운영 (전사 Hackathon 등) - 전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아트 디렉터
- 전 크로스포인트 브랜드 디자이너
- 기타 디자인 씽킹 교육 및 컨설팅 경험 다수
— PaTI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스승
— 루트임팩트 디자인 씽킹 교육파트너
—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프로그램 멘토
— SK 경제경영연구소 ‘미래의 SNS 상상보고서’ 연구 총괄
— 서비스디자인 워크숍 총감독
— 하나은행 명동점 플래그쉽 스토어 디자인 디렉터
커리큘럼
이론편: 2/12(목) 19:30–21:30
- 디자인 씽킹 소개
- 디자인 씽킹 마인드셋 배우기
- Q&A
실전편 1주 차: 2/22(토) 13:00–18:00
- 바로 액션! 액션 러닝을 통한 디자인 씽킹 전체 멘탈 모델 이해하기
- 실습: 쉽고 즐겁게 디자인 씽킹 익숙해지기 (해상도 높여나가기)
— Empathy: 고객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발견하려면?
— Define: What is real valuable problem? 발견을 어떻게 가시화하고, 좋은 가설을 함께 도출하는가?
실전편 2주 차: 2/29(토) 13:00–18:00
- 실습: 쉽고 즐겁게 디자인 씽킹 익숙해지기 (해상도 높여나가기)
— Ideate
— Prototype: 피드백을 받기 위한 빠른 시뮬레이션
— Implementation
수강 대상
- 혁신 프로젝트 수행하는 분
- 신사업을 하셔야 하는 분
- 고객의 진짜 문제를 알고 싶은 분
-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분
강연 안내
- 이론편: 2020년 2월 12일(수) 19:30–21:30
- 실습편 1주 차: 2020년 2월 22일(토) 13:00–18:00
- 실습편 2주 차: 20201년 2월 29일(토) 13:00–18:00
- 장소: 위워크 삼성역 2호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