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본부장, 이하 최): 지금은 무슨 일을 하세요?
신시열(인도포럼 운영위원장): 전 인도대사 이준규 회장의 인도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있고 1주일에 1–2번 정도 코트라, 무협, 경총, 상공회의소, 한국마케팅협회 등 강연도 해요. MTN 머니투데이 TV에 ‘굿모닝 글로벌’이라는 방송이 있는데 그중 매주 금요일 오전에 진행된 인도 특집에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출연해 시즌1을 마쳤죠.
최: 인도포럼은 어떻게 운영되는 거예요?
신시열: 삼성세리연구소에서 2000년대 초 인도포럼을 만든 게 시작이었는데요, 현재는 사단법인 인도연구원 산하에 있어요. 한국과 인도의 비즈니스 관련된 주제로 매달 세미나도 열리고, 네트워킹 모임도 진행합니다. 한국과 인도를 넘나들며 활동하시는 분들 중 활발히 인도 관련 비즈니스를 하시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을 회원으로 모시는 커뮤니티죠.
최: 일반적으로 인도와 연(?)을 맺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인도에 가신 거죠?
신시열: 인도하고 전혀 관련이 없었죠. 그런데 2009년에 CJ홈쇼핑에서 TV사업부장을 하게 됐어요.
최: 사업부장이면, 임원?
신시열: 네. TV사업부장이니까 TV방송에 올리는 제반 상품 아이템들이 다 제가 취급하는 분야로 들어오게 된 거예요. 화장품, 생활용품, 패션, 디지털, 주방용품 그런 것들을 맡게 되었죠. 홈쇼핑은 그런 것들을 파는 거잖아요? 공급해 주는 협력사 대표님들과 업무적으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는데, 그분들이 CJ홈쇼핑의 글로벌 사업 현장들을 한번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2011년도 2월달에 7명의 CJ홈쇼핑 협력사 사장님들을 모시고 직접 인도에 가는 비즈니스 트립을 구성을 한 거죠. 그게 인도와의 첫 인연인데, 다음 해에 제가 CJ홈쇼핑 인도법인에 법인장으로 갔죠.
최: 통상적으로 해외법인의 법인장으로 간다 하면 사람들은 다들 멋있네 생각하지만, 보통은 고생하잖아요?
신시열: 일단 규모가 생각보다 컸어요. 당시 2012년에 정직원만 한 200명이 넘었고, 2016년 봄 제가 나올 때는 한 330명이었으니까 계약직까지 합쳐 약 500명 정도 됐거든요. 그 정도 조직을 합리적으로 회사가 원하는 대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거기다가 또 잘 모르는 나라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생소한 홈쇼핑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상품을 판매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었죠. 개인적으로는 음식도 안 맞았고요, 하필 제가 있던 뭄바이는 한국 음식점도 없고, 한인 슈퍼마켓도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처음 인도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좀 어려웠죠.
최: CJ홈쇼핑이 꽤 빨리 인도에 진출했군요?
신시열: 그렇죠, 2012년 2월이 제가 간 시점이고, 시작은 2009년 9월달에 개국했어요. CJ가 거의 초창기에 들어갔죠.
최: 그 당시에는 어떤 판단으로 먼저 들어가게 된 거예요? 우리나라 홈쇼핑이 많이 들어가 있나요?
신시열: 그때 GS홈쇼핑이 우리하고 비슷한 시기에 홈샵18에 투자 형태로 들어갔어요. GS홈쇼핑은 신규 합자법인의 지분투자형식 비슷하게 들어갔는데, 지분이 소수 지분(Minority share)이었어요. 그래서 GS가 홈샵18 회사의 본격적인 운영의 주체가 되지는 않았어요. 근데 CJ는 50:50 합작법인을 세워 들어갔거든요. 당시 인도의 제일 큰 방송국인 스타티비(루퍼트머독의 회사)랑 같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나중에 스타티비가 홈쇼핑의 이해가 약해 지분을 정리한 뒤 나가고, 그 자리에 미국의 프로비던스에쿼티라는 펀드 회사가 스타티비를 대신해서 들어왔죠.
최: 홈쇼핑 회사가 왜 인도에 간 거죠?
신시열: 2004년 4월 1일 CJ홈쇼핑이 중국에서 홈쇼핑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잘됐어요. 여러 가지가 잘 돌아갔어요. 중국이 잘 되니, 다음번엔 인도 아닐까? 한 거죠.
최: 그렇게 생각한대로 성장이 쭉 됐나요 인도에서는?
신시열: 매출은 연평균 20%씩 꾸준히 올랐는데, 영업이익 확보가 계획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달성 목표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어요.
최: 영업이익 확보가 어렵다는 것은 사업하기 힘들다는 의미 아닌가요?
신시열: 지금 인도의 유통회사, 홈쇼핑 회사든 이커머스 회사든 주로 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 중에서 제대로 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내는 데가 있냐, 하면 사실상 없다시피 해요. 그 이유가 뭐냐면 이 인도 소비시장, 그중에서도 온라인 시장은 근본적으로 매출 드리븐을 하는 회사들이 살아남는 시장이어서 그런데, 예컨대 이커머스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A라는 회사가 매출액이 있으면 그 매출액×2.4, 매출액×2.5 이런 식으로 회사 밸류에이션을 계산해요. 왜? 이익 확보가 어려우니까.
최: 왜 그렇게까지….?
신시열: 지금 시점에서 판단키로는 인도 시장은 매출에서 이익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최대한의 매출 및 가입자 확보를 통한 투자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시장이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플립카트에요. 인도에서 제일 큰 이커머스 회사. 2007년에 창업했는데, 창업 당시 대부분 사모펀드에게서 투자받았어요. 사모펀드들이 투자할 때는 반드시 엑싯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잖아요? 근데 보통 사모펀드들이 그 엑싯을 얼마 만에 하냐, 5년 내지 6년 정도에 해요. 그 이후에도 모건스탠리 같은 데도 플립카트에 투자하고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데도 투자하고 텐센트도 투자하고, 그 유명한 손정의도 2017년에 플립카트에 투자했어요. 그러면서 처음에 투자한 회사들은 당연히 돈을 벌었겠죠? 손정의도 투자한 다음 해에 월마트가 우리 돈으로 무려 19조 원(160억 달러) 정도를 들여서 플립카트 지분 77%를 가져가면서 또 큰돈을 벌었고… 근데 그런 회사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냈냐 하면 그렇지 않았어요? 당시 플립카트의 누적적자가 4조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해요. 상식적으로 누적적자가 4조가 넘는 회사에 오프라인 강자인 회사 월마트가 무려 19조 원을 투자해 들어간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최: 무한 성장 가능성?
신시열: 제가 봤을 때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월마트는 아마존에게 온라인 서비스에서 지속적으로 밀렸어요. 그 대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들어가자, 그런데 거기가 어디지? 하고 살펴봤더니 인도인 거예요. 인도는 2019년을 기준으로 해서 eMarketer라는 회사의 계산으로 보면 460억 달러, 그리고 성장률은 32%.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커머스가 크는 나라거든요. 인도에서 만큼은 우리가 아마존의 베저스한테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월마트가 그 큰돈을 투자한 거예요
말이 그렇지 19조 원이면 어마어마한 돈이에요. 쿠팡에 손정의가 3조 3,000억 원 투자했죠. 그것도 전무후무하게 큰 액수라고 얘기를 하는데, 월마트가 100%도 아니고 77% 지분을 확보하는데 19조 원을 들여서 들어갔다, 그런데 누적적자가 4조가 넘는 회사를 21조 내지 22조의 가치를 두고서 77% 지분이 들어갔으니까. 이 시장은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상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내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장이 아니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장점유율, 매출, 가입자 확보… 이런 시장인 거예요. 현재까지도. 선점, 즉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를 위한 매출 위주의 시장인 거예요. 세일즈 드리븐 시장. 지금도 마찬가지고…
최: 앞으로도?
신시열: 앞으로도 최소한 3–4년은 그렇게 갈 거예요.
최: 계속 올라갈 것이다?
신시열: 어느 정도는? 인도라는 나라, 인도라는 시장, 인도라는 경제를 잘 이해한다면요. 그리고 중국 경제와 온라인서비스, 이커머스, 그리고 오프라인이 어떻게 성장했다는 게 이미 모델로 나와 있던 상태였기에 중국을 비춰서 인도를 보면, 이렇게 성장하겠구나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투자’ 목적과 방법을 통해서 인도 시장에 들어갔으면 막말로 돈을 엄청 벌었을 거예요.
최: 거꾸로 얘기하면 인도는 지금이 제일 쌀 때다 이런 말이 되는 거네요?
신시열: 지금이 제일 쌀 때라는 표현보다는, 아직도 투자해서 큰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라는 거예요.
최: 투자해서 그 투자된 걸 누군가가 또 더 큰 밸류로 살 수 있다는 거죠.
신시열: 그렇죠. 끊임없이 그래 왔으니까. 근데 만약에 보세요, 지금 아까 플립카트 얘기를 했는데 플립카트가 몇 년 전에 M&A를 한 회사가 자봉닷컴(Jabong.com), 민트라닷컴(myntra.com)이 있어요. 여자들을 위한 상품 중에서도 주로 아웃핏, 의류 패션을 위주로 했던 회사들인데, 당시 다른 어떤 회사가 투자 목적을 가지고 민트라닷컴이나 자봉닷컴에 (지분)투자하는 데는 그리 큰돈이 안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2015년, 그리고 2014년 사이에 플립카트가 자봉닷컴, 민트라닷컴을 인수했어요. 만약에 민트라나 자봉닷컴 같은 회사에 우리 한국 기업이 일찍 투자해 놨다면 아마 지금은 큰돈을 벌었겠죠.
최: 계속해서 그렇게 후속 투자가 들어온다는 거는 결국, 시장이 커진다?
신시열: 시장이 커진다, 맞아요. 마켓 사이즈가 커진다. 마켓 사이즈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렇게 하는 거예요.
최: 시장이 커진다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이미 시장이 거대한데, 더 커진다?
신시열: 이 그래프 한번 보시겠어요? 2000년부터 2050년까지, 미국/유럽/일본/중국/인도/여타 아시아 국가들, 6개 군으로 나누고서 각 나라의 중산층의 소비 비중이 시간이 감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건데요.
강연 때 이 그래프 보여드리면, 청중분들이 부지런히 휴대폰 꺼내 사진 찍고, 그러세요. 인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중산층의 소비가, 그리고 그 소비 비중이 엄청 빠른 속도로 큰 폭으로 늘어나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거든요. 그다음에 그것보다 우리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거, 우리가 중국과 언제부터 교역을 늘리기 시작했나요?
최: 한 20년 전?
신시열: 아니에요. 더 오래됐죠. 우선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했던 시기 전후를 봐야 하고요. 일찌기 1978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등소평이 심천, 심양을 포함해서 투자자유구역 5개를 정해서 여기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한테는 너희들이 얼마든 뭘 투자하더라도 우리가 자유롭게 너희들 투자하는 걸 이룰 수 있게끔 해 주겠다 했던 거예요. 그게 1978년이에요. 그때 이후에 한국 기업들이 서서히 중국 시장에 들어갔던 거예요. 한 40년 가까이 됐죠. 그 40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냐?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 비중이 25%로 가장 높아요. 여기에 홍콩과 대만의 비중까지 합치면, 비중이 30% 이상으로 올라가죠.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40년 사이에 크는 이 중국 경제를 잘 활용해서 여태까지 잘 먹고 산 거예요. 근데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떻게 됐죠? 2016년 하반기, 사드 이슈가 터지면서 이게 다 제대로 안 되는 거예요. 지금도 사드 이슈 해결됐나요? 아직 진행 중이잖아요? 자, 그러면 우리는 중국을 대체할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베트남이 주목을 받았죠. 이제 인도를 봐야 한다는 거예요. 중국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만한 투자처가 되니까. 수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나라가 되니까.
베트남도 2017년도에 이미 피크를 쳤어요. 제가 최근에 KOTRA에 어떤 분을 만나서 확인을 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베트남 투자가 꼭지점을 쳤던 게 2017년이고, 그 후 일본이 베트남 투자의 1등이 됐어요. 그 전까지는 한국이 1등이었는데. 2018–2019년에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1등이 되어버렸어요. 주도권이 넘어간 거죠. 한국의 투자는 2017년을 정점으로 해서 점차 줄어요.
마치 우리가 중국을 잘 활용한 것처럼 15년, 20년, 길게는 30년까지 인도가 우리 수출을 확장할 투자처로서 얼마든지 자리매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를 보자고 얘기하는 거예요. 인도를 몰라서는 우리가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거로 생각해요. 요즘 강연을 시작할 때, 마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는 용어처럼 앞으로 우리나라에 ‘인디아 디바이드(India Divide)’라는 용어가 수년 내 유행할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시작하죠. 근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도에 관심도 별로 없었고, 그러니 진출은 당연히 제대로 못 했어요.
최: 왜일까요?
신시열: 지금까지의 인도 진출은 대기업들이 주가 됐었는데, 대기업들은 자본도 있고, 인력도 있으니 1990년대 중반에 어찌어찌 안착을 했죠. 그걸 보고 당시 다른 중견 기업, 중소기업들도 괜찮겠네 해서 뛰어들었는데 제대로 안 되는 거예요. 뜻밖의 여러 변수가 너무 많은 거죠. 행정 절차 복잡하고, 느리고, 인증 프로세스도 어렵고, 부정부패 등등. 결국 뜻대로 안 됐어요. 대기업들이 성공한 것만큼 중견, 중소기업들은 인도에서 빛을 못 봤어요. 결국 ‘빨리빨리’ 정신으로 급하게 들어 갔다가 잘 안 돌아가니까 야 이거 안 되는 시장이네, 여긴 손대면 안 되겠네 하고 손을 뗀 거죠. 1990년대 중반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잘 정착하는 것을 보고 급하게 준비 없이 따라갔다가 인도라는 나라의 이해도 충실치 않았고, 시장 조사도 충분히 안 했고, 진출하기 위한 제반 준비도 제대로 안 했으니 이런 상태에서 들어가면 제대로 되겠어요? 안 되죠, 당연히.
최: 그래도 일단 해봐야 아는 거 아닌가요?
신시열: 물론 그게 맞는데, 특히 인도 진출할 때는 확실하고 분명하게 버려야 할 게 있어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 급하게 서두르는 정신. 빨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그것… 그거 버리지 않으면 박살 납니다. 성공할 수 없어요.
인도는 이미 2016년에 전 세계 3위의 나라가 됐어요. 개인은 가난하지만, 인도 자체는 부자 나라가 됐다는 얘기죠. PPP(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을 감안한 인도의 GDP로 봤을 때는 이 나라는 벌써 전 세계 넘버 3가 됐어요. 내 얘기가 아니고 PWC가 그들 컨설팅 보고서에서 2017년 11월에 얘기한 거예요. 이미 2016년에 중국이 1등, 미국이 2등, 인도가 벌써 3등이라고요. 구매력 기준으로. 그리고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가 누구냐? 중산층이란 말이에요. 근데 그 중산층이 앞에 OECD 그래프에서 본 것처럼 엄청나고…
최: 결국 인도는 구매력 측면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신시열: 말도 못 할 정도죠. 지금 벌써 컸고. 제가 인도 책 『코끼리에 올라타라』를 쓰고, 방송도 하고, 강연도 하지만, 제가 해서가 아니라 진짜 인도 관련된 것은 무엇인가 염두에 두고 잘 보셔야 해요 진짜로. 마치 우리가 중국을 30년, 혹은 그 이상 수출로도 다른 방법으로도 잘 활용한 것처럼, 인도도 똑같은 혹은 유사한 방법으로 잘 활용할 수가 있어요.
최: 인도 법인장 시절에 우리나라에서는 재미 못 봤던 상품인데 인도에서 터졌다, 그런 거는 없었나요?
신시열: 그런 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재미를 봤는데 인도에서 더 큰 재미를 본 상품은 있었어요. 대표적인 게 빨래 건조대.
최: 빨래 건조대요?
신시열: 네, 빨래 건조대. 매직밥이라는 청소 도구도 있었고, 리체나라는 간편 헤어 염색제가 있었고요. 빨래 건조대는 인도 같은 경우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4개월 동안,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져요. 그래도 빨래는 해야 하는데, 우기니까 습해서 빨래를 말리는 게 만만치가 않은 거죠. 뭄바이에 촬(Chawl)이라는 게 있어요. 인도식 연립주택인데 수령이 대략 30–40년 정도 돼요.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사람이 살도록 마련된 거예요. 마치 우리 과거 엄청 촘촘한 연립주택처럼. 촬이 어떻게 돼 있냐면, 10평 미만 되는 공간에 한 가족 4–5명이 사는 거예요. 방 구분 없이 원룸처럼 되어 있고, 부엌이니 뭐니 다 붙어 있는데 층고가 꽤 높아요. 그 조그만 공간에 다락방을 만들어서 애들은 거기서 자고, 공부도 하고. 그렇게 조그마니까 빨래를 하면 말릴 데가 없어요. 특히 우기 때.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방에서 말리기보다 촬 앞에 난간이 있는데 거기 빨래를 걸어 놓아요. 또 복도가 있을 거 아니에요? 복도 위에다 빨랫줄을 4–5줄 걸어서 빨래를 말리죠.
하지만 우기에 비가 세차게 바람과 함께 몰아치면 다 소용없어요. 걸어봐야 빨래가 안 말라요. 그렇기 때문에 빨래 건조대가 큰 히트를 쳤던 거예요. 50만 개 넘게 팔렸어요, 6년 동안에. 그게 빨래 건조대가 히트를 친 비결.
그다음 매직맙 청소도구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제 책에 설명을 했죠. 인도 집도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 많아요. 2010년 전후 일반 소비재를 만들어내는 공장이 많지가 않았고, 만들어도 마감이 안 좋았고, 공산품을 만드는 손재주가 아직은 우리나라보다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직맙이 처음 나왔을 때 잘 팔렸어요. 디자인이 쌈박하고, 서서 무릎을 굽히고 문지르지 않아도 청소가 잘 되고, 극세사가 일반 옛날 대걸레보다 무려 3배에서 4배 정도는 물을 잘 빨아들였어요. 다 닦고 나서 물걸레 청소할 때도 손이나 발로 눌러 회전판을 돌리면서 물을 빼낼 수 있잖아요. 또 공전의 히트를 쳤죠.
최: 전반적으로 그런 공산품이, 한국형 제품이…
신시열: 주방용품하고 생활용품이 히트를 쳤죠. 전체 우리 매출의 50%.
최: 한국이랑 비교했을 때 매출 규모가 어떠했나요?
신시열: 사실 아직은 차이가 많이 나죠. 2015년 말 기준으로 1,250억 정도 매출을 냈으니까 그 시점 CJ홈쇼핑의 국내 매출은 인도의 15배 이상이었어요.
최: 소비재, 공산품, 이런 쪽이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게 유리할까요?
신시열: 대기업제품을 제외하고 보면, 주로 주방용품과 생활용품 쪽에 진출하는 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 그다음에 화장품과 이미용품이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K뷰티의 명성도 높아가고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화장품 회사 하면 당연히 LG생활건강하고 아모레퍼시픽이잖아요. 인도 사람들이 아모레하고 LG생활건강을 알까요? 천만의 말씀, 몰라요. 그 얘기를 거꾸로 뒤집으면 중견 화장품 회사, 중소 화장품 회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인도에 가서 화장품 사업을 할 때의 출발선은 아모레 등과 같다는 거예요. 왜? 브랜드 먹고 들어가는 게 없잖아요. LG생활건강이든 아모레든 한국에서는 브랜드 밸류, 즉 명성이 있기 때문에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홍보하고 마케팅을 안 해도 그냥 사 주는 게 있잖아요. 조금만 잘하면, 적어도 출발선이 같으니까 인도에서 히트 칠 가능성이 있죠. 그걸 중소 화장품 회사들이 좀 더 알아야 합니다.
최: 그럼 인도에서 한국에 들어오면 잘 먹힐만한 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신시열: 인도에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농산물, 면, 그런 게 큰 히트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수피마(Supima) 면이라고 들어봤어요? 통풍이 굉장히 잘되지만 고급스러운 소재인데요. 유니클로나 무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죠. 인도의 면은 굉장히 높은 퀄리티를 보여요.
최: 면직물.
신시열: 그리고 염색 실력이 아주 탁월하고. 또 인도가 디자인이 굉장히 강해요. 수천 년 내려오는 디자인의 패턴이란 것도 있고, 굉장히 다양해요. 예쁜 패턴, 색감이 많아서 인도 옷감이 가진 경쟁력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 홍삼이 있다면, 인도에는 소위 자연 요법이 있어요. 대표적인 자연 요법인 아유르베다 방법으로 제작된 화장품이라든지, 그런 게 굉장히 큰 히트 가능성을 가졌다고 봐요. 지금도 유기농 많이 찾죠. 아유르베다는 유기농의 가장 정수일 수 있어요. 인도의 전통적인 방법, 자연 요법을 활용한 농산물이라든지 그런 게 가능성 있겠다 싶어요. 이미 한국 홈쇼핑에서 인도산 ‘시서스’가 유행하죠.
최: 자본시장은 어떤가요? 예전에 친디아 펀드 유행한 게 한 20년 전인가.
신시열: 우리나라에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도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있어도 복잡하고, 느리고. 그래서 제가 권하는 방법은 두 가지에요. 하나는 ETF, 인덱스펀드를 사는 것이 하나가 있고, 다른 하나가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개설된 인도펀드를 구매하는 방법이에요. 둘 다 수익을 내자고 하는 건데, 인도의 종합지수 두 가지, SENSEX와 NIFTY50를 검색해보면 이래요.
2010년 이전에 투자해서 꾸준히 들었으면 얼마나 큰 투자수익률을 올렸겠어요. 한 나라 경제의 건강성, 미래 전망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게 SENSEX 같은 종합주가지수예요. 인도 경제가 지금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다고 보시면 돼요. 작년에만 거의 28% 올랐어요.
최: 인도를 진출하겠다고 생각한 회사들이 이것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게 있나요?
신시열: 반대로 반드시 해야 할 걸 말씀드릴게요.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셋째도 공부에요. 내 아이템과 상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인도에 진출하려면 당연히 인도 시장 전체, 인도 경제, 인도라는 나라, 그 나라의 경제정책, 지도자, 그 지도자가 여태 해왔던 거, 앞으로 할 거, 그런 걸 잘 알아야 해요. 기업규모가 크건 작건 인도라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 경제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인도 비즈니스의 현황이 적어도 지난 10년에 어떻게 지내왔고 주요한 이슈가 뭐였고, 당면과제가 뭐고, 뭐는 잘 되고 뭐는 안 되고, 진출하고자 하는 산업군의 지난 10년을 잘 알아야 해요. 인터넷도 열심히 찾아보고 책도 열심히 사서 봐야 하고, 그다음에 증권사의 리포트 같은 것도 챙겨야 하고요. 당연히 실제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해본 인도 전문가의 강의도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인도 정부의 사이트 자주 들어가 보시고. Modinomics, Make in India 키워드 검색해서 나오는 아티클도 자주 보셔야 해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냐면 공부한 걸 바탕으로 해 갖고 제가 봤을 땐, 내 상품이 이미용품 화장품이면, 화장품 관련된 인도 포럼, 전시회를 적어도 한두 번은 왔다 갔다 해 봐야 해요. 그러면서 그게 전시회 참가해서 보는 것은 한마디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인도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본인이 비즈니스 트립 등을 통해 직접 겪어보거나, 직원을 파견해서 계속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이미 진출해서 성공을 한 회사가 있고 이미 진출했다가 실패한 회사가 있어요. 그러면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해요. 특히 실패 사례. 실패했을 때 어떤 요인 때문에 실패했는지, 성공했으면 어떤 요인 때문에 성공했는지 그런 걸 살펴봐야죠.
[신시열] 2020년, 인도를 알아야 하는 이유
왜 지금 왜 인도일까요? 구글에 인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검색하면 한국어 결과로는 56만 건, 영어로는 12억 9,000건이 나옵니다. China, Vietnam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로 세계는 인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내에서는 코트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게임전문미디어, 에너지 경제신문,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포스코경영연구원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여러 기관에서 인도에 관한 여러 논문과 기사가 있습니다. 인도는 먼 나라인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 중요합니다.
모두가 베트남과 중국을 외칠 때, 인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픗픗은 인도에서 사업을 하시거나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해본 분들을 모시고 세미나와 스터디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연사 소개
연사 신시열 님은 CJ그룹, 한솔 그룹에서 온라인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근무했습니다. CJ오쇼핑이 인도로 진출하면서 만든 합작법인 숍CJ의 인도법인장으로 5년간 재직하면서 매직맙 물걸레, 빨래 건조대 등을 히트시켰습니다. 이 기간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직접 경험하고, 또 우리 기업의 인도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인도가 우리에게 소중한 시장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인도 진출을 기획하는 기업에 도움을 주고자 인도포럼과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합니다.
커리큘럼 소개
- 인도 개관
- 단기 인도 경제 전망
- 중장기 인도 경제 전망
- 인도 경제의 ‘거대함’을 맛볼 수 있는 토픽 소개:
— 2억 명이 넘는 중산층 소비 전망 타국가와 비교
— 1년에 3억 대가 넘는 휴대폰 판매 시장 - 전통시장과 현대 시장 규모, 상품군별 판매현황
- 전통시장과 현대 시장 사진 및 설명
- 가장 빨리 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 소개
- 나렌드라 모디 총리 소개
- 모디노믹스 핵심 정책 소개
— Make in India
— 스마트시티 및 산업 회랑 - 모디노믹스 보완정책 소개
- 인도의 우주항공기술 소개
- 인도 홈쇼핑 시장 성공 상품 사례
- 진출전략
- 인도 센섹스 지수(종합주가지수) 리뷰
※ 주의: 인도 세미나만 수강할 수 있는 강의입니다. 인도 스터디까지 포함한 강의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강의 안내
- 날짜: 2020년 2월 5일(수) 19:30–21:30
- 장소: 위워크 삼성역 2호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