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30세까지 대성해서 큰 부자가 되겠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 마흔이 되었는데 이제 보면 마흔부터 진짜 시작인 것 같다. 그러나 소싯적의 패기가 어린 생각이라고 놀릴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 허세라도 없었으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거는 없어도 자신을 믿으면 노력하게 되어 있지 않을까.
부끄러운 점은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단 점이다. 실질적인 실행도 하지 못했다. 부자가 되려 했다면 20대 중반에 일찌감치 사업을 하겠단 뜻을 세웠어야 한다. 월급쟁이로 살기 싫단 생각은 했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사업을 배우겠다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1+1=2 같은 당연한 공식인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나도 굳이 묻지 않았다.
하기야 사업을 한다고 작게 일을 벌이기도 했다. 그땐 진심이었는데 지금 보면 다섯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땐 괴로워하기만 했다. 대신 갈망은 커졌으니 그걸로 좋다. 사업가에 나름 가장 가까워 보이는 트레이더가 되었다. 월급쟁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30이 훌쩍 지나서야 성과를 냈다. 그땐 매일 매일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 변명밖에 남지 않은 40대이리라 생각했다. 지금 당장 가진 것을 전부 쏟아 넣어야 잔근육이라도 붙으리라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면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가 기적처럼 주어질 거라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다음 기회는 영영 없을 것처럼 사고했다. 경주마처럼 시야를 좁혔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자신을 바꾸기 위해 나를 미워하거나 나와 닮은 사람의 특성을 미워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람을 미워하진 않았지만 나태와 썩은 근성을 혐오하고자 했다. 바로 거울 속의 내 모습이었다. 종교는 없지만 매일 내 못난 생각을 깨끗이 비워내고자 기도했다.
재능이나 운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0대 이전에 그 안일한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뭣도 안 된다. 모든 성공은 노력파의 것이다. 다만 남들보다 두 배밖에 못 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전략을 갖춰야 하고, 남들보다 열 배 더 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전략을 쓸 수가 있다. 나같이 노력이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은 몇 배 더 노력해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목구멍까진 쫓아가야 한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유로워졌다. 소발에 쥐 잡듯이 엎치는데 겹치는 식으로 재주가 펼쳐지길 바랐던 마음을 때려잡고 나면 변명이 없어지고 허세를 증명할 이유도 없어진다. 투입한 만큼 받는다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투입한 만큼 받지 않는다. 운과 재능이 따른다. 내일 교통사고가 나는 건 운의 영역이 아닌가. 사람의 노력으로 피하기 힘들다. 수십 년간 쌓아온 재능도 어느 순간 무르익게 마련이다. 그러나 특정한 환경에서만 만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생은 분명히 불공평하다. 다만 내 기준에서 보면, 나 자신보다 한발 앞서가는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이룰 수 있었던 모습을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 최고의 공포라 한다. 바로 내가 그 사람이 될 순 없을까? 그런 생각으로 평행우주의 나 자신과 싸워서 승리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겐 부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사업에 관해 생각하고 공부해보길 부탁드린다. 세상에 사업 아닌 것이 없다. 월급쟁이도 누군가의 사업을 돕는 일이다. 대부분의 일이란 하루하루의 일상을 수년간 바쳐 남의 사업을 돕는 일이다. 그러니 간접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업이 아니라 생각지 말자. 투자도 남의 사업을 이해하는 것이고, 멋진 소비도 결국 남의 사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업과 돈의 움직임이 21세기의 언어이다. 돈에 문맹이 되지 말자.
원문: 불릴레오 천영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