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투자 누적액 30억 원, 환경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가맹점 수 4700개 돌파… 마감 할인 식음료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운영하는 소셜벤처 ‘㈜미로’가 최근 이뤄낸 주요 성과다. 2018년 11월 라스트오더 애플리케이션을 정식 출시하고, 약 1년 만에 스타트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라스트오더’의 서비스 개선 및 확장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오경석 ㈜미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로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길(美路)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18년 4월 설립한 회사다. 앞서 MBC, YTN 등 방송국에서 PD로 일하던 오 대표는 유럽 출장 당시 독일에서 ‘투 굿 투고(Too good to go)’라는 마감 할인 식음료 플랫폼을 접하게 된다. 버려지는 음식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일거양득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손도 안 댄 음식’ 쓰레기로… 저렴한 값에 사고판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총량은 약 550만 톤, 처리 비용 8,800억 원을 포함하면 22조 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중에는 한 번도 손대지 않은 ‘먹지 않은 음식물’의 양도 상당했다. 오 대표는 “가치 있는 일을 소재로 한 창업에 대한 꿈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는데, 시장 조사를 통해 확신이 생겨 라스트로 오더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스트오더는 판매자가 마감 할인 상품을 등록하면 구매자가 선주문‧선결제한 뒤, 방문 수령하거나 매장에서 식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기존 가격 대비 30–90%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공급자는 당일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폐기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어 서로가 이득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도 함께 감소한다.
정식 애플리케이션 출시 전, ㈜미로 팀은 지난해 7–11월 약 5개월간 서울 관악구 지역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맨 처음 가맹점 수 20개로 시작했는데, 상점을 가가호호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이끌었다. 오 대표는 “지금도 가게마다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면서 하나씩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며 “가맹점 주들도 마감 할인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초반에는 100군데 가면 99군데는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돌아봤다.
현재는 가맹점 수가 4700개로 늘어났고, 이 중에는 ‘크리스피크림도넛, 생어거스틴, 스노우폭스, 발재반점, 파챠이훠궈’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포함됐다. 서비스 지역도 강서구, 마포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2030세대가 많은 자치구 순으로 점차 확장해 지금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일대까지 늘어났다. 내년에는 부산‧울산‧인천‧대전‧대구 등 5대 광역시로 서비스 확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소비자 재구매율 55%, 가맹점주 가게 홍보돼 ‘만족’
실제 라스트오더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반응은 어떨까. 월 20만 명이 앱에 방문하고, 하루 약 500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누적 이용 수도 10만 건을 돌파했다.
소비자의 경우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 재구매율이 55% 정도로 높은데, 이용 전에는 ‘왜 할인하지? 음식에 문제가 있나? 양이 적나?’ 등 오해를 가졌다가 한번 이용하면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댓글을 보면 환경 보호 취지에 공감하고 가치소비에 동참하시는 소비자도 늘었다.
가맹점의 경우 남은 음식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앱을 통해 가게가 홍보돼 새로운 손님이 유입되는 등 효과를 얻고 있다. 마감 할인을 통해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다른 상품을 구매해 추가 매출이 발생하고, 처음 방문한 손님이 진성 고객으로 전환돼 업주들이 만족해한다.
정부나 기업 등의 ‘지원’이 아닌,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롯데액셀러레이터, 대경인베스트먼트, 디에스자산운용 등 민간 투자사의 ‘투자’를 이끌어낸 ㈜미로. 투자금 덕분에 서비스를 확장하고 3명에서 시작한 직원은 21명으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오 대표는 “가진 것에 비해 좋게 봐주셔서 투자를 받아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함께 생긴다”고 토로했다.
픽업→배달로 확장, 유통기한 임박 식품‧B급 농산물도 판매
㈜미로는 픽업을 넘어 배달을 통해 마감 식음료를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먼저 앱을 통해 주요 식품기업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 B급이라 버려지는 과일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해 백화점, 편의점 등 유명 기업과 손을 잡고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유제품 등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및 기술 개발에 특히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오 대표는 “항상 투자 제안이나 회사 소개를 할 때 하는 말이 있다”면서 “㈜미로가 줄이려는 건 단지 가격이 아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고, 소비자의 가계 부담을 줄이고, 업주들의 매출 손실을 줄인다. 라스트오더가 우리 사회에 잘 안착한다면, 3가지 영역에서의 ‘줄임’이 선순환 구조를 이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설립 이후 지난 1년간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왔어요. 창업 초기에 비해 제 몸무게 25kg나 늘어난 게 증거예요. (웃음) 그동안 팀원들이 힘써준 덕분에 이만큼 성장한 것에 대한 고마움이 크지만, 아직 뿌듯해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미로가 해야 할 일이 100이라면 아직 1도 안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99를 바라보며 더 열심히 달려가고 싶어요.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