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트오더로부터 협찬받지 않은 글입니다.
요즘 오후 6시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켜보는 앱이 있습니다. 바로 ‘라스트오더’라는 서비스입니다. ‘라스트오더’는 2017년 5월에 출시한 서비스로, ‘우리 동네 마감 세일’을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위치 주변의 식당, 카페의 마감 세일 상품을 지도 기반으로 둘러볼 수 있으며, 구매 후 매장에 방문해 식사하거나 픽업해올 수 있는 서비스죠.
가게 사장님은 차마 팔지 못해 버리게 될 음식이나 음료를 이 앱을 통해 판매하며, 소비자는 평소 가격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 가까이 되니, 잘만 구입하면 그야말로 ‘득템’ 할 수 있는 서비스인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라스트오더를 켜게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퇴근 후 저녁 식사로, 마감 세일 음식을 픽업해갈까 하는 마음에 살펴보기도 하고, 카페에 가고 싶을 때는 마감 세일 음료를 이용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켜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라스트오더는 저의 필수앱으로 자리 잡아가고, 매일 늦은 오후에 펼쳐보는 ‘데일리앱’이자 ‘이브닝앱’이 되어갑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왜 제가 라스트오더 앱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고 배웠는지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소비자, 가게, 서비스가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
하나의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니즈의 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비스에 엮인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니즈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서비스를 든든히 뒤받쳐줘야 하죠. 이해 관계자의 니즈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균열이 생긴다면 그 서비스는 오래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라스트오더’는 서비스에 엮인 소비자, 가게, 서비스가 모두 자신의 니즈를 충족하는 서비스입니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살펴볼까요. 소비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동네 식음료’를 득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할인 폭도 매우 큽니다. 마감 시간 전에 해당 상품을 ‘솔드 아웃(Sold out)’ 시키는 것이 가게 사장님들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혹’할만한 매력적인 할인율을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손님이 제한된 시간 안에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죠. 보통 40~50% 할인을 진행하며, 마감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할인율은 더 커지기도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입니다.
아무리 소비자가 좋아하더라도 가게 업주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이 서비스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마감 세일 상품이 꾸준히 있어야 구매 가능한 상품이 늘어나게 되고, 이와 함께 사용자도 늘어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 데이터베이스가 많아야 사용자가 많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가게 사장님 입장은 어떨까요. 이들에게도 ‘라스트오더’는 매우 환영받는 서비스입니다. ‘라스트오더’ 가 없었을 때는 영업시간이 지나면, 준비해뒀던 식자재를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감 세일을 하더라도 가게 앞에 안내문을 붙여두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죠. 그 시간에 가게 앞을 지나가는 ‘제한된 잠재 고객만’을 대상으로 홍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라스트오더’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버리는 식자재를 최소화하면서도 판매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팔려서 버리게 되는 것보다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더라도 판매하는 것이 가게 입장에서는 훨씬 좋습니다. 그렇기에 마감 시간에 임박해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라스트오더’에서 상품 판매를 개시하여 재고 없이 잘 영업 마감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주체인 서비스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라스트오더는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 사장님이 늘고, 이를 찾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판매 건수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됩니다. 이에 따른 수수료 수입도 함께 늘어나게 되죠. 또한 ‘마감 세일 상품’이다 보니 환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제하는 순간 수수료 수입이 ‘고정’되는 장점도 적용됩니다.
이처럼 소비자, 가게, 서비스가 각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서비스가 바로 라스트오더입니다. 처음 20여 개 업체에서 시작해 이제는 4,000개가 넘는 업체가 라스트오더를 통해 마감 세일 상품을 판매합니다. 업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 입점 요청이 이제는 먼저 들어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도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잘 짜인 구조에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배달 시대’를 역행하는 ‘오프라인 방문’
요즘은 그야말로 ‘배달 전성시대’입니다. 음식, 음료, 책, 식자재까지 배달 안되는 것이 없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프라인 가게를 방문할 필요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배달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맛집 음식도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배달비만 지불하면 내 집이 곧 맛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오더’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합니다.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가게를 ‘방문’해야 합니다. ‘배달 전성시대’가 도래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라스트오더를 통해서는 오프라인 방문을 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가게 업주분들은 이 점을 오히려 반깁니다. 평상시라면 방문하지 않았을 손님이, 마감 세일 상품 덕분에 가게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주는 것이니, 가게 홍보 차원에서는 손해가 결코 아닙니다. 가게명, 가게 위치, 판매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키울 수 있고, 방문 손님을 단골로 만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죠.
이처럼 소비자가 가게를 직접 방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게 홍보를 위해 일부러 마감 세일 상품을 등록해 판매하는 가게도 늘어납니다. 어차피 가게 마케팅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면, 라스트오더를 이용하는 것이죠. 할인 상품으로 방문 고객을 만들고 이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적으로 방문해주는 고객층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저도 라스트오더 덕분에 한 카페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라스트오더의 할인 상품 때문에 매번 지나쳐 갔던 한 카페를 들어가 보게 되었고, 음료 맛과 분위기에 만족한 덕분에 이제는 마감 세일 상품이 없어도 그 카페를 주기적으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모든 것을 받아보는 ‘배달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게에 손님이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배달이 못하는 ‘빈 영역’을 잘 파고든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게 마케팅을 위해서 라스트오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업주분들이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환경을 생각하는’ 서비스로의 자리매김
라스트오더가 자랑스럽게 내미는 메시지 중 하나는 ‘환경 보호’입니다. 마감 세일을 통해 버려지는 음식물 폐기량을 줄인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죠. 국내 기준으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은 1만 2,000톤에 달하며, 이를 위한 처리 비용만 1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서비스가 바로 라스트오더입니다. 이 사업 아이디어로 2019년에는 환경형 예비 사회적 기업에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라스트오더는 이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서비스 곳곳에 안내 문구를 적어두었습니다. 앱을 실행하면 나오는 스플래시 이미지에서는 ‘낭비 없는 음식문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리고, 각 가게 홈의 주문 페이지에서는 ‘낭비되는 음식을 구해주세요’라는 배너를 통해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를 유도합니다.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내가 먹기 위해 음식과 음료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지만 그 소비 가치가 더 빛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라스트오더에서의 소비입니다. 그러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점’을 더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첫째는 라스트오더를 통해 구매한 음식과 음료로 인해 환경 보호가 얼마나 되었는지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구매한 상품으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양이 얼마나 줄었고, 처리 비용은 얼마가 절약되었는지 ‘누적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죠. 이 수치만 보고 환경 보호에 기여했다는 윤리적인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고 SNS를 통해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빈 그릇 할인’ 이벤트입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음료 할인을 제공합니다. 절약된 포장 용기 비용을 할인으로 제공하며,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소비자를 응원하기 위한 이벤트인데요. 이 할인 제도 덕분에 직접 텀블러를 들고 와 음료를 채워가는 소비자가 늘어나죠.
이 이벤트를 라스트오더에 적용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이크 아웃 주문 시, 소비자가 직접 ‘빈 그릇’을 가져오면 이곳에 음식을 담아주고 추가 할인을 해주는 것이죠. 배달이라면 어쩔 수 없이 포장 용기 사용이 필요하겠지만, 소비자가 가게에 들러 음식을 픽업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런 이벤트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달 서비스와 아예 차별화되어 ‘환경을 생각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용자층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 동네 마감 세일 플랫폼’의 가능성
라스트오더에는 지금은 주로 음식과 음료 상품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으로까지 충분히 확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일일 최소 매출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라스트오더를 통해 마감 세일 상품을 등록해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죠.
가게를 운영해나가기 위해서는 ‘일 최소 매출’이 필요합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그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일 최소 매출 규모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습니다. 이럴 때 손 놓는 것이 아니라, 라스트오더를 통해 손님을 유치해 일 최소 매출을 채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마감 세일 할인이 주기적이고 습관적일 경우 마감 세일만을 기대하고 평상시에는 손님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한 손님당 마감 세일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1개월에 1번 사용 가능, 3개월에 1번 사용 가능, 이런 식으로 말이죠.
‘영업 종료’까지 최소의 손님을 유치하고자 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라스트오더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이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죠.
‘각자의 로컬’이 모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된다
실제 라스트오더를 이용하다 보면 이용하게 되는 업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집 주변으로 멀지 않은 몇 곳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죠. 직접 가게에 방문해야 하다 보니 먼 곳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업체 확장이 쉽지 않은 한계성을 가지기도 했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렇게 ‘각자의 로컬’이 모이게 되면 결국은 ‘대한민국 전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사용자가 넓은 지역, 다양한 가게를 이용하지 않아도, 좁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용자 단위가 많아질수록 ‘넓은 범위’에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는 거죠. 마치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이 맞춰져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동네 기반 중고앱으로 큰 인기를 얻는 ‘당근마켓’도 이와 비슷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를 기반으로 중고 물품의 판매와 구입이 일어납니다. 또한 만나서 거래하는 ‘오프라인 직거래’를 추구하기에 한 명의 사용자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는 서비스 확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도 라스트오더와 같이 ‘각자의 로컬’이 모이니,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단위가 아닌 서비스 단위로 봤을 때, 전 지역을 커버하는 대규모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거죠.
라스트오더도 당근마켓과 같이 ‘각자의 로컬’이 전체 지역을 커버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거대한 ‘퍼즐’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좁은 범위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를 모았기에 각각의 사용자에 맞는 ‘지역 타깃형 광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도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치며
오래 지속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비스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라스트오더. 참 오랜만에 ‘착한 서비스’를 만난다는 느낌입니다.
‘혁신’에 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 기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혁신이란 기존에 있는 시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없는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저에게 이 라스트오더가 그런 ‘혁신’이었습니다. 아날로그 비즈니스를 디지털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면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라스트오더의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라스트오더로 우리 동네의 마감 세일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면서 가게 업주분들께는 든든한 ‘마감 서포트’가 되어 드릴 수 있고, 저희는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 가게의 제품을 즐길 수 있는 ‘착한 소비’를 통해서 말이죠.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