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강도 이야기
레몬즙으로 글씨를 쓰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열을 가하면 글씨가 나타납니다. 미국에 사는 맥아더 휠러는 이 사실에 꽤 감명을 받았는지, 이를 은행강도에 활용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굴에 레몬즙을 바르면, 열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얼굴이 보이지 않을 거고, 완벽한 범행이 가능할 거라고 본 거죠.
이를 확신한 그는 복면을 쓰지 않고 은행 두 곳을 털었고, 결국 한 시간 만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당연하게도 CCTV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의 얼굴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그는 잡히고 나서 CCTV에 나온 자신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죠.
난 분명히 얼굴에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이 황당한 사건은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참 황당하죠?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할 수 있지? 하고요. 앞 사건처럼 이렇게까지 멍청하게 생각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터무니없는 자신감과 믿음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든지, 특정한 날에 세계가 멸망한다든지 하는 허무맹랑한 믿음부터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고서는 오늘 왠지 감이 좋아 시험을 잘 볼 거 같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죠.
이외에도 내가 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 일은 이거 이거만 하면 되는 거 아냐?’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내 분야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뭣도 모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생각이 튀어나오죠.
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쉽게 판단하고 말하며, 때때로 멍청하게 행동하는 걸까요? 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입니다. 오늘은 이 더닝 크루거 효과의 소개와 진짜 능력자들의 모습, 멍청한 사람의 심리, 근자감의 장점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팁도 있으니까 끝까지 봐주세요!
더닝-크루거 효과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효과는 일단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분야에 아는 바가 거의 없을 때 그 분야의 자신감이 크게 향상되는 심리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으므로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한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즉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거죠.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지식이 쌓이고, 이 분야를 경험할 때 자신이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지점이 옵니다.
이제야 어느 부분에서 자신이 부족한지, 뭘 모르는지 이제 알게 되죠. 오랜 시간에 걸쳐 더 많은 지식과 능력이 쌓이면 다시 자신감이 붙기 시작합니다. 이전의 자신감과는 달리 진짜 이 분야의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그것을 근거로 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변모하는 겁니다.
더닝과 크루거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이는 다른 말로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나,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부족한 점을 인식하니, 남들도 이 정도는 알거나 부족한 자신보다 더 많이 알 거란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어떤 분야에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 사람은 진짜 능력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명 아는 게 많아 보이는데 자기도 다는 모른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거든요. 그들은 그 분야의 지식이 충분히 많지만 자기가 보기에 뭐든지 정통하다고 볼 수는 없기에 겸손한 모습이 나오는 것입니다.
반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사람일수록 허세를 부리기 십상입니다. ‘아 그거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잖아’ ‘그거 □□인 거 아냐?’ ‘그건 이런 거잖아’와 같이 말하는 거죠. 자존감이 약해서 있는 척하는 걸 수도 있지만, 무지해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심리
더닝과 크루거는 코넬 대학교 학부생을 상대로 독해력, 자동차 운전, 체스, 테니스 등 여러 분야의 능력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자신이 이 분야를 꽤 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꽤 안다고 생각하기에 이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너무 쉽게 평가합니다.
-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곤경을 알아보지 못한다: 뭐가 잘못 돌아가는지 파악하지 못하며, 안다고 해도 뭔가 잘 안되면, 잘되는 사람은 운이 좋아서 된 거라고 폄하합니다.
- 훈련을 통해 능력이 매우 나아지고 난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알아보고 인정한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이 분야에 종사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후회하게 되죠. ‘내가 아무것도 몰랐구나…’
하지만 때론 근거 없는 자신감도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감을 갖고 남들보다 빨리 ‘실행’하게 되고, 그렇기에 많은 걸 아는 사람보다 더 먼저 뭔가를 이루기도 하거든요. 제 경우 지금까지 책을 두 권을 냈지만, 제 주위에 심리학을 더 오랫동안 전공하고, 아는 것도 많은 분들은 책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앞서 다룬 내용과 연결 지어 보면 이 분야에 관해서 많은 걸 알았고, 그렇기에 저보다도 이 분야를 다루는 데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난 책을 내려면 더 많은 지식, 글쓰기 능력, 새로운 관점’이 필요해.라는 판단하에 글을 쓰기를 주저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뭔가를 하고 싶냐 마느냐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지만, 그것을 하고 싶은데도 자신을 막는 것이 자신감 부족이라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가 시작의 적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는 게 없으니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롭게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때로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자신감을 갖고 일을 시작하세요!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어떤 분야를 너무 쉽게 단정하는 말만은 하지 않기로 하고요! 그건 노매너니까요!
팁: 나도 혹시 근자감인지 알아보는 방법
이 글을 보시면서 ‘혹시 나는…?’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나도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데 근거 없이 자신감만 높은 거 아냐? 하는 생각 말이죠. 이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외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피드백 받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의 근거들로 중화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내가 모르는 점, 내가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면, 나는 근자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계속 이 분야를 파보기
앞서 설명한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경험과 지식이 늘수록 이 분야를 진짜 잘 아는지, 아니면 허세만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이 분야를 파면 팔수록 더 잘 알고,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분야에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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