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9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플랫폼은 어떤 흐름으로 변해왔는지 총정리와 함께, 이를 통해 2020년 그들의 방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고자 한다. 총정리다 보니 내용이 좀 길 수도 있다. 다만 완독에 성공하신다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흐름 완벽 정리가 될 것이다.
1.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화
페이스북의 개발자 행사인 F8에서 발표되었던 것 중 하나, ‘페이스북 뉴스피드 스펙이 인스타그램처럼 바뀐다.’ 페이스북 ‘모바일’ 뉴스피드에서 텍스트는 7줄까지 노출이 되었는데 이제 인스타그램과 같이 3줄로 바뀌고 미디어 스펙 또한 비디오가 2:3에서 4:5으로만 되게끔 바뀌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할 때 인스타그램 피드에 맞는 콘텐츠를 별도로 설정하는 ‘맞춤 설정’ 같은 기능은 페이스북이 광고관리자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노출 위치에 맞는 올인원 광고 세팅에 관한 고민의 흔적이 보였는데 아예 미디어 스펙을 일원화시켜서 이런 부분에 광고주 및 유저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2. 한국 시장 내 믿거페의 여론에 대한 페이스북의 강경 대응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플랫폼에 생긴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오직 ‘허위사실에 기반한 콘텐츠 마케팅’만으로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이 유저들에게도 퍼져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제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믿거인(믿고 거르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키워드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이런 사실을 과연 모를까? 매우 잘 알 것이다. 그들도 안다. 적정 수준의 과장 광고는 묵인할 수 있더라도 허위 광고로 인해 제품이 팔리고 해당 제품을 받고 실망한 고객은 제품뿐 아니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플랫폼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는 악순환은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로 이 ‘악순환 끊기’의 본격적인 첫 시그널은 ‘고객 피드백 점수’ 기능 업데이트이다. 한 마디로 실질적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한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 및 배송 과정 중에 부정적인 경험이 많진 않았는지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곳 중 고객 피드백 점수가 매우 낮아진 쇼핑몰들이 사업을 접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본사의 강력한 정책이기 때문에 이미 피드백 점수가 1점 이하로 낮아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다시는 이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3.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알고리즘의 발전
인간이 섣불리 침입하기엔 매우 어려울 정도로 광고 알고리즘이 발전했다는 것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보며 느낀다. 실제 타기팅 기법 중 아무런 타기팅 세팅을 하지 않는 ‘열린 타기팅’의 효율이 가장 좋게 나오는 사례들이 빈번한데 실제 콘텐츠 참여자들을 학습해 관련한 이들에게 광고를 송출하는 이 타기팅 기법은 결국 광고 알고리즘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위브랩에서 동영상 캠페인의 광고 효율 분석 보고서를 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입찰이 매우 많아져 CPM 단가, 즉 노출 효율은 감소하는 게 사실이나 노출된 사용자가 광고를 조회하는 비율은 늘었다. 가령 예전엔 100명에게 광고를 노출했을 때 실제 광고를 조회하는 유저가 10명이었다면 지금은 30명이 조회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광고 알고리즘은 매우 빠른 속도로 스마트해질 것 같다.
4. 광고 성과 A/B 테스트의 강력한 도구, 마케팅 사이언스 프로그램 중 하나 ‘분할 테스트’
광고 A/B 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완벽한 A/B 테스는 불가능하다. 가령 동일 타깃에게 어떤 소재가 좋을지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모든 소재를 보고 구매했으나 광고관리자에는 결국 마지막으로 본 광고에만 구매가 잡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해당 기능을 활용하면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해볼 수 있다.
5. 중소사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위한 노력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어렵다’라는 것이다. 플랫폼 차원에서도 사실 이를 어느 정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업데이트는 광고 ‘자동화’ 관점에서의 업데이트이다. 캠페인 예산 최적화(좋은 광고 세트에 머신이 자동적으로 예산 분배해주는 기능), 동영상 키트(간편하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 등의 업데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업데이트는 아마도 2020년에도 활발히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인다.
6.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성공적인 수익화 모델 지금도 진행 중
유튜브 대표 수잔 보이치키가 했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말은 ‘유튜버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였다.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어야 결국 플랫폼이라는 생태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한 문장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도 한발 늦긴 했지만 이 부분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바로 인스트림 광고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발행하는 이들이 공식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인스트림 광고에서 수익을 가져가려면 영상 콘텐츠를 발행해야 한다. 페이스북 세미나에서 공개한 인스트림 광고의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5–15초 길이
- 건너뛰기 불가
- 16:9 화면 권장
- 3분 이상의 영상에만 노출
유명 유튜버들 중 페이스북 페이지에 본인 유튜브 영상을 같이 게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인스트림 광고를 통해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면 아직 유튜브보다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한 영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7. 인스타그램, 이제는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다음 5가지 업데이트는 인스타그램을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재탄생시켰다.
- 피드를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상품 링크에 바로 유입할 수 있는 기능인 인스타그램 쇼핑 태그
- 쇼핑 태그가 걸린 게시물에 이제 인스타그램 유료 광고 진행 가능
- 쇼핑 태그만 적용된 게시물을 한꺼번에 소비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쇼핑’ 전용 탭
- 실무 현장에서 실질적인 광고 효율을 만들어나가는 인스타그램 피드 및 스토리 광고
- 인스타그램 내 검색, 발견, 최종 구매까지 가능해진 인스타그램 인앱 결제 기능 업데이트
실제로 몇몇 업종에서는 인스타그램 광고 노출 위치에서 폭발적인 광고 성과를 보이는데 2020년에도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8. 일상 공유, 이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페이스북 초기에는 많은 유저가 자기 일상을 담벼락에 공유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가까운 맛집만 가더라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기 일상을 담는 이가 많아졌다. 일상을 담는 이가 많아졌다는 것을 광고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만큼 광고를 노출했을 때 이를 소비할 유저 풀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노출 영역에 비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CPM이 2-3배 이상 좋은 효율을 보며 퍼포먼스 광고에 있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9.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숨기는 테스트,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스타그램 ‘좋아요’ 개수를 숨기는 작업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에 이어 한국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테스트 그룹에 포함된 계정들은 본인의 포스팅을 제외한 다른 사진 및 동영상 게시물의 ‘좋아요’ 총 개수를 확인할 수는 없다. 인스타그램은 왜 ‘좋아요’를 숨기는 테스트를 진행할까? 이를 위해 유튜브가 ‘조회 수’보다는 ‘시청 시간’으로 알고리즘을 대폭 수정했던 때로 돌아가 보자. 여기에 힌트가 있다.
영상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조금이라도 더 조회 수를 얻기 위해 자극적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악성 클릭베이트(클릭과 미끼의 합성어)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는 건강한 플랫폼을 만들어나가는 데 분명한 독이었다. 이런 콘텐츠가 범람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믿거유(믿고 거르는 유튜브)라는 별명을 얻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수차례의 내부 논의를 거쳐 사람들이 동영상을 본 조회 수가 아닌 시청 시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조회 수는 콘텐츠를 클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집계되기 때문에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데 할애한 시간인 시청 시간이 해당 콘텐츠의 가치를 가장 잘 판단할 기준이라고 본 것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조회 수는 20% 가까이 떨어졌지만 시청 시간 증가세를 보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똑똑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인스타그램 좋아요 숨기기 사건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인스타그램 플랫폼이 과연 사람들이 좋아요충이 되어 클릭베이트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일까? 뼈아픈 믿거페의 여론을 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믿거페의 강경한 대응 고객 피드백 점수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플랫폼 차원에서 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스토리에 일상을 공유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는 데 인스타그램이 더 높은 가치를 둔 것일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이번 실험 기간 평소 증가율에 비해 공격적인 증가율을 보였다면 내년 언젠가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쏟아질 것이다.
이번 테스트의 가설과 목적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유튜브가 ‘조회 수’보다는 ‘시청 시간’이라는 더 의미 있는 지표를 확보한 것처럼, 인스타그램도 플랫폼 차원에서 더 건강한 지표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걸 느낀 건 확실하다.
10. 인플루언서의 양지화 작업의 신호탄, 인스타그램 브랜디드 콘텐츠
인스타그램 브랜디드 콘텐츠는 본격적인 인플루언서의 양지화 작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해당 인플루언서를 통해 얼마나 게시물이 노출되고 도달되고 유입이 되었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하지만 브랜디드 콘텐츠를 세팅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광고 성과를 추적할 수 있고 눈먼 돈을 쓸 일도 확실히 줄여볼 수 있다.
추가적인 핵심 장점 중 하나는 그들의 게시물에 인스타그램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대형 페이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의 인프라를 비용을 들여 사용하자마자 생기는 리스크는 바로 ‘지속성’이다. 반응이 좋더라도 게시물이 올라간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같은 반응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브랜디드 콘텐츠엔 유료 광고가 가능하다. 성과를 측정해나가면서 지속적으로 광고비를 지출해볼 수 있다.
원문: 진민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