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집을 팔게끔 만들었더니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양반들이 연일 화를 낸다. 한국 보유세는 OECD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거래세는 OECD 평균의 4~5배를 넘나드는 수준인데 또 세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들을 현금지급기 취급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부동산 정책이 세수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곁들인다.
다들 왜 이렇게 분노에 차 있나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가 열심히 데이터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신문 읽는 방법을 좀 공유하려 한다.
1.
조선일보 등이 인용하는 보유세 지표는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수치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율이 아니라 걷힌 세금의 양이 기준이다. 다들 쉽게 이해할텐데, 걷힌 세금의 양이 많으려면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세율이 높거나, 아니면 과세 대상이 되는 자산의 규모가 크거나.
한국의 경우는 명백한 후자다. 부동산 보유세 과세 대상인 민간토지 자산 총액을 보면 이걸 알 수 있는데,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민간토지 자산총액 비율이 309% 정도 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OECD 1등이고 전체 평균은 179%다. 그러니까 세율이 높은 게 아니라 땅값이 비싸서 세금이 많이 걷히는 거라는 얘기다.
그럼 보유세가 높은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뭘 봐야 하느냐. 민간 부문 전체 땅값 대비 보유세 비율을 보면 된다. 이걸 ‘보유세 실효세율’이라고 한다. 2018년 6월 발간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부동산 보유세 현황과 쟁점‘을 보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다. 갓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은 1%, 캐나다 0.87%, 프랑스 0.57%, 일본 0.54%, 영국 0.78%고 OECD 평균이 0.33%다. 그러니까 한국 보유세는 OECD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2.
거래세는 높은 게 맞다. 위에서 언급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거래세 실효세율은 0.21%로 OECD 평균인 0.11%에 비해 2배가량 높다. 그러니까 우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면 보유세는 한참 높이고 거래세는 좀 줄여야 한다.
근데 일의 선후가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보유세를 높이지 않고 거래세부터 줄이면 걷잡을 수 없는 투기가 일어난다. 내재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부동산을 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불과 2년 전에 비트코인 가격 오르는 거 다들 보지 않았나. 비트코인은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선물 매도가 가능해져서 결국 가격이 잡히긴 했지만 부동산은 그런 게 없다. 그래서 보유세부터 높이고 거래세를 줄여가야 시장 활성화와 가격 안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 정부가 지금 취하고 있는 정책은 그런 흐름의 일환이다.
3.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약 3조 328억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작년에 걷혔던 1조 8728억원보다 1조 16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이며,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2000억원 정도 더 많은 수준이다. 근데 이 돈은 문재인 정부, 그러니까 중앙정부가 쓰는 돈이 아니다.
종합부동산세 자체가 원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 재고와 지방재정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세금이다. 그래서 종부세는 전액 부동산 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지자체로 이전되게 되어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인상된 종부세로 인한 추가 세수는 서민주거 재원으로 활용된다. 12.16으로 종부세 또 올랐으니 내년에는 좀 더 걷힐 텐데, 그건 그만큼 서민주거 재원이 늘어난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러니까 특히 종부세 걷어서 북한에 퍼준다 뭐 이런 얘기하면 정말 읎어보인다. 조선은 이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는데, 보수지를 자처하는 나머지 언론들은 어라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경우가 잦다. 그들은 자신의 보도를 인용하는 독자의 품위나 평판을 고려하지 않는다.
4.
인간적으로 한국 부동산 보유세 아직 멀었다.
원문: 김동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