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이 간첩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중국 공문서까지 위조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이 지난 11일 결심공판에 이어 이제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단비뉴스>는 전대미문의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사건’과 관련한 주요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분석해 2회로 나눠 싣는다. (단비뉴스 편집자 주) / 기사 작성: 단비뉴스 박채린, 강명연 기자.
지난 14일 검찰이 2개월 간 끌어온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증거 위조 사실을 확인했으나 앞서 구속 기소했던 국정원 김모(48·4급) 과장과 국정원 협력자 김모(62)씨에 이어 국정원 이모(54·3급 팀장) 대공수사처장과 이인철(48) 중국 선양 총영사관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그 이상의 윗선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에스비에스(SBS) 메인뉴스는 톱부터 3꼭지, 문화방송(MBC)는 톱부터 2꼭지씩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검찰 수사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니만큼 합당한 뉴스 편집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한국방송(KBS) <뉴스9>은 관련 소식을 16번째 꼭지로 배치했고, 대신 톱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8.5%까지 올랐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당일 메인뉴스를 보면 주요 방송사들이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처럼 여겨진다. 과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유우성씨 사건 재판 1, 2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숱한 증거위조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방송사들은 이처럼 관심을 가졌을까?<단비뉴스>는 ‘국정원 간첩증거 조작사건’과 관련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행태에 이어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 등 모두 5개 방송사의 저녁 메인뉴스를 분석했다. 기간은 일간지와 동일하게 검찰의 허위 사진 제출 의혹이 제기된 2013년 7월 11일부터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인 2014년 3월 5일까지, 그리고 국정원 직원 김 과장이 구속된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두 구간으로 나눴다.
중국의 위조통보 전,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아
2013년 7월 11일부터 2014년 3월 5일까지 8개월 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 등 모두 5개 방송사 메인뉴스가 보도한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기사는 모두 합쳐 47건에 불과했다. 특히 유우성씨 간첩 입증 증거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된 지난해 7월 11일부터 중국 공문서 위조 의혹이 나온 지난해 12월을 거쳐 중국 정부가 문서 위조 사실을 공식 확인한 2월 14일 직전까지 7개월간은 단 한 건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 사이 국정원의 증거 위조를 의심할만한 여러 이슈들이 발생했는데도 주요 방송사들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침묵을 지킨 것이다. 이런 ‘무보도’ 행태는 주로 방송뉴스를 통해 여러 사회 현상을 접하는 대다수 수용자들을 무지 속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중국 정부가 위조 사실을 통보한 이후에야 비로소 간첩 증거 조작 사태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의 위조 통보와 민변의 기자회견 직후인 2월 14일부터 국정원 협력자 김씨 자살시도 직전인 3월 5일까지 KBS 6건(단신 2건 포함), MBC 9건(단신 4건 포함), SBS 11건(단신 1건 포함), TV조선 16건(단신 2번 포함), 채널A 5건 씩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MBC는 간첩 증거 조작 기사를 평균 23.2번째, KBS는 16.8번째에 배치했다. 5개 방송사의 관련 기사 평균 배치 순서는 17.6번째로 나타났다. 중국의 통보로 사안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 됐으나 이슈가 커지는 것은 의도적으로 막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뉴스 편집이다.
방송사별로 각 이슈에 대응한 행태를 보면 이들이 관련 뉴스를 가급적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MBC는 중국 대사관이 위조사실을 통보한 2월 14일과 그 다음날까지 이를 보도하지 않다가 2월 16일에서야 다뤘다. MBC와 TV조선은 2월 28일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거 문서에 찍힌 동일한 중국 기관의 관인이 서로 달라 어느 한 쪽은 명백하게 위조된 것이라는 검찰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 2월 25일 민주당 의원들의 중국 현지 조사는 SBS를 제외한 4개 방송사가 모두 외면했다.
2014년 3월 14일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국정원의 지시로 중국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한 이후 방송사들의 증거 조작 관련 보도 빈도는 다소 높아졌다. 두번째 모니터링 구간인 3월 19일부터 4월 2일 사이 5개 방송사에서 증거 조작 사건을 다룬 기사는 모두 41건으로 나타났다. SBS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 9건, KBS 8건 순이었다. 하지만 기사 편집 순서는 평균 15.5번째로 여전히 뉴스 후반부에 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우성은 간첩’ 취재원에 주로 의존, 유 씨 측은 외면
방송사들의 취재원 활용도 매우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월 11일부터 2014년 3월 5일 사이 방송사들은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간 검찰, 국정원, 정부 측 취재원을 주로 활용했다. MBC가 검찰, 국정원, 정부를 12번(56%) 인용했고, KBS는 8번(53%), SBS는 15번(49%)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우성씨와 변호인 측 취재원 인용은 SBS 2번(6%), KBS, MBC 각각 3번(20%, 14%)에 그쳤다. 방송사들이 검찰, 국정원 측 입장을 주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정원 김 과장의 구속 이후인 3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두번째 모니터링 기간에는 각 방송사들이 증거조작 의혹 사건 기사에서 대부분 검찰과 국정원 취재원만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방송사 메인뉴스에서는 유우성씨와 민변 측 목소리는 아예 들을 수 없었다.
국정원과 검찰 취재원은 대부분 국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활용됐다. 일부 사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들에게 민변과 종북세력에 떠밀려 국정원을 흔들고, 국정원 요원들이 내몰리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MBC, 3월 24일)
“국정원 권모 과장은…‘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변호인 측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도 위조 의혹이 제기되면서 중국이 국정원의 중국 내 활동을 견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TV조선, 3월 24일)
“국정원 전직 대공 수사 요원들이 자신들이 범죄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TV조선, 3월 27일)
“권 과장은 끈끈하던 대공수사 직원들을 검찰이 이간질했다” ”결국 남한이 북한에 졌다”(채널A, 3월 24일)
윤갑근(대검 강력부장) 검찰 진상수사팀장은 14일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을 ‘사법 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15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과와 함께 국정원에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주요 방송사들은 증거 조작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에는 방관 또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조작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도 한사코 국정원이나 검찰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여론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다가 검찰이 마침내 국정원의 조직적 조작 사실을 발표하자 톱뉴스로 다뤘다. 그 전까지 5개 방송사 모두 이 사건을 톱기사로 다룬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권에 부담을 주는 이슈는 철저하게 무보도나 왜곡보도로 대응한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해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장악된 상태다.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가 편파적으로 돼 있기 때문에 방송사 사장에 친정부적인 성향의 사람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며 “방송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관심이 쏠리지 않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원문: 단비뉴스 / 기사 작성: 단비뉴스 박채린,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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