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rance ARMS 1기 공동회장
연세대학교 의학과 본과 2학년 신현호
3줄 팩트 체크
- 신절제 혹은 관동맥 수술 과정의 한 방법으로써 연구되던 허혈성 전처치(Ischemic Preconditioning)라는 기법이 있다.
- 허혈성 전처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 220mmHg 압력(a)으로 한쪽 허벅지(b)를 5분간 압박(c)한다.
- 5분간의 압박이 끝나면 이후 반대쪽 허벅지(d)를 마찬가지로 220mmHg 압력으로 5분간 압박한다.
- 운동 시작 1시간 15분 전(e) 1과 2를 각각 총 3번 반복(f)한다.
(a)~(f)의 구체적인 수치가 설정된 이유는 본문의 내용 참조.
- 허혈성 전처치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 전 30분간 시행했더니 99% 이상에서 유산소 운동 능력이 증대되었고, 또한 무산소 운동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약물도 없이 30분이면 그 즉시 운동 능력이 증대된다고?”
1986년 최초로 알려진 허혈성 전처치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신절제술(nephrectomy) 혹은 CBAG(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 수술 시, 해당 장기를 허혈-재관류 손상(Ischemic-Reperfusion Injury)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술 전 시행될 수 있도록 연구되던 기법이다. 하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어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될 정도의 실용적인 방법으로까지는 발전되지 못했지만, 뜻밖에도 이 방법이 운동 능력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 방법은, 비교적 시행 방법이 간단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많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통해 유산소 운동에서는 거의 확실한 효과를 보이며 무산소 운동에서 또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유산소 무산소 포함, 점차 강도가 증가하는 운동에서는 평균 약 2.4%의 효과, 실패 지점까지 운동에서는 평균 약 5.8%의 효과, 결승선이 있는 운동에서는 평균 약 0.5%의 효과.)
이 효과는 운동 능력 자체보다는 근 비대를 목적으로 하는 보디빌딩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될 지 모르지만, 분초를 다투는 크로스핏 등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보체, 사이토카인, 응고인자 등 체액 성분의 변화를 비롯해 신경학적인 변화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조직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며 에너지 소모율을 감소 시켜 이 효과를 나타낸다는 가설들이 있었다. 여기까지가 본 글의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한 것이며, 바로 뒤에 설명되는 검증 과정은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작성했다.
검증 과정
- Pubmed에서 Ischemic Preconditioning과 Exercise를 제목에 포함하는 논문 검색: 총 50개 논문 포함됨.
- “humans”MeSH Terms 조건 추가: 총 20개 논문 제외됨.
- Publication Type으로 Review 조건 추가 (+ 주제와 무관한 논문 제외): 총 25(+3)개 논문 제외됨.
- 2개의 메타분석 논문을 근거 자료로 채택했음.
허혈성 전처치란?
허혈성 전처치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신절제술(nephrectomy) 혹은 CBAG(관상동맥우회로이식술) 수술 시, 허혈 및 허혈-재관류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되어왔던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 능력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1, 이에 관해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고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통해 실제로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 3.
허혈성 전처치가 무엇인지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허혈-재관류 손상(Ischemic-Reperfusion Injury)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허혈-재관류 손상이란 조직에 허혈(Ischemic period)이 유발된 뒤, 조직 내 산소 공급이 다시 원활히 될 때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얼핏 생각해보면 조직 내 허혈이 발생한 뒤 다시 혈액 공급이 재개되면 조직 내 손상이 감소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많은 손상이 발생한다5, 6.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허혈이 발생하는 동안 조직의 산소 결핍에 의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이 저해되면, 젖산이 축적되어 세포 내 pH가 감소되고 또한 세포 내 Na+와 Ca2+가 증가한다. 이후 조직에 산소 공급이 다시 원활해지면 세포 내 Ca2+가 더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phospholipases나 proteases와 같은 분해 효소를 활성화해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
따라서 심장이나 콩팥과 같이 많은 혈관으로 구성된 장기의 경우에는 수술 등의 임상 상황에서 허혈-재관류 손상에 더욱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1986년에 허혈-재관류 손상을 감쇄시키기 위해서 장시간의 허혈이 발생하기 이전에 짧은 시간의 허혈과 재관류를 유발해 이후의 허혈-재관류 손상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인, 허혈성 전처치가 최초로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6, 8.
허혈성 전처치는 짧은 시간의 허혈과 재관류를 유발하는 위치에 따라 원격 허혈성 전처치(Remote Ischemic Preconditioning)와 국소 허혈성 전처치(Local Ischemic Preconditioning)로 구분된다. 국소 허혈성 전처치는 허혈-재관류 손상을 감쇄시키고자 하는 해당 기관에 직접 허혈과 재관류를 유발하는 방법이며,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허혈-재관류 손상을 감쇄시키고자 하는 기관이 아닌 다른 위치에 허혈과 재관류를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5, 6.
그중 이 글에서 소개하는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환자의 내부 장기가 아닌 팔이나 다리에 혈압기 등을 활용해 허혈과 재관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국소 허혈성 전처치에 비해 비침습적인 방법이며 시행이 훨씬 간단하고 안전해 그 활용 가능성이 높다5, 6.
A. 허혈성 전처치의 메커니즘
허혈성 전처치는 1986년에 처음 알려진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humoral, neuronal, systemic change 등의 여러 기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9.
예를 들어 humoral factor(complements, coagulation factors, cytokines, etc)가 관여한다는 가설의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실험적으로 제시되었을 뿐10, 여전히 그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없기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B. 원격 허혈성 전처치 시행 방법2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시행하는 해당 부위가 어디인지,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시행되는지, 총 몇 번 반복하는지 등에 따라 그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원격 허혈성 전처치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시행 방법은 아직 명확하게 정립된 바가 없고, 현재 대부분의 연구에서 사용하는 원격 허혈성 전처치의 방법은 2010년 보고된 Groot et al.1의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을 모방한 것이다. 원격 허혈성 전처치 시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 220mmHg 압력(a)으로 한쪽 허벅지(b)를 5분간 압박(c)한다.
- 5분간의 압박이 끝나면 이후 반대쪽 허벅지(d)를 마찬가지로 220mmHg 압력으로 5분간 압박한다.
- 운동 시작 1시간 15분 전(e) 1과 2를 각각 총 3번 반복(f)한다.
(a)~(f)의 구체적인 수치가 설정된 이유는 바로 아래의 내용을 참조하라.
- (a) 허벅지를 220mmHg의 압력으로 압박했을 때, 하지의 동맥혈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1. 단, 허벅지의 두께와 근육 및 지방 등의 구성성분에 따라 250mmHg의 압력에서도 하지의 동맥혈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는 연구들도 있다. 따라서 정확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Doppler flow를 측정해야 한다2.
- (b) 상지에서도 원격 허혈성 전처치를 시행할 수 있지만, 하지에서 시행했을 때 상지에 비해 자극이 가해지는 조직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2.
- (c) 동물 실험에서는 5분간 압박을 했을 때 원격 허혈성 전처치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10분간 지속했을 때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오히려 5분 압박에 비해서 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 (d) 반대쪽 허벅지를 번갈아 압박하는 이유는 허혈-재관류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 (e) 원격 허혈성 전처치와 그 후에 시행되는 운동 사이의 시간 간격을 분석해보았을 때, 45분간의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었다2. 그 이유는 허혈성 전처치를 한 이후에 근육의 ATP, phosphocreatine, adenosine nucleotide가 감소하는데, 이 대사물질들의 부족이 운동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2. 따라서 원격 허혈성 전처치에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운동 1시간 15분 전에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 (f)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총 3번 이상 반복을 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며, 메타분석 결과 4번을 반복했을 때보다 3번을 반복했을 때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불명확하다2.
C. 원격 허혈성 전처치의 안전성11
한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총 374명(남성 309명, 여성 65명)의 건강한 연구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원격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실험한 21개의 어떠한 연구에서도 부정적인 이벤트가 보고된 바 없었다. 또한 1부터 10점까지의 통증의 강도 평가에서도 연구대상자들이 4 정도의 통증을 보고했다는 것으로 고려했을 때, 원격 허혈성 전처치 방법은 보통의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들에게 아픈 정도는 아니지만 불편감을 느낄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2
- 참조 논문: Salvador A, De Aguiar R, Lisbôa F, Pereira K, Cruz R, Caputo F. Ischemic Preconditioning and Exercise Performanc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2016;11(1):4-14.
-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Impact Factor 3.979)
원격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총 19개의 peer-reviewed 연구를 분석한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구에서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운동 능력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Effect Size=0.43)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의 경우 99% 이상의 경우에서 원격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 능력 증대에 도움이 되었고, 무산소 운동의 경우에는 57.9%의 경우에서 운동 능력 증대에 도움이 되었다.
원격 허혈성 전처치가 구체적으로는 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 incremental-exercise test (점차 강도가 증가하는 운동)에서는 평균 약 2.4%의 효과
- time to fatigue (실패 지점까지 운동)에서는 평균 약 5.8%의 효과
- fixed-endpoint task (결승선이 있는 운동)에서는 평균 약 0.5%의 효과
이처럼 원격 허혈성 전처치가 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로는 허혈성 전처치가 심장 기능과 혈역학적인 요소들을 개선시키기 때문으로 추측되어 왔다. 실제로 여러 심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허혈성 전처치가 허혈과 허혈-재관류 손상을 감소시키는 것이 확인되는 등, 허혈성 전처치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심장 보호 효과이다.
하지만 실제 운동 시 심장 기능을 평가한 연구에 따르면 심기능을 증가에 의한 효과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었고, 최근에는 심장 보호 기능보다는 혈관 기능을 개선시켜 조직에 산소 공급 등을 원활하게 하는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설이 존재하는데 허혈성 전처치 이후 에너지 소모가 감소한다는 가설, 체내의 피로 민감도를 감소 시켜 운동을 더 오래 할 수 있게 한다는 가설 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그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없는 상태다11.
결론
결론적으로 원격 허혈성 전처치는 운동 능력 증대에 약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에 있어서 각각 효과가 다를 수 있으며, 실제로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아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효과적인 시행 방법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11, 추후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을 때는 이를 충분히 실용적으로 개선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문: ARMS의 브런치
참고 자료
- de Groot PC, Thijssen DH, Sanchez M, Ellenkamp R, Hopman MT. Ischemic preconditioning improves maximal performance in humans. Eur J Appl Physiol. 2010;108(1):141–146.
- Salvador A, De Aguiar R, Lisbôa F, Pereira K, Cruz R, Caputo F. Ischemic Preconditioning and Exercise Performanc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Physiology and Performance. 2016;11(1):4-14.
- Marocolo M, Simim M, Bernardino A, Monteiro I, Patterson S, da Mota G. Ischemic preconditioning and exercise performance: shedding light through smallest worthwhile change.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19;119(10):2123-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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