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요? 얼마나 길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까요? 이 질문에 가장 완벽한 답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답은 당신의 경쟁업체들입니다.
고객은 당신의 모든 콘텐츠를 클릭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쇼핑몰을 클릭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콘텐츠는 상대적입니다.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한 콘텐츠도 상대방의 콘텐츠가 더 예쁘면 상대적으로 못생긴 콘텐츠가 됩니다. 당신의 기술이 더 뛰어나더라도 상대방의 콘텐츠가 더 기술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업체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고객에게 경쟁 상대에 비해 어떻게 보일까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경쟁상대와 비교했을 때 이런 대답을 하게 된다면,
“여긴 저희보다 사진이 조금 더 예쁜 편일 뿐이에요.” “여긴 저희보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편일 뿐이에요.” “여긴 저희보다 조금 더 업체 규모가 큰 거 같더라고요.”
고객들은 그 차이를 ‘조금’이 아닌 결정적인 차이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고객들에겐 제일 예쁜 한 곳과 아닌 것, 제일 저렴한 것과 비싼 것만 있을 뿐 두 번째로 예쁜 것과 세 번째로 예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많은 업체가 ‘조금’ 뒤처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이야기하고 매일매일 조금 뒤처지는 일들을 반복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 중 하나는 바로 양의 법칙입니다. 100명의 마케터를 보유한 기업이 1명의 마케터를 가진 업체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업체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광고를 100번 할 수 있는 업체가 광고를 1번 할 수 있는 업체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의 업체가 상위 업체가 아니라면 이 냉정한 경쟁 상황을 언제나 명심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처럼 골리앗의 거대한 팔과 다리, 커다란 무기와 끝도 없는 체력에 비해 당신의 무기는 마치 다윗의 돌팔매처럼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 본 많은 대표님은 이 한 번의 기회를 그저 상위 업체를 따라가는 것에 쏟았습니다. 그저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위해 조금 덜 유명한 연예인, 조금 작은 매장, 조금 비싼 가격(낮췄지만 최저가가 아닌 할인된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마치 마케팅의 전부인 것처럼 힘겨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힘겨운 날들의 결과는 보통 이 고사성어로 마무리됩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여기 힐링베이스라는 소파 제작 업체가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에 제작 공장 겸 전시장을 갖추고 국내 제작을 합니다. 좋은 가죽을 사용하는 이유로 경쟁 상대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쌌고, 촬영 비용이 매우 비싼 가구 업계 특성상 제품 사진은 경쟁사보다 ‘조금’ 덜 예뻤으며, 전국에 수십 개의 매장을 보유한 경쟁업체보다 매장의 규모나 사용할 수 있는 광고 비용 역시 적어서 경쟁사보다 ‘조금’ 덜 노출되었습니다.
이 ‘조금’이 쌓인 결과는 심각해서 날이 갈수록 매장과 광고가 늘어나는 경쟁업체에 비하면 힐링베이스는 매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힐링베이스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답은 바로 경쟁업체에 있었습니다.
당시 힐링베이스는 50년의 가구 제작 경력을 가진 대표와 수십 년 경력의 장인들이 국내 제작하는 소파였습니다. 또한 경쟁업체보다 더욱 다양한 가죽과 재질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는 경쟁업체 소파는 가죽, 뼈대, 팔걸이 높이가 모두 고정되어 변경하기 힘들었지만 힐링베이스의 소파는 등받이와 발판 가죽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고 팔걸이 높이도 조절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소파의 뼈대인 프레임의 10년 동안 단 1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제게 건넬 정도였습니다.
힐링베이스는 직접 만들기에 그 누구보다 품질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고 유행하는 디자인 소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그래서 저렴한) 경쟁업체에 비해 50년간 다양한 소파 디자인을 만들어봤던 힐링베이스는 70년대 소파부터 2010년대 소파, 1인 소파부터 20인 이상의 대형소파 가지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차별점이었습니다.
힐링베이스는 경쟁업체보자 강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만 수집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쇼핑몰 이름을 힐링베이스에서 소파1975로 바꾼 것입니다. 1975는 대표가 소파를 제작하기 시작했던 1975년도를 의미합니다.
또한 사이트에는 경쟁업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파 장인의 이야기를 쭉 나열했습니다. 쇼핑몰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메인 배너의 첫 번째 사진은 가구 사진에서 제작 도구를 든 장인 사진으로 교체했으며, 상세 페이지 역시 스타일리시한 사진이나 그래픽보단 섬세하게 제작하는 소파1975만의 포인트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존의 힐링베이스 콘텐츠가 경쟁업체의 등만 따라가는 것이었다면, 소파1975의 모든 콘텐츠는 경쟁업체가 따라 하기 힘든 것만 넣었습니다. 우린 현실을 알았습니다. 간단히 말해 고객들은 한샘, 리바트 같은 대형 가구 업체를 힐링베이스보다 1,000번은 더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힐링베이스는 1/1000의 기회를 잡기 위해 철저한 ‘차별화’의 길을 걷습니다. 당시 쇼핑몰에서 금기시되는 블랙 배경을 선택하고, 몇 년간 이어온 이름까지 바꿔버릴 정도였으니까요.
그 결과 힐링베이스와 소파1975는 똑같은 소파를 제작했지만 고객들에겐 전혀 다른 소파로 인식되었습니다. 브랜드 검색 수는 치솟아서 단 9개월 만에 온라인 업계 중상위권으로 도약했습니다.
날카로울수록 콘텐츠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소파1975의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문의 전화와 방문에 비해 실질적인 매출이 그렇게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에게 그저 그런 가구 브랜드에서 ‘특별한’ 가구 브랜드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객들에게 사고 싶을 만큼의 ‘매우 특별한’ 가구 브랜드가 되는 데는 부족했습니다.
유명한 연예인이 직접 사용했다는 소파, 가격이 1/3도 안 되는 데 보이기엔 비슷해 보이는 저가 경쟁사들, 명품인 것처럼 보이는 수입 소파들 사이에서 소파1975는 고려할만한 소파 브랜드까지 올라갔지만 우리 고객들의 가슴에 확 꽂히는 한방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소파1975는 고객들의 확실한 구매를 위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제서라도 많은 돈을 들여 연예인을 섭외하면 될까요? 아니면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라이선스를 구입해서 이태리 명품소파로 탈바꿈을 하면 될까요? 답은 더 날카로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소파1975는 국내에서 직접 제조하는 몇 안 되는 소파 공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제작비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경쟁사보다 떨어졌지만 반대로 맞춤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며 쉬는 고객을 위해 소파의 팔걸이의 높이를 15cm에서 10cm로 줄여서 고객을 편하게 만드는 것도 별일은 아니었습니다.
또 로봇청소기가 있는 고객의 집에 로봇청소기가 소파 밑까지 청소할 수 있도록 소파 다리의 높이를 7.8cm까지 높이는 것 역시 소파1975엔 별일이 아니었죠. 혹은 아직 2살이 안 된 아이가 있는 집에 혹시라도 아이가 소파에서 장난치다 떨어질 때 다치지 않게 소파의 앉은 높이를 평균 45cm에서 35~39cm로 맞춰주는 것 역시 소파1975는 가능했습니다.
소파1975는 이렇게 사소하지만 필요한 맞춤 소파가 필요한 고객들을 찾았습니다. 소파 체크 리스트 11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런 고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타깃팅 광고를 통해,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종합 포털의 콘텐츠 광고를 통해 그런 고객을 찾고 그 여정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고객들은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이야기, 즉 누워서 TV를 볼 때 편한 소파, 키가 190cm가 넘는 사람들을 위한 등이 편한 소파, 집안 행사가 많아서 여러 명이 써야 할 때 변신할 수 있는 소파 등의 이야기를 알았고 그 소파를 찾아 헤맸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가구 매장에 들어가서 물어보았습니다.
평소에 누워서 TV를 많이 보는데 혹시 팔걸이 높이를 10cm로 줄여줄 수 있나요?
그리곤 고객들은 가구 매장 매니저들의 난감한 표정을 마주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것’. 오늘도 수많은 마케터가 찾아 헤매는 차별화! 차별화는 어떻게 하면 발견할 수 있을까요? 답은 고객을 한정 짓고 메시지를 날카롭게 만들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파1975의 소파 체크 리스트 광고는 광고가 아닌 정보로 고객이 받아들였고 그 기세를 몰아 다음 및 네이버 메인의 콘텐츠 영역에서 눈이 부신 성과를 올렸습니다.
처음부터 이 날카로운 질문의 답은 소파1975에만 있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의 장점은 ‘타깃팅’입니다. 대량으로 뿌려지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는 오프라인 매스 마케팅에 비해, 온라인 마케팅은 할 수만 있다면 단 1명을 위한 광고 메시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모든 콘텐츠는 듣는 사람이 줄어들고 명확해질수록 돈이 되는 머니 콘텐츠가 됩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저격수의 한 방이다.
2020년, 소파1975의 소파 체크 리스트 11이 생긴 지 약 3년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소파 쇼핑몰들은 어떨까요? 소파1975의 성공을 두 눈으로 목격한 쇼핑몰들이 어떤 대응을 했을까요? 모두 소파 체크 리스트 11 같은 날카로운 콘텐츠로 고객들을 유혹했을까요? 답은 ‘여전히 똑같다’입니다.
물론 3년이 지나 많은 소파 쇼핑몰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비슷합니다. 아무런 머니 콘텐츠도 없이 상품만 올려놓고 팔리기를 기도하는 소파 쇼핑몰, 인지도가 A급이 아닌 C급 정도 되는 연예인을 섭외해서 자랑스럽게 어필하는 소파 쇼핑몰, 혹은 어설프게 소파1975의 콘텐츠를 흉내 내다 만 쇼핑몰뿐입니다. 소파1975는 2016년에 만든 소파 체크 리스트 11을 2019년에도 여전히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머니 콘텐츠의 힘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가 돈을 벌 수 있다! 날카로운 콘텐츠가 단 하나가 온라인 마케팅에서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대다수 온라인 마케터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TV 속 A급 연예인을 쓰는 가구 브랜드를 보며 한숨을 짓거나 요즘 잘 나간다는 쇼핑몰을 어설프게 베끼는데 대부분의 하루를 쓰는 게 현실입니다.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택한 그들이 고객들에게 효율적인 머니 콘텐츠를 주기보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광고 문구 등을 반복합니다.
아쉽게도 이게 온라인 마케팅의 현실입니다. 반대로 마케팅 근본이 부족한 국악학과 출신인 저에겐 영원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딱 하나의 날카로운 머니 콘텐츠만으로 몇 년을 벌어먹을 수 있는 황금의 땅이자, 멀뚱멀뚱 보고 변화할 생각이 없는 평화로운 경쟁자들이 있는 곳. 온라인 마케팅의 세계와 쉽지만 강력한 머니 콘텐츠의 세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원문: 조얼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