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운영하는 가구 쇼핑몰인 빈스70은 당시 날로 올라가는 광고비와 반대로 멈춰있는 매출에 고민이 많은 가구업체였습니다. 나름대로 다른 가구업체들이 하는 TV 협찬이나 바이럴 마케팅들도 열심히 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촬영 비용이 매우 비싼 편이라 대부분 가구는 매장에 있는 가구를 그대로 찍어 활용하다 보니, 하루 200만 원이 들어가는 가구 전문 스튜디오를 빌려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경쟁 쇼핑몰들과 차이는 점점 벌어져만 갔습니다. 게다가 경쟁 쇼핑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거나 편당 몇천만 원의 제작비가 든 홍보 영상 등을 몇 개씩 고객들에게 보여준다면, 빈스70은 파는 상품의 상세 페이지조차 없어 매장에 온 고객들에게 일일이 상품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이 주는 기회는 대부분 단 한 번!
우리의 고객들은 우리 쇼핑몰을 생애 얼마나 많이, 자주 들어올까요? 답은 ‘생애 단 한 번, 그리고 평생 다시 오지 않는다’입니다. 대부분 쇼핑몰은 고객들이 원목 가구란 단어를 검색하기 전까진 고객 앞에 등장하지 못하고 또 고객 역시 검색한 후 나오는 수많은 쇼핑몰을 대부분 ‘한 번’ 들어가고 다시 안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빈스70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이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빈스70은 어떻게 고객들의 지갑을 열 머니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경쟁사들처럼 연예인들을 동원하고 직원들이 날마다 콘텐츠들 만들 수 있는 비용과 인력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대응할 수 없는 ‘본질’을 가진 머니 콘텐츠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만들 머니 콘텐츠는 단기간이 아닌 최소 몇 년 동안, 장기간 그 영향력이 살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콘텐츠 전문가들은 빈스70의 본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정은 바로 곁에, 바로 빈스70 대표님의 일상에 숨어 있었습니다. 빈스70의 원래 슬로건은 ‘자연을 생각하는 가구, 빈스70’이었습니다. 좋아 보이고 충분히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슬로건이었지만 문제는 이런 슬로건을 수백 개의 가구업체의 쇼핑몰에서도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경쟁사들은 하나같이 빈스70의 원목 가구보다 저렴했습니다.
“왜 다른 원목 가구보다 비싼가요?”
“저희는 나무를 좀 더 좋은 걸 써요. 하드우드라고 좀 더 단단한 원목인데, 제작도 좀 더 어렵지만 이런 하드우드로 만든 가구들이 만듦새도 좋고 훨씬 오래가죠.”
“그럼 이런 하드우드 원목 가구 업체는 빈스70 말고 또 있나요?”
“몇몇 있긴 한데 하드우드를 쓴 가구가 명품 브랜드에 많아서 저희보다 더 비싸고요, 반대로 가격이 저렴한 원목 가구 업체들은 가격 때문에 하드우드만 고집하기 힘들죠. 제작방법도 많이 달라요. 손도 많이 가고 더 오래 걸리고.”
“그럼 빈스70이 하드우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고객분들이 한번 사면 100년은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만들거든요. 실제로 못질도 안 하고, 목 짜임이라고 원목끼리 꽉 짜 맞추는 작업을 해요. 저희가 유일하죠.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고객들한테 양해를 구해야 하긴 하지만 이 목 짜임 방식을 써야 이사나 충격에도 훨씬 강해지고 원목의 수축팽창 활동도 잡을 수가 있어요.”
“와! 좋네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왜 쇼핑몰에 없죠?”
이 순간 ‘하드우드 원목 가구 빈스70’이라는 슬로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하드우드가 뭔지, 하드우드의 차이가 뭔지, 목 짜임 방식이란 뭔지, 하드우드 원목 가구 관리법은 뭔지, 이런 가구를 배송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2주에 이른 제작 과정을 일일이 찍어서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고객들에게 빈스70의 차별점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머니 콘텐츠가 되었고, 신규 원목 가구 쇼핑몰들이 가장 먼저 벤치마킹해야 하는 교과서 같은 쇼핑몰로 자리 잡았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빈스70의 콘텐츠에 대응할 경쟁업체는 없습니다.
빈스70에게는 이 본질이 그들의 일상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하드 우드만을 사용해서 가구를 만들고 2주간의 길고 수많은 제작과정을 거치고 섬세한 배송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위탁이 아닌 직접 배송을 했습니다. 이런 일상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리뉴얼 이후 검색광고의 전환 수가 6.2 배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2017년 기준).
어떤 커튼 쇼핑몰은 상담 전화 한 통만 해도 고객들의 궁금증 해결은 물론 고객 집의 인테리어 조언까지 해준다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상담 내용은 물론 그 상담에 만족한 고객들의 인터뷰를 모아서 상담 전용 랜딩 페이지를 만들었고 그 결과 대량 주문이 급등했습니다.
어떤 비키니 쇼핑몰은 당시 업계에서 유일하게 재고를 쌓아두면서까지 빠른 배송을 고집했습니다. 고객에게 빠른 배송을 해주는 것이 회사의 가장 큰 의무라 말하던 대표님의 이야기에 ‘오늘 주문 내일 도착’이란 슬로건을 각 카테고리 페이지마다 게시했습니다. 그러자마자 한 달 만에 구매 전환율이 약 2.3배가 오르고 그 결과 매출은 약 3배가 오르기도 했습니다(2013년 기준).
웹 콘텐츠 전문가인 저는 사실 창업하는 분들을 싫어합니다. 바로 일상 콘텐츠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창업을 하는 분들은 시장 현황은 물론이고 자신이 팔려고 하는 상품조차 파악이 안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저렴하고 품질이 괜찮은 상품을 만들고 판매할 줄 알았지만 정작 상품이 나왔을 땐 비싸고 품질이 저질인 상품이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키워드 검색량’에 따라 시장이 결정되는데, 정작 상품이 나와도 온라인에서 충분한 검색량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신규 창업자들의 일상에서 어떠한 본질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어떤 식으로든 온라인에서 사업을 이어오는 업체는 그 나름대로 생존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대부분 대표의 일상에 녹아 있습니다. 나만의 머니 콘텐츠가 뭘까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이제부터 일기를 써보세요. 당연했던 일들을 특별하게 자세히 들여보십시오. 보물상자 같은 머니 콘텐츠를 발견할 거예요.
머니 콘텐츠의 기초, 스스로 질문하기!
아래 질문지는 콘텐츠 에이전시가 고객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받는 사전 질문지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담습니다. 이 사전 질문지는 7가지 간략한 질문으로 되어있으며 1인 쇼핑몰이든 대기업이든, 과일 쇼핑몰이든 컴퓨터 쇼핑몰이든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이 질문의 답변을 되도록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 즉 대표가 작성하도록 권합니다.
- 주요 경쟁사 및 사업자/담당자가 아는 경쟁사 특징(장단점) / 경쟁사 URL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 당신의 쇼핑몰의 주요 고객 연령층 및 특성은? (편하게 풀어서 이야기해주시면 됩니다.)
- 당신의 쇼핑몰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그 외 콘텐츠 내용, 가격, CS 등 당신의 쇼핑몰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점은?
- 당신의 쇼핑몰 고객 중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세요.
- 대표/담당자님께 개인적으로 당신의 쇼핑몰이란? 한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위에 질문과 다른 질문입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6가지 질문을 한번 작성해 보시겠어요? 신기하게도 이 질문지를 받은 많은 분은 상당히 답변을 힘들어했습니다. 또 직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같이 올라가는지 실무 담당자의 답변은 빠르면 당일 내로 늦어도 이틀 정도 만에 오는 반면, 대표가 직접 작성하는 경우에는 최소 3일 가까이 걸리고 때론 일주일에서 15일 가까이 고민을 하다 답변한 대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대표는 답변지를 제출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질문들이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질문에 선뜻 답변 못 하는 스스로가, 그리고 내 사업이 실망스러웠다.”
“절대 쉽게 적을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몇 번을 고쳐 써서 답변했다.”
“지금 내 쇼핑몰이 할 게 얼마나 많은지 답변을 작성하면서 알 수 있었다.”
이 간단한 질문은 당신의 일상에 얼마나 머니 콘텐츠가 숨겨져 있을까 저희가 판단하는 잣대이자 기초 자료입니다. 이 사전 질문지에 쓰인 내용이 쇼핑몰 리뉴얼이나 상세 페이지 제작 시 마지막까지 핵심 참고자료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질문들에 선뜻 답할 수 있는 대표라면 이미 당신의 쇼핑몰은 온라인 생존 경쟁에서 이미 몇 발자국 앞서 있을 것입니다.
원문: 조얼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