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및 직원 여러분께 올립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심의위원회 책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고 이승현 군 아버지의 말씀 기억하실겁니다.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중략)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조활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시간으로 보도할 수 있는 것은 방송 밖에 없습니다. 구조활동이 뭐가 문제였나고요? 자신의 손으로 30여명의 학생들을 구한 배관공 김홍경씨 인터뷰 기억하실겁니다.
“내가 애들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해경은 저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해경의 무능과 잘못은 너무나 많지만 여기서 해경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김홍경씨의 다음 말이 심의위원으로서의 제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방송기자한테 해경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것만 빠지고 방송이 되었다.”
결국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해경의 구조활동은 매우 부실했습니다. (언딘과의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16일에 민간잠수부들의 구조를 막았고 17일에는 해군UDT의 구조활동을 막았고, 장기잠수작업에 필수적인 바지선을 55시간이나 대기시키다 돌려보냈고 18일 오전부터 와 있던 크레인들, 배를 조금이라도 들어올려서 구조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서 있던 총 기중량 2만톤급의 크레인들을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16일 오전9시30분 해경이 사고현장에 도착했던 시점 아무도 죽어 있지 않았습니다. 22일이 지난 지금 “침몰은 기업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뭐라고 하고 있습니까? ‘참사는 언론이 냈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방송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발표하는 구조계획을 그대로 받아써서 전달하는게 방송의 역할입니까? 언론이 4대권력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언론도 권력이라면 유권자에 대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서 시청자들이 다른 권력들을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공적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하는게 누구입니까? 바로 우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땠습니까? 대통령을 비판하는 명진 스님, 박창신 신부 인터뷰방송을 중징계했습니다. 법무부나 검찰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유우성, 김재연 의원, 김종철 교수 인터뷰를 중징계했습니다. 교육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일제고사거부교사들의 인터뷰를 중징계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몇건이나 징계했습니까? Zero. 빵. 0건이었습니다. 정부의 비호 속에서 노조탄압을 하던 MBC가 심지어는 자사의 이익을 앞세우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한 방송에 대해서 우리는 뭐라고 했습니까? “문제없음”. 민언련, 전교조, 최민희 의원, 박원순 시장을 종북이라고 부른 프로그램에 대해서 우리는 뭐라고 했습니까? “의견제시”, “권고”.
방송을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방송이 감히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겠습니까? 배 수십척과 잠수부 수백명이 투입된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어떤 방송이 실제로는 고무배 십여척 잠수부 십여명이 투입되었다고 누가 진실을 전하겠습니까?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 심의위원회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통감해야 합니다. 저희가 국가의 작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인터넷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 1월에 청해진 직원이 세월호의 과적상태에 대해서 청와대신문고에 제보를 했었다고 합니다. 1년에 수십만건을 처리하던 청와대신문고에 왜 올렸을까요? 우리나라는 2013년 프리덤하우스 조사에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가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미 대부분의 국가와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과 같은 등급인 “부분적으로 자유롭다”는 등급을 받았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처럼 “완전히 자유롭다”는 나라라면 그 내부고발자는 그대로 인터넷에 올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려 회자되었다면 세월호가 살인적인 과적 상태에서 경기지역 제주행 수학여행을 독점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심의위원회는 글 하나 하나를 지울 때 혹시 그 글이 그런 생명을 구하는 고발의 글이 아닌지 두 번 세 번 확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1기 심의위원회는 최병성 목사가 “쓰레기시멘트”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그의 입을 막았습니다. 수십년이 흘러 그 시멘트로 만든 건물에서 사는 아이들이 암에 걸려 정부 상대로 소송을 하고 정부는 “몰랐다”고 발뺌을 하는 상황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때 심의위원회 여러분들은 자녀분들에게 우리는 그당시 무엇을 했다고 말하시겠습니까?
물론 2기 인터넷심의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통신심의국 직원들을 치하합니다. 하지만 단 한시도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경계를 늦춰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직원들이 그런 검토를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시자에게 삭제 차단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이제 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오늘로 마감합니다. 제가 위원이 되기 전에 했던 것처럼 방송이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감시하고 인터넷이 자유로운 정보와 감정의 공간이 되도록 지키는 일을 부단없이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방송이 민주사회에서 가져야 할 원래의 기능, 즉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은 첨병 역할을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펴주신 직원 여러분들, 열띤 토론의 상대방이 되어 주셨던 위원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가족이 아니라 여러분의 친구로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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