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피셜입니다. 내년 도쿄(東京) 올림픽 마라톤·경보 경주는 도쿄가 아니라 831㎞ 떨어진 삿포로(札幌)에서 열립니다.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도쿄 올림픽 마라톤·경보 종목 일정과 코스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육상경기연맹(WA)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4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8월 6–9일 열리는 도쿄 올림픽 남녀 마라톤·경보 참가 선수는 오도리(大通) 공원에서 출발해 각 종목 규칙에 맞는 거리를 달리게 됩니다. 삿포로 중심부에 위치한 오도리 공원은 세계 맥주 페스티벌과 눈꽃 축제가 열리는 관광 명소로 해마다 8월 열리는 홋카이도(北海道) 마라톤 출발 지점이기도 합니다.
처음 도쿄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옮기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IOC였습니다. 올해 8월 6–9일 도쿄 지역은 매일 35도가 넘는 최고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마라톤을 뛰기에는 너무 뜨거운 날씨. 이에 도쿄 조직위에서는 마라톤 출발 시각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26–28도 사이인 올해 이 날짜 최저 기온도 마라톤에 부적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올해 같은 날짜에 20–32도를 기록한 삿포로로 경기 장소를 옮기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겁니다. 경기 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남녀 마라톤 경주 시작 시간도 오전 7시로 앞당겼습니다. 3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오전 9시 30분이 출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올림픽 개최 도시에게 ‘마라톤 경주 장소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굴욕’입니다. 특히 남자 마라톤이 그렇습니다. 올림픽 때는 남자 마라톤 경주를 맨 마지막 일정으로 잡는 게 관례. 마라톤 결승선도 원래 주경기장 안에 마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42.195㎞를 뛰게 된 것부터 1908년 런던 올림픽 결승선 위치 때문입니다.)
그리고 폐회식 때 남자 마라톤 시상식을 진행합니다. 그런 이유로 남자 마라톤을 ‘올림픽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번 마라톤 역시 대회 폐막일인 8월 9일 열립니다. 폐회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려면 메달리스트는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에서 도쿄까지 100분 정도 날아와야 합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은 7월 24일 막을 올립니다. 이 무렵 도쿄는 올림픽을 치르기에는 너무 더울 것이라는 우려는 유치 과정부터 나왔습니다. 역시 도쿄에서 열린 1964년 ‘여름’ 올림픽이 10월 10일 막을 올린 게 바로 더위 걱정 때문이었고, 1988년 서울 ‘여름’ 올림픽이 9월 17일 개막한 것도 같은 이유였으니까요.
하지만 IOC에서 각 방송사와 이미 중계권 계약을 끝낸 상태라 경기 일정을 뒤로 미루는 건 불가능한 대안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마라톤 경기 장소를 바꿨고 결국 내년 도쿄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주경기장과 제일 먼 곳에서 마라톤 경주를 치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