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앵콜과 앵앵콜 사이에 SNS로 그 소식을 접했다. 근처 관객들의 표정을 살피니 양쪽으로 나뉘었다. 소식을 모른 채 마냥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 깜짝 놀라서 ‘어떡해’ 하는 마음으로 걱정하는 사람. 아이유는 관객이 합창하는 ‘밤편지’에 맞춰 다시 무대에 올랐다. 심상치 않은 얼굴을 하고서. 한국 막콘 앵앵콜에 걸맞은 후련함이나 즐거움은 조금도 없었다. 소식을 들은 것이다.
아이유는 공연 내내 이렇게 말했다. 오늘 관객분들 정말 너~무 좋다, 요 몇 달간 힘든 일이 많았다, 투어 취소까지 생각했는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여러분이 안아주셔서 위로를 얻고 다시 힘을 낸다, 감사하다, 이제 나 정말 건강해 보이지 않냐?
그랬던 그가 현재의 자신이 무방비 상태임을 털어놓았다. 올라가긴 해야 될 것 같아서 나왔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괜찮아요! 들어가세요!’ 사태를 파악한 객석에선 이런 외침이 터져 나왔다. 노래 몇 곡을 더 청해 듣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모두가 같은 마음.
그런 말 들으면 더 울 것 같아요. 조금 더 여기 있고 싶어요.
그러자 내 마음이 대단히 복잡해졌다. 지금의 아이유에게 객석의 우린 어떤 의미일까? 나를 믿고 좋아해 주는 진짜 내 편? 연예인으로서의 나를 완성해 주는 소중한 존재? 아니면 프로 뮤지션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1만 4,000명의 고객? 언제 돌아서서 악담해댈지 모르는 골칫거리들? 그 복잡함은 시선을 뒤집어도 유효하다. 당장 나만 해도 끝없이 이어지기로 소문난 앵앵콜를 크게 기대하고 간 사람이니.
한데 그 상황에선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었다. 그저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볼 뿐. 차라리 모든 관객이 먼저 자리를 뜨는 게 도의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그게 답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나. 자신을 정말 걱정해 차마 떠나지 못하는 마음들의 모임이 더 위로가 될지도 모를 일. 해서 나조차도 멍해진 시간이었다. 공연 내내 관객을 열광시킨 360도 무대가 괜스레 야속할 지경. 표정이나 마음을 숨길 틈이 없으니.
아이유는 기어코 네 곡을 더 불렀다. 담담해 보이려고 애쓰면서. 특히 투어 내도록 아껴온 ‘이름에게’를 꺼내면서 “막콘 앵앵콜이라면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곡을 만들 때의 마음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효하니 불러보겠다”라고 말할 땐 숨이 턱 막혔다. 세월호 추모곡 아니냐는 해석이 주류인 곡이어서 더더욱.
이럴 때일수록 서로 많이 사랑해야 해요. 세상은 정말 이렇게 정나미 떨어질 때가 있어도 사람끼리는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앵앵콜 말미에 나직하게 건넨 이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번 투어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셈인데 그런 분위기로 마무리될 줄 누가 알았으랴. 무어라 덧붙일 말이 없다.
고백하자면 공연의 정규 프로그램이 진행된 세 시간 반 내도록 나는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장문의 리뷰를 써서 기고하겠다는 마음까지 먹을 만큼 퀄리티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아티스트로 거듭난 아이유가 선사한 현세대 한국 대중예술의 플래그십 콘서트’ 같은 논조로. 구성, 연출, 음향, 연주, 무대, 의상, 교감 등 어디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한데 결국 이런 글을 쓰고 말았다. 기어이 네 곡을 더 부른 앵앵콜 무대가 실제로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난 모른다. 다만 그날 1만 4,000명 관객이 건넨 걱정 가득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음을 전하고 싶어 이리 기록한다.
원문: 홍형진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