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트위터 댓글 2,200만 건, 그리고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2013년 12월 6일(금)이었다. 당시 한겨레신문 1면은 ‘국정원 트위터 댓글이 2,200만건’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틀 후, 장하나 의원은 12월 8일(일) 오후에 대선불복 및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역공을 취하기 시작했다. 당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하야를 동조하는 국민여론은 매우 적었다.
당시의 정세에서 <국정원 트위터 댓글 2,200만건>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간 새누리당 입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만한’ 규모는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2,200만건이라는 ‘엄청난 규모’는 이러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대선불복 및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 장하나 의원의 성명서로 인해서, 두 가지가 바뀌어버렸다.
첫째, 국정원 트위터 2,200만건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대선개입 이슈는 언론지면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금요일 조간에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이 내용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완전히’ 지면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대선불복 이슈>가 언론을 장식했다. 이는 민주당-야권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슈였다.
둘째, ‘정국주도권’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갖게 되었다.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민주당과 야당을 ‘공격’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고, 민주당은 ‘수비’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국민여론 역시도 ‘대선불복’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슬프지만 현실적인, 진보개혁세력의 약한 표심
참고로, 나는 장하나 의원이 제19대 국회의원 중에서 열정과 선의를 갖고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에서는 <선의>와 무관하게, <국민 다수의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될 경우, 반드시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죄지은 놈들에게’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성명서로 인해서, 오히려 2,200만건의 국정원 트위터 댓글 ‘팩트’가 파묻혀 버렸다.
선거를 기준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최소 지지율’은 몇%일까? 그것은 각 정당이 ‘가장 불리했던’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탄핵과 차떼기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이 가장 불리했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경우 2007년 대선이 가장 불리했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의 ‘최소’ 지지기반은 <최소 40%>로 추정할 수 있고,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최소 35%>로 추정할 수 있다. (범야권의 경우, 야당 성향 정당표의 ‘합산’을 전제로 한다.)
즉, 한국의 정당지형을 분석해보면, 새누리당은 최소치가 40%이고, (*단일화를 전제로) 범야권의 최소치는 35%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중위수(中位數) 유권자를 25%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새누리당은 ①고정표(=40%) ②중위수 ‘10% 이상’을 가져가면 승리할 수 있지만, 범야권은 ①야권 연합(=최대 35%) ②중위수 ‘15% 이상’을 가져와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연합을 전제하더라도, 새누리당보다 <1.5배 더 많은> 중위수 표를 가져와야만 승리할 수 있다. 즉, 민주당 입장에서는 왼쪽표도 받고, 가운데 표도 받아야 한다. 만만한 과제는 아닌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두고 <1.5배 진보론>이라고 표현한다. 즉, 범야권은 새누리당보다 ▴1.5배 더 겸손해야 하고, ▴1.5배 더 통합 지향적이어야 하고 ▴1.5배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1.5배 더 이슈와 바람을 주도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간신히’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범야권이 더 싸가지가 없거나, 더 오만하거나, 더 갈등지향적이거나, 민생정책에 더 무능하거나, 이슈와 바람에 더 둔감하다면 그 선거는 백전-백패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그러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세대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다. 그 뒤로 2040세대 담론이 성행했다. 그 연장에서 SNS에 대한 환상도 같이 유포되었다. 나꼼수 현상과 김용민의 막말파동은 그 절정이었다.
언론은 물론 우리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SNS 환상을 경계 혹은 경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서 SNS를 ‘빠’들의 놀이터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SNS는 ‘대안언론’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권력의 근원이 ‘유통권력’을 장악하는 것에서 유래하는 측면이 있다면, 나는 분명 SNS가 ‘유통권력’의 일정부분을 점유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언론의 권위는 ‘진실보도’에서 나온다. 여기서 진실보도는 엄밀히 말하면, ‘팩트’에 대한 새로운 발굴 기능이다. 즉, 언론은 진실보도에 기반한 ‘권위’를 근거로 유통권력을 일정부분 점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나는 SNS의 장점은 ‘진실’과 ‘사실’을 <유통>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SNS는 부분적으로 ‘대안 언론’의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SNS의 단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동종 교배’의 위험성이다. SNS는 ‘유사한’ 취향-성향의 정보를 배가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끼리끼리’ 정보를 확대재생산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SNS의 장점은 살리되, SNS의 단점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뽀족한 방법은 없다. 나는 다만, 그것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각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함부로 ‘근거가 취약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것.
‘팩트’와 ‘논거’의 단단함을 중시여기는 것.
중위수 유권자가 ‘거부반응’을 일으킬 이슈-의견에 대해서는 스스로 절제하는 것.
정권 퇴진 구호는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물론, 우리들 각자가 SNS의 활용을 ‘대안언론’으로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놀이터일 수도 있다. 일기장일 수도 있다. 다만, ‘대안언론’의 수단으로 쓰이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혹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및 퇴진을 주장한다. 나는 그분들의 선의와 무관하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런 주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돕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선의와 무관하게,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및 대통령 하야 주장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대통령을 퇴진 및 하야시킬 힘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다수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지도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역사상 발생했던 (정치)‘혁명’은 종종 더 큰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적 폐해를 낳았듯이, (*그럴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지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로 하야 및 퇴진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한국정치사의 비극이며, 악순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퇴진 및 하야 주장 역시도 <민주 대 반민주> 시대의 낡은 유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럽의 외신들이 보도했다는 ‘자리 보전도 쉽지 않다’는 표현은 레토릭이거나, 혹은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반영할 뿐이다. (한국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다고,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했다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나는 접한 적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 진보정당이 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 우리가 박근혜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6.4 지방선거를 통해 <심판>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그것은 새누리당에게 최대한 표를 주지 않고, ‘야당’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더 많이 새누리당 후보들을 낙선시키는 것이다.
국민을 섬기게 하는 유일한 길: 선거
그래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 ‘사상 최대의’ 선거 참패를 하게 될 때, 다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심의 무서움을 접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선택지가 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 우리에게 실제로 주어진 선택지는 이것 이외에는 없다. 이게 우리의 ‘냉정한 현실’이다.
그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이쁘거나, 잘해서라고 판단하는 것과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집권정당이 누구이든, 그들이 잘못했을 때 <사상 최대의 선거 참패>를 안겨주는 것..
오직 그것이,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으로 가장 두려운 ‘심판’이다.
편집: 리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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