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실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보도자료 작성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신입 때 보도자료를 참 생각 없이 썼던 것 같다. 나 같은 신입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도자료 작성 시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점들을 정리했다.
1. 해당 보도자료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기
유독 잘 안 써지는 보도자료가 있다. 원인은 하나다. 작성자가 보도자료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 한 것. 자신이 작성해야 하는 보도자료 아이템을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너무 당연해서 간과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지금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한다면 워드를 실행하기 전에, 보도자료에 들어갈 내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참고할 수 있는 회사 내부 자료 모으기, 담당 부서와 미팅, 관련 기사 리서치 등을 통해 충분한 스터디를 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나에게 보도자료에 관해 질문했을 때 막힘 없이 답변할 정도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 출시 보도자료라면 이 서비스를 한 마디로 뭐라 정의 내려야 하는지, 경쟁사는 어디가 있고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 서비스의 강점은 무엇인지, 회사가 왜 이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어떤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보도자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내용은 물론 보도자료에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
‘설명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작성자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이해해야 보도자료를 통해 깔끔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2. 오타, 오기는 확인 또 확인하기
보도자료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미사여구가 들어간 화려한 문장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팩트 중심으로 작성하되, 국어 선생님에 빙의해 내가 쓴 문장이 맞춤법, 어법에 맞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길이는 일반적으로 A4 1장 이하가 적당하다.
맞춤법, 오탈자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내가 무심코 작성한 단어, 조사에 늘 의심을 품어야 한다. 맞춤법에 맞는지, 혹시 오타가 나지는 않았는지, 외래어 표기법과 다르게 작성한 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서/로써, 되/돼, 안/않, 외/왜 등 자주 틀리는 맞춤법부터 론칭/런칭, 재킷/자켓, 밸런타인/발렌타인 등 외국어나 외래어 표기법까지 포털에 검색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면 검색을 통해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일간지가 어떻게 표기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어 표기는 통일하자
실제 신입 직원이 작성한 보도자료 초안이다. 보자마자 뒷목을 잡게 된다. 자료 전체적으로 ‘런칭’과 ‘론칭’ 표현이 혼재한다. 자료의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 런칭이 맞는지, 론칭이 맞는지 알아보는 게 어려웠다면 최소 자료 내에서는 하나의 표현으로만 쓰자.
문장 내 동어 반복을 최소화하자
한 문장에 ‘하여’를 무려 세 번 반복한다. 최대한 다른 표현으로 수정하는 것이 문장의 완성도를 높인다. ‘분석을 통해’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또한 줄여 쓸 수 있는 말은 줄이는 것이 좋다. ‘하여’는 ‘해’로 줄일 수 있다.
중의적으로 해석되거나, 뜻이 명확하지 않은 문장은 쓰지 말자
‘수강기간 30일 연장과 퀴즈 이벤트를 통해’ 20% 할인을 제공한다는 건지, ‘수강기간 30일 연장’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별개로 ‘퀴즈 이벤트’로 20% 할인을 제공한다는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 뒤에 나오는 문장에서 ‘학생에게는 ~~을 전원에게~~’도 문장의 호응이 어색하다. 위 문장은 아래와 같이 수정할 수 있다.
3. 보도자료에 의미부여 하기
보도자료에는 육하원칙이 들어간다. 의미부여는 그 중 ‘WHY’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왜 MOU를 맺었고, 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지, 왜 신제품을 출시했는지, 업데이트를 왜 했는지 등등. ‘WHY’에 집중해 의미를 부여하자. 보도자료가 더욱 풍성해진다. 이건 사실 ‘1. 보도자료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기’ 과정을 거쳤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코멘트의 문제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서비스 출시 이유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갑작스럽게 해설 라이브 등 서비스 세부 내용이 멘트에 등장한다는 점이며, 세 번째는 전체적으로 문장의 호응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특히 서비스 출시 이유가 ‘교재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기업이 단순하게 수험생들의 관심과 호응만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는 해당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 사회적 분위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 출시 이유와 관련해 사업부서에서 명쾌한 답을 주지 않더라도, 홍보(PR)담당자가 스스로 스터디를 통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수정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된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해당 내용을 보도자료 앞단으로 뺐다. 시의적 트렌드를 반영해 취준생, 고연령대 등에게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코멘트에는 보도자료 본문에 넣지 못했던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추가했다.
마치며
보도자료를 잘 쓰고 싶다면 위에서 말한 3가지를 기본으로 지키되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자료가 이해되는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드러나는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가며 자신이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수정해 나가자.
유명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을 포털에서 검색해 해당 기업의 보도자료를 많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말 잘 쓴 보도자료가 있다면 그대로 필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효과적인지 잘 모르겠다. 개인차가 있을 듯하다. 여건이 된다면 직접 자료 작성 후 회사 선배에게 첨삭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다.
몇 년 전 팀원 면접 자리에서 경력직 지원자 한 분이 이직 준비 이유에 ‘현재 회사에서 짜치는 업무 위주로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 짜치는 업무가 뭐냐고 물었더니 ‘보도자료 작성이나 자료 조사’라고 대답했다. 충격적이었다.
물론 보도자료를 많이 쓰다 보면 다른 업무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업무로 여겨질 때도 있긴 하다. 간단한 단신 보도자료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그 지원자의 말은 이해가 안 된다. 팀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 지원자는 팀원 모두의 의견이 탈락으로 모였다.
중요하지 않은 보도자료란 없다. 보도자료는 우리 회사를 대표해서 나가는 공식 자료다. 책임감을 갖고 작성해야 한다. 그래ㅅ ㅓ… ㄴ ㅏ는 오늘도 보도ㅈ ㅏ료를 쓴ㄷr…
원문: 르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