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인기를 구가한 것은 물론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처음, 외화로는 당시 〈아바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2019년 감독부터 주연 캐릭터까지 전편의 주역들이 다시 한번 뭉쳤다.
음악의 품격
전편의 성공에 다양한 요소들이 기여했지만 가장 주요했던 요소를 꼽으라면 역시 ‘렛 잇 고(Let it go)’로 대표되는 영화의 OST였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겨울왕국 2〉는 전편의 성공 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노래’를 조심스럽게 계승하는 동시에 신선함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디즈니 영화답게 다양한 상황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노래는 1편과 동일하게 주연인 엘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가장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1편의 ‘Let it go’가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나머지 다른 노래들이 상대적으로 묻혔던 것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 2편에서는 더 다양한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노래의 장르까지 세심하고 다채롭게 신경 쓴 모습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노래 자체의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5년 전보다 발전한 CG와 연출이 버무려진 음악은 한층 품격 있어진 모습이다.
연출의 품격
전편에서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한 화면 연출이 캔 커피였다면 이번 〈겨울왕국 2〉의 그것은 핸드드립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 벅 감독은 전편에서 보여주었던 연출의 장점들은 더욱 살리고 ‘겨울왕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하고 다양한 연출의 극치를 선보인다. 1편이 엘사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해가는 여정이었다면 2편은 엘사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간단하다.
물론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엘사가 책임지지만 다른 장면들에서 조연들이 선보이는 볼거리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올라프는 전편에 이어 2편에서도 맹활약하며 씬 스틸러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긴다. 이외에도 눈과 얼음이 아닌 자연 요소를 활용한 아름다운 장면도 연출의 품격을 높인다.
메시지의 품격
좋은 음악과 아름다운 연출로도 이미 기존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필요조건은 채운 셈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영향력을 떠나 한 편의 좋은 영화가 되려면 리듬감 있는 서사에 품격 있는 메시지가 충분조건이 될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겨울왕국 2〉는 메시지의 품격은 높아진 반면 서사의 품격은 다소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목표점이 명확하고 일직선이었던 전편에 비해 2편의 서사 라인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전반부를 지나며 다소 혼란스럽다. 첫 번째로는 누가 봐도 주·조연이 명확했던 전편에 비해 이미 구축된 모든 캐릭터를 살려보려는 시도에서 가지가 나뉘고, 두 번째로는 결말에 닿기 위해 다소 만들어진 듯한 서사 구조에서 생기는 의문점들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것에서 그렇다.
이처럼 메시지에 도달하는 길이 비포장스럽지만 디즈니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메시지를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속편의 품격
결론적으로 〈겨울왕국 2〉는 전설이 된 1편의 명성에 걸맞은 속편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찬찬히 서사를 뜯어본다면 속편으로서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팬들의 지지 속에 견고하게 구축된 캐릭터들과 아름다운 노래, 전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연출과 울림 있는 메시지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사랑스러운 영화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원문: 맑은구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