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트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11(이하 언리밋)을 다녀왔다. 작년에 처음 가본 언리밋 10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수십 명의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작물을 테이블에 올려둔 채 창작물을 판매하고, 테이블 뒤에 세워진 가벽에는 각자만의 색깔로 데코레이션이 되어 있어 마치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내가 경험한 첫 언리밋은 이처럼 ‘아트 마켓’과 ‘전시’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올해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래전부터 일정을 적어둔 언리밋 11. 이곳을 둘러보며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는지 기록해두고자 한다.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덕분에 여러 번 둘러볼 수 있었는데 둘러볼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크리에이터와 관람객과의 대화를 우연히 들으며 배우는 것도 많았다. 메모장에 기록했던 그 순서 그대로 적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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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밋에 참가한 크리에이터 테이블에서 가장 많이 본 공통 POP는 바로 ‘텀블벅(tumblbug) 현장수령’ POP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은 뒤,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께 펀딩 리워드(창작물)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수령 방법으로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후원번호를 알려주세요’ 2가지 옵션이 있었고, 창작자는 자기 후원자의 확인 방법을 체크할 수 있었다.
이 현장 수령 안내 문구를 꽤 많은 크리에이터 테이블에서 목격했다. 작년과 비교해도 그 증가가 확연히 눈에 띌 정도였다. ‘텀블벅’ 서비스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창작자가 언리밋 행사를 ‘1년마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팬을 만나는 곳’으로 인식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즉 ‘내년 언리밋 때 새로운 창작물을 공개하는 것’이 또 하나의 창작 목표가 되고, 이를 위해 1년간 달려 온 창작자들이 바로, 언리밋에서 ‘현장 수령’을 제공하는 창작자인 것이다. 이런 창작자분들이 점차 많아지는 걸 보면서, 언리밋 행사 그 자체가 크리에이터에게는 새로운 창작 동기를 얻고 1년간의 창작물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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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과 관련해 재미있는 점을 또 발견하기도 했는데, 바로 텀블벅을 ‘동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언리밋에 참가한 크리에이터끼리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책 들면서) 이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아, 네. 텀블벅 했어요.”
내 기준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동사’로 활용되는 서비스다. ‘카톡하다’, ‘페메하다(페이스북 메신저하다)’ ‘토스하다’와 같이 동사로 활용되는 서비스는, 확실한 서비스 정체성을 가진 것과 동시에 대중성도 충분히 확보한 서비스다. ‘일반 동사’로 써도 듣는 사람이 부가 설명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서비스 정체성과 대중성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의 동사화’ 라인에 텀블벅도 합류한 것이다. 비록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주로 쓰는 동사이긴 하지만 ‘텀블벅했어요’ ‘너도 텀블벅해’ 와 같은 ‘텀블벅의 동사화’를 보면서 높아진 서비스 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텀블벅이 카톡이고, 토스인 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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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밋의 장점은 크리에이터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크리에이터를 만난 관람객의 첫 마디는 대부분 이러했다.
저 인스타그램 팔로우해요!
인스타그램으로 팬을 모으는 시대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언리밋에 참여한 크리에이터는 모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졌으며 그들의 ‘대표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관람객들은 평소에 좋아하던 크리에이터의 언리밋 참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서 듣고 직접 만나기 위해 행사장까지 왔다. 온라인(인스타그램)으로 팬을 모으고 오프라인(언리밋)에서 팬과 만나는 의미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언리밋에서 본 창작자 채널 중 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은 체감상 거의 99.9%에 달했다. IT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직업병처럼 IT 서비스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데, 아쉽게도 언리밋에서는 인스타그램 외에는 그 어떤 서비스도 보이지 않았다. 창작자는 모두 인스타그램에 머물러 있었고, 이들을 따라 팬들은 인스타그램으로 흘려 들어갔다. 그리고 한동안 몇 년은 이 흐름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 하나. 언리밋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행사로 유명한데 작년 기준으로 이틀 동안 약 2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언리밋은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가 진행하는 북페어인데, 엄청난 마케팅력으로 중무장한 웬만한 북페어보다 모객력이 훌륭한 행사 중 하나다.
이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인스타그램에 있는데, 언리밋에 참여하는 수십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각자가 ‘마케터’가 되어 언리밋을 홍보하기 떄문이다. ‘저 이번 언리밋 11에 참여하는데 놀러 오세요’ 같은 식으로 각 크리에이터가 인스타그램에 포스트를 올리면 이를 본 팔로워는 이 크리에이터를 만나기 위해, 또는 창작물을 구매하기 위해 언리밋을 찾는다.
각 크리에이터가 1만 명의 팔로워가 있다고 가정하고, 100명의 크리에이터가 행사에 참여하면 100만 명의 팔로워에게 언리밋 행사 소식이 도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이 없이도 엄청난 모객력을 동원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인스타그램’이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언리밋의 흥행은 인스타그램이 만들었고,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하는 역할 역시 인스타그램이 한다. 인스타그램이 결코 빠질 수 없는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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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품이 잘 팔릴까?
어떤 크리에이터가 ‘마케팅’ 감각이 있을까?
마켓도 함께 겸한 언리밋을 보면 자연스레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로 훌륭한 창작물을 만들지만 이를 ‘잘 파는 것’ 역시 크리에이터가 가져야 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구매’라는 가장 적극적인 팬십으로 ‘선택’ 받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언리밋에서 많은 크리에이터가 들고나온 상품은 바로 ‘2020 캘린더’였다. 작년보다 한 달 정도 늦게 행사가 시작되면서 2020년과 가까워지다 보니 캘린더를 들고나온 크리에이터가 많았고, 달력을 하나쯤 꼭 구매하는 관람객들은 캘린더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관찰해본 결과 사람이 붐비고 구매가 활발히 일어나는 부스는 ‘캘린더’가 있는 부스였고, 구매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나는 부스는 평균적으로 ‘캘린더’ 상품이 없는 부스였다.
시즈널 이슈에 맞춰 마케팅하는 것을 ‘시즈널 마케팅(Seasonal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시즌 이슈에 맞춰 진행하는 마케팅을 말하는데, 이 시즈널 마케팅의 특징은 1년 전부터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연말이 다가오면 다음 해 다이어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연초가 다가오면 어학이나 운동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이것만 잘 준비해도 사실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시즈널 마케팅’에 익숙한 크리에이터는 이번 언리밋에 2020 캘린더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지갑을 열었다. 캘린더를 구매한 소비자는 2020년 한 해 동안 그 캘린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를 1년간 떠올릴 것이다. 무려 1년간이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팬십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은 흔하지 않다. 게다가 크리에이터는 이 캘린더로 돈까지 벌었다. ‘1년 장기 팬’과 ‘수익’을 함께 얻는 일석이조의 가장 좋은 상품이 바로 2020 캘린더였던 셈이다.
3번에 걸쳐 언리밋 1, 2층을 둘러보면서 2020 캘린더 상품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모객 차이는 확연했다. 나조차도 전혀 모르던 크리에이터의 달력을 단순히 ‘그림’만 보고 구매했다. 어차피 내년 달력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예쁜 그림이 그려진 달력으로 준비하면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잘 파는 것’까지 잘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면 설렌다. 언리밋 ‘한정판’ 에디션을 만들어 가지고 나온 크리에이터를 볼 때도 그랬다. 오직 언리밋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창작물을 ‘한정판’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이런 상품은 안 살 수가 없다.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량의 한정판이라니! 실제로 언리밋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는 부스의 약 절반가량은 첫째날 솔드 아웃이 되었다. ‘잘 파는’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많다.
마지막으로 잘 파는 크리에이터는 구매한 창작물에 ‘사인’을 직접 해주는 크리에이터였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행사 시간 동안 부스에 계속 머무르며 책을 구매한 이들에게 사인을 직접 해주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며 이 가치를 제공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2020 캘린더를 준비하고, 언리밋 한정판 상품을 가져오며, 현장에서 즉석 사인회를 펼친 크리에이터는 뭔가 달랐다. 자신의 창작물을 어떻게 세일즈해야 하는지 잘 알았고 팬들의 지갑을 열었으며 그렇게 번 수익으로 더 나은 창작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크리에이터에게도 마케팅 감각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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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번 언리밋에서 느낀 점은 독립 매거진의 부활이었다. 지난 퍼블리셔스 테이블을 갔을 때도 느꼈지만 독립 매거진이 점차 늘어난다. 이번에 발견한 독립 매거진은 다음과 같다.
- AVEC: 매 호마다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매거진(@avecmagazine)
- FILO: 영화 비평 잡지 (FB @filo.magazine)
- MOTIF: 비주얼 문예지
- Favorite: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favorite_mag)
- Panorama: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건축 매거진 (FB @Magazine.Panorama)
- VOSTOK: 사진 잡지 (@vostok_mag)
나 역시도 언젠가 꿈이 독립 매거진을 발행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나의 모든 생각을 여러 기획으로 묶어 한 권의 잡지로 만들어보고 싶다. 이를 위해 도움이 될만한 독립 매거진을 이번 언리밋에서 많이 건졌다. 모두 한 권씩 구매해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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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언리밋에서 놀랐던 점은 이곳의 결제는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꽉 잡았다는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카드 결제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송금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인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작년엔 많았다.
올해는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보이긴 했었지만, 작년만큼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크리에이터마다 모두 카드 결제기를 가졌다. 아마 같은 형태의 카드 결제기인 것을 보아 주최 측에서 카드 결제기를 준비한 듯싶었다.
작년에는 카카오페이와 토스로 많이 결제하고, 올해는 다시 카드로 결제를 해보았는데 카드 결제의 편리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앱을 열 필요도 없이, QR 코드를 찍을 필요도 없이, 결제 금액을 물어볼 필요도 없이, 결제를 완료했다는 화면을 보여줄 필요도 없이 카드 한 장을 건넨 뒤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됐다. 그런 뒤 다시 카드를 받으면 결제 끝.
이 경험을 하면서 아무리 QR페이가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카드 결제의 편리함을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카드 결제의 편리함을 무릅쓰고도 QR결제를 하게큼 하는 건 ‘할인’밖에 방법이 없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결제에 뛰어든 네이버페이 모두 ‘할인 마케팅’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는 출혈 경쟁이 가속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R결제, 참 어려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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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밋에서 기발한 아이디어 돋보이는 창작물도 있었다. 첫 번째는 Working Paper Light. 책을 보면서 특정 부분을 돌리거나(Wheel), 당기거나(Full down), 불면(Blow) 이에 반응해 불이 켜지는 신기한 책이다.
신기한 건 제작 키트가 있어서 어떤 책이든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건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만들 때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스토리에 따라 라이트 센서를 설치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참여해보는 ‘인터랙션 동화북’을 DIY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트북 제작과 기술의 결합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두 번째 돋보이는 창작물은 ‘폰트’였다. 한 타이포그래퍼가 ‘파보리트(FAVORIT)’의 한글 폰트를 론칭해서 선보인 것. 나중에 알고 보니 파보리트는 스위스 바젤과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입 디자인 에이전시 디나모(DINAMO)가 출시한 폰트 중 가장 유명한 폰트라고 하는데, 이 타입의 한글 버전을 타이포그래퍼 윤민구 님이 론칭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머지않아 자신의 색깔이 담긴 ‘퍼스널 폰트’를 판매하는 크리에이터가 다수 등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AI 기술 덕분에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올해 한글날을 맞아 자신의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A4용지 몇 장 내외로 손글씨를 적어 참가 신청을 하면 AI가 폰트셋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다운받아서 얼마든지 텍스트가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진행한 한글날 손글씨 공모전. 자신의 손글씨로 폰트 파일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였다.
세 번째는 ‘서울나무’라는 곳이었다. ‘서울나무’는 서울의 나무를 공유하고 온라인 지도 기반으로 가상의 숲을 만들어나가는 서비스다. 서울에 있는 가로수만 무려 30.6만 그루 이상이며 그 종류조차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나무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 크리에이터는 함께 서울에 있는 나무를 알아가고 온라인상에 이를 기록해나가자고 말한다.
재미있었던 점은 사람들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크라우드 온라인 맵’이라는 특성이었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참여 방법이 인상 깊었다. 이 아이디어를 보자마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발견한 나무를 제보하고 등록하며 공유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제일 궁금했다. 등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서울 나무 등록 방법
- 서울의 나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서울나무 #seoultree 태그와 함께 업로드한다.
- 나무가 지정되면 관찰자에게 나무 등록 방법이 전달된다.
- 지도에 등록된 나무는 나무 관찰자들에게 공유된다.
- 서울 나무 지도로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나무들을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무 사진을 올리고 태그를 걸면, 크리에이터가 이 사용자에게 DM으로 나무 등록 방법을 전달한다. 사용자가 지도에 나무를 등록하면 기존에 나무를 등록했던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가 되고 지도에 반영되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참여형 MAP’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참여 방식을 구조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서도 역시 ‘인스타그램’이 대세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은 아마추어 서울이 만든 ‘지역 가이드’였다. 동네별로 가이드가 제작되어 이 가이드 하나면 그 동네를 쉽게 탐색할 수 있다. 이렇게 정제된 형태의 ‘가이드’ 포맷을 난 좋아한다. 누군가의 전문적인 관점으로 특정한 무언가를 관찰한 뒤 그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압축적으로 정제해 담는 가이드 포맷의 콘텐츠를 보면 꼭 구매한다.
아마추어 서울의 지역 가이드는 이 포맷을 ‘동네’에 적용한 책이었는데 도시 단위가 아닌 ‘동’ 단위로 나누어, 기존 가이드보다 더 좁혀 들어간 부분이 좋았다. 게다가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를 ‘동 단위’로 말하지 않는다. 망원동, 연남동, 익선동, 초동 등등. 이런 트렌드를 잘 반영한 출간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에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곳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무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서울 곳곳의 이야기를 지도라는 매체로 기록했다. 자발적인 기록 의지로 꾸준히 오랜 시간 달리는 분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며 묵묵히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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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밋을 보면서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창작물도 있었다. 첫 번째는 리딩노트. 독서를 잘 기록할 수 있는 책자인데, 생각노트판 리딩 노트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하는 것이 그나마 독서인데 독서를 하기 전, 하는 중, 하고 나서의 시간적 단계에서 기존의 독서 리뷰 노트에서 아쉽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서점을 할 떄면 리딩 노트도 잘 만들어서 같이 판매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 다른 것은 북클럽. 언리밋엣 참가한 ‘보스토크’라는 매거진에서는 보스토크 클럽(VOSTOK CLUB) 멤버를 모집했는데 매월 1만 원 이상의 금액을 자유롭게 후원하면 보스토크 매거진과 사진집, 다양한 이벤트 참가권이 제공되는 북클럽이었다.
최근에 고민하는 부분이 ‘생각노트 북클럽’을 해보면 어떨까인데, 멤버십으로 운영되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을 매달 1권씩 큐레이션 해서 보내주는 것이다. 거기에는 ‘큐레이션 노트’도 별도로 첨부가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문장이 좋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은 무엇인지 등을 보내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프라인에서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기회도 마련하면 좋을 것 같고. 해보고 싶었던 것에 아이디어를 덧붙여 주는 좋은 발견이었다.
마지막은 포토 포스트잇. 언리밋에 참가한 카인드 오브 썸머(Kind of Summer)는 사진으로 만들어진 포스트잇을 판매했는데, 내가 찍은 여행 사진을 포스트잇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포스트잇을 사용할 때마다 여행의 순간이 기억나 행복하지 않을까. 곳곳을 여행 다니며 기록하는 디테일 시리즈의 독자 굿즈로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며
지금까지 언리밋11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올해는 운이 좋게도 독립 출판 북페이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퍼블리셔스 테이블’과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모두 다 가볼 수 있었다. 1인 크리에이터의 기발하고 독특한 기획물을 볼 수 있는 북페어로 매년 놓치지 않고 꼭 가보고 싶은 행사들이다. 이런 북페어가 더 자주,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작은 개인의 창작물이 더 자주 발견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행사를 둘러보고 난 뒤 지금 하는 일은 UE에 참여했던 크리에이터 한 명 한 명 찾아보면서 그들의 채널을 방문하는 것이다. 모르던 의미 있는 창작자를 발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그들을 팔로잉한다. 내년 UE에서는 반갑게 인사할 크리에이터가 왠지 많을 것 같다. UE에 참여했던 크리에이터는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