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좋아요 개수를 숨기는 작업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에 이어 한국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테스트 그룹에 포함된 계정들은 본인의 포스팅을 제외한 다른 사진 및 동영상 게시물의 ‘좋아요’ 총 개수를 확인할 수는 없다.
인스타그램 플랫폼 차원에서 ‘좋아요’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걸까?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좋아요’가 숨겨져 자신의 파급력이 인증되지 않아 인스타그램을 떠나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극단적인 질문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좋아요의 총 개수를 확인할 수 없을 뿐 대략적인 개수는 보인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좋아요를 숨기는 이유는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튜브가 ‘조회 수’보다는 ‘시청 시간’으로 알고리즘을 대폭 수정했던 때로 돌아가 보자. 여기에 힌트가 있다.
영상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조금이라도 더 조회 수를 얻기 위해 자극적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악성 클릭베이트(클릭과 미끼의 합성어) 게시물을 발행했다. 건강한 플랫폼을 만들어나가는 데 분명한 독이었다. 이런 콘텐츠가 범람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믿거유(믿고 거르는 유튜브)라는 별명을 얻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수차례의 내부 논의를 거쳐 사람들이 동영상을 본 조회 수가 아닌 시청 시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조회 수는 콘텐츠를 클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집계되기에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데 할애한 시간인 시청 시간이 해당 콘텐츠의 가치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본 것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조회 수는 20% 가까이 떨어졌지만 시청 시간 증가세를 보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똑똑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인스타그램 ‘좋아요 숨기기 사건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인스타그램 플랫폼은 건강한데, 과연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요충이 되어 클릭베이트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일까? 뼈아픈 믿거페의 여론을 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믿거페의 강경한 대응 고객 피드백 점수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플랫폼 차원에서 그들에게 더 중요한 건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내 주변의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스토리에 일상을 공유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는 걸 더 높은 가치로 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실험 기간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평소 증가율에 비해 공격적인 증가율을 보였다면 언젠가 내년쯤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쏟아질 것이다.
이번 테스트의 가설과 목적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유튜브가 ‘조회 수’보다는 ‘시청 시간’이라는 더 의미 있는 지표를 확보한 것처럼 인스타그램도 플랫폼 차원에서 더 건강한 지표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걸 느낀 건 확실하다.
원문: 진민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