뱍쥐는 징그러운 외모 때문에 우리에게 호감이 가는 생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 박쥐는 과일이나 곤충을 잡아먹으며 이를 통해 사람에게도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과일박쥐는 식물 씨앗을 널리 뿌려 숲을 유지하고, 곤충을 잡아먹는 박쥐는 해충의 개체 수를 적절히 조절하죠.
그러나 피를 빠는 일부 흡혈박쥐(Desmodus rotundus)는 흔하진 않아도 흡혈귀 전설 때문에 별로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이런 흡혈박쥐도 동료끼리 서로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하이오주립대학(Ohio State University)의 진화생태학 및 유기생물학 교수 제랄드 카터(Gerald Carter)와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STRI)의 사이먼 리퍼거 (Simon Ripperger)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랜 시간 같이 지낸 흡혈박쥐가 자연 상태에서도 먹이를 나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22개월 동안 23마리의 흡혈박쥐를 같이 키운 후 이들에 센서를 장착하고 야생에 풀어줬습니다. 그리고 27마리의 야생 흡혈박쥐에 센서를 부착해 대조군으로 삼고 행동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혈연관계가 없어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낸 흡혈박쥐는 같이 잘 어울리면서 먹이, 즉 피를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야말로 혈맹(?) 관계인 셈입니다.
친구끼리 피를 나눠 먹는 흡혈박쥐의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서로 돕는 습성이 허탕을 치더라도 최소한의 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도와 전체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Ripperger SP, Carter GG, Duda N, et al. Vampire bats that cooperate in the lab maintain their social networks in the wild. Current Biology (2019). DOI: 10.1016/j.cub.2019.10.024
- 「Vampire bats give a little help to their ‘friends’」,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