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직장에선 많은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1. 오타
그래, 분명 몇 번이고 자세히 봤다. 이메일의 보내기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보내기를 취소하고 다시 읽는다. 그래, 이제야 드디어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오타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은 여지없이 발견되어 망막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요즘엔 이메일 회수 기능도 있지만 내가 보낸 메일을 잘 읽지 않거나 회신하지 않는 사람이 이런 메일은 1등으로 읽는다. 이것도 미스터리.
2. 엑셀 또는 파워포인트 ‘멈춤’
중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라는 걸 알고 멈추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들이 멈춘 그 순간에 작성하던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멈춰버리는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괘씸하다. 건성건성 만들 때는 잘만 돌아가다가, 간만에 온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스터피스(masterpiece)가 나오면 꼭 그런다.
‘평소에 이것들에게 잘해 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란 자괴감이 들고 만다. 그러다 멈추면, ‘다시 내가 잘해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비굴하다. 비슷한 경우로 상사가 수치를 물어봐서 엑셀을 이리저리 돌릴 때, 보고 차례가 되어 파워포인트를 띄우거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때 꼭 이 녀석들이 멈추는 미스터리. 싸울 수 있다면 이놈들과 치고받고 싶다.
3. 웹 서핑 중 상사 등장
‘Alt+tab 신공’이야 많은 직장인의 필수 능력이라고 알려졌지만, 정말 아주 잠깐 웹 서핑을 할 때 반드시 상사가 내 뒤를 지나가는 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10시간 넘게 일하다가 정말로 궁금한 기사 하나 보았을 뿐인데 내 상사는 물론, 자주 오지도 않던 더 높은 상사가 나에게 말을 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건 드라마 〈도깨비〉에서 은탁이 김신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참나.
상사의 승인이 급히 필요할 때, 내가 상사 대신 회의를 들어가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때 다급히 같은 방법을 써 보았다. 웹 서핑을 하며 상사를 불러(?) 보았지만 절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도 미스터리다.
4. 휴가
분명 오늘 휴가라고 상사에게 말했다. 시스템에도 오늘 내가 휴가임이 잘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상사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침에 ‘오늘 늦나?’ ‘무슨 일 있나?’라는 문자가 온다. 꼭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저 멀리 높은 부서에서 어떤 보고서를 달라는데, 내가 있어야 한단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려 오랜만에 낸 휴가인데, 꼭 업무용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역시 휴가는 남들 갈 때 같이 가야 한다는 게 진리.
5. 식사 약속
오랜만에 동기 녀석과 점심 약속을 잡는다. 그러면 갑자기 임원분과 팀의 중식 약속이 잡힌다. 오랜만에 지인과 저녁 약속을 잡는다. 그러면 마법처럼 부서 또는 팀 회식이 잡힌다. 그런 게 무서워 약속을 잡지 않는다. 그러면 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야근은 하는구나, 참.
마치며
우리의 하루하루 자체가 미스터리다. 일이 싫다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고, 피곤해 죽겠다고, ‘조만간 관둬야지’ 노래하고,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오늘도 출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