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청바지를 사기 위해 네이버에 청바지를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860만 개에 이르는 검색 결과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종일 청바지만 본다고 해도 860만 개의 결과를 다 조회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는지 생각하며,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클릭했습니다.
비슷한 일례로 요즘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 분량은 1분당 60시간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신규로 올라오는 유튜브 동영상만 종일 시청한다고 가정할 때, 연으로 환산하면 꼬박 100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인터넷으로 청바지 하나 사려 해도, 동영상 하나 보려고 해도 정보가 너무나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땐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소비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 바로 개인화 마케팅(Personalization Marketing)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인화 마케팅의 개념과 탄생 배경, 그리고 성공적인 개인화 마케팅의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개념: 개인화 마케팅이란?
개인화 마케팅이란 개인 특성에 맞춰 소비자 각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고객의 취향, 관심사 등을 파악해,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죠.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있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만을 위한 제품을 그 사람에게만 홍보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업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인기 있는 상품을 알아서 찾고 추천해줍니다. 내가 인터넷 환경에서 방문했던 페이지, 검색했던 단어들을 기반으로, 나의 취향과 행동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소비자는 큰 피로나 어려움 없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의 쇼핑 경험이 개선된 것입니다. 추천 서비스가 없었다면 종일 걸려도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인화 마케팅의 이점
오늘날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개인화가 필수적인 마케팅 방안으로 거론됩니다. 그렇다면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하면 무엇이 이득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A라는 이름의 한 카드사에서 카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과 고객의 입장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업 입장: 마케팅 비용 절감, 구매 전환율 높은 고객 발굴
과거 A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카드의 혜택을 나열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반해 광고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적었습니다.
A사는 개인화 마케팅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을 인구 통계학적 기준으로 분류하고, 관심사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메시지를 해당 그룹의 고객들에게 전달하자, 니즈가 충족된 고객들의 가입이 많아졌습니다.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구매 확률이 높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음, 디지털 경험 개선
카드를 만들려고 고민 중이던 30대 남성 B 씨는 어느 회사에서 어떤 카드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다음과 같은 글귀의 배너광고를 보았습니다.
이번 주말은 치기만 하면 홀인원인 ○○리조트에서 골프 어떠세요? A 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아보세요.
평소 골프를 즐겨 치던 B 씨는 망설임 없이 배너 광고를 클릭했고,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카드 혜택을 조회한 후 신규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메시지를 발견한 덕분에, 수많은 카드사의 카드 혜택을 일일이 찾아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개인화 마케팅
관심 없는 말 열 마디는 피로를 유발하고, 듣고 싶던 말 한마디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에게 알려주는 개인화 마케팅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드물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화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득이 됩니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화 마케팅 시작의 배경
지금의 개인화 마케팅이 시행되기까지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개인화 마케팅은 왜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각광받을까요? 그 원인으로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마케팅 트렌드 또한 변했습니다.
1. 매스 머천다이징(Mass Merchandising) 시대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매스 마케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고객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없어도,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이 시대의 마케터분들이 부럽습니다).
2. 매크로 세그멘테이션(Macro Segmentation) 시대
하지만 이후,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제품을 더 잘 판매하기 위해 점점 고객을 세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고객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분화는 다음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 지리적 세분화: 나라, 지역, 도시 등
- 인구 통계적 세분화: 연령별, 소득별, 직업별 등
- 심리적 세분화: 관심사, 사회 계층, 여가활동 여부 등
- 행태적 세분화: 가격 민감도, 과시적 소비 등
- 복합적 세분화: 시장 세분화 변수의 복합적 사용
3.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Micro Segmentation) 시대
위의 세분화 기준은 현재까지도 자주 사용하는 기준입니다. 하지만 ‘공급 과잉’과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라는 두 현상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갈수록 더욱 심화했습니다. 기업은 일반적인 세분화 기준을 넘어, 소비자 개인의 특성이나 구매 행동이 유사한 고객들을 그룹별로 파악하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4. 1:1 개인화 마케팅(1:1 Personalization Marketing) 시대
오늘날 기업의 관심은 개인 특성에 맞춘 1:1 개인화 마케팅까지 이르렀습니다. 개개인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이메일, 다들 한 번쯤은 받아보셨을 겁니다.
○○ 님, 이 제품 어떠세요?
○○ 님만을 위한 추천 아이템! 지금 확인해보세요.
저 또한 많은 이메일 광고 중 이렇게 이름이 들어간 이메일을 자주 발견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만을 위한 맞춤 정보라는 생각에 궁금증이 유발됩니다. 열어본 이메일이 정말 내가 찾던 제품을 추천해준다면 종종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알려주고, 나에게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메시지는 마치 기업과 특별한 관계가 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기술의 발전
이처럼 높은 수준까지의 개인화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 데는 기술 발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능, 비슷한 사용자들의 행동을 학습해 같은 그룹으로 분류하는 인공지능, 마케팅 자동화 등의 IT 기술 발전이야말로 지금의 개인화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 배경입니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원하는 고객에게,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빅인(bigin) 애널리틱스의 인사이트 보고서 또한 기계가 학습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 확률이 높은 잠재 고객 목록을 도출하는 최신 머신러닝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성공적인 개인화 마케팅 사례
현실에서의 개인화 마케팅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까요? 성공적인 실제 사례입니다.
사례 1. 넷플릭스
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자가 된 넷플릭스입니다. 사용해보신 분은 넷플릭스가 어쩌면 나보다 더 내 취향을 잘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신 적도 있을 겁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처음 국내에 상륙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었습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조금씩 천천히 한국형 콘텐츠를 통해 존재감을 넓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동영상 콘텐츠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넷플릭스만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역할이 컸습니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고를 수 있는 영화의 수는 무려 7만 5,000편이 넘는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는 분은 여기에서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 서비스가 아니었더라면, 저 같은 결정장애를 지닌 사용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며 급기야는 이용을 해지하기까지 했을 겁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뛰어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용자가 시청한 콘텐츠의 장르, 시청 시간, ‘좋아요’를 누르는 행동 등의 모든 습관을 고려하고,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맞춤형 추천은 이용자들이 한번 서비스를 이용하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추가 시청을 하게끔 유도하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내 취향에 따라 화면 목록이 재구성되고, 디스플레이 화면까지 달라지는 새로운 경험을 한 고객은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아가 충성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사례 2. 쿠팡
치열한 소셜커머스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업계 1위로 오른 쿠팡 역시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합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문자메시지 수신에 동의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할인쿠폰을 발급합니다. 쿠팡 웹 페이지나 앱에서 가전제품을 검색한 이력이 있거나 가전제품을 주문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만 한 고객이 있다면, 이들에게만 가전제품 할인쿠폰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할인쿠폰은 쿠팡이 제시한 웹주소로 들어가 로그인을 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유효기간 만료 후엔 재발급이 불가능합니다. 타 마케팅 채널로는 지급되지 않는 것이죠. 삼성전자 에어드레서나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을 구매 시 쿠팡 판매가에 5%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 5% 할인쿠폰`이 일부 이용자에게 발급된 적도 있었습니다.
많은 쿠폰을 발행한다고 해도 해당 이용자에게 필요한 쿠폰이 아니라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유사한 성향을 가진 고객 집단을 분류해 맞춤형 할인쿠폰 등 개인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비용도 아끼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더욱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개인화 마케팅은 또한, 이용자의 쇼핑 편의와 기업에 느끼는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사례 3. 브런치
지금 바로 확인하실 수 있는 마지막 사례, 플랫폼 브런치입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스크롤을 아래로 끝까지 내려보세요. 콘텐츠 6개 정도가 보이시나요? 지금까지 이용자가 읽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입니다. 역시 이용자가 이탈하지 않고 더 오랜 시간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개인화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기업이 개인화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이점은 무엇인지, 실제 사례는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비용을 낮추고 성과를 올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인 개인화 마케팅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터 회사 에버게이지(Evergage)의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마케터의 무려 96%가 개인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거나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64%는 지금보다 개인화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지만, 아직 단계가 이르다는 생각으로 데이터의 활용과 개인화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막막한 마케터분들을 위해, 다음 글에서는 실전에서 활용이 가능한 개인화 마케팅의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콘텐츠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