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자들은 자꾸 살아있는 화석은 진화론이 틀린 증거라고 한다. 바퀴벌레도 은행나무도 화석과 똑같기 때문에 그것은 진화가 없었다는 증거가 된단다. 이러한 주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오류가 있다.
1. 진화는 꼭 변해야 하는 법칙이 아니다.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아메바에서 어류와 양서류와 파충류와 포유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인간이 되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이론으로 착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숭이는 언제 인간이 되냐는 질문을 한다. 사실은 여기에서 진화론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있다.
퀴즈 하나. 지금 동물원의 침팬지와 저기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우리 인간은 누가 더 오랜 세월 동안 진화되었을까?
정답은 ‘모두 똑같다.’ 이다. 진화론에서는 지구 생명의 공통선조로부터 30억 년이 훨씬 넘는 진화의 역사 동안 다양한 생물종이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즉 현재의 모든 생물종 100%는 모두 똑같이 함께 진화했지 누가 하루라도 더 진화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원숭이도 금붕어도 대장균도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인간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진화론이다.
즉 진화론에서는 어떤 목표를 향해서 꼭 변해야 한다는 법칙이 없다. 다만 출발점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만일 변한다면 더 복잡하고 큰 생명체로 변할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은 기후나 지형, 다른 생물종들의 진화에 의한 먹고 먹히는 상호작용의 변화 등이 생기므로 거기에 맞춰 뭔가 바뀌는 진화가 상대적으로 많을 뿐이다.
만일 변해서 특별히 생존에 유리한 게 없다면 대부분의 생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진화론이다. 따라서 주위의 변화가 별로 없는 심해나 동굴 속 등에서는 특히 오랜 세월동안 별로 변하지 않는 생물이 있을 것이라는 게 진화론이고, 실제로 그렇다.
2. 살아있는 화석은 모양까지만 알 수 있다.
창조론자들은 살아있는 화석이 진화론을 무너뜨린다며 열심히 찾는다. 유럽에서 유명했던 이슬람 창조론자 Harun Yahya의 “Atlas of Creation” 이라는 양으로 밀어붙이는 3권짜리 황당한 창조론 선전책은 무려 1,397개 항목에서 화석을 다루면서 그 반 이상을 ‘중간화석이 없다’와 ‘살아있는 화석’으로 채웠다.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화석 사진과 현재생물 사진을 계속 늘어놓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정말로 지금까지 진화로 인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밝혀진 종은 몇 개일까?
정답은 ‘단 하나도 없다.’ 이다. 왜냐하면 화석은 겉모양만 보여주지 내부까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겉모양이 아무리 비슷해도 면역계 등의 다양한 생화학 시스템까지 전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는 확인할 수 없다. 변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생물은 비슷하게 보인다고 엉터리로 갖다 붙이기만 했지 실제로는 다양하게 진화했다. 예를 들어 바퀴벌레는 지금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4000종(한국 7종) 이상으로 진화된 상태이다. 실러캔스도 진화를 했다. 실러캔스(Coelacanth)는 실러캔스목(Coelacanthiformes)에 속하는 어류의 총칭이고, 그 밑에 9개의 과가 있고, 그 밑의 20여 개 속 중에서 지금까지 진화된 것은 Latimeria속의 2개 종에 불과하다.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들은 훨씬 더 다양하고 종류도 많고 지금 것들과 다르다는 얘기이다.
비전문가인 우리들이 보기에 참 비슷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착각하면 안 된다. 실러캔스의 세계는 훨씬 더 넓다. 아무튼 왜 극히 일부의 실러캔스 모습은 거의 비슷하게 남은 것처럼 보일까? 한 가지 이유는 현재의 실러캔스가 수심 150~700m 에 사는 ‘심해어’라는 점이다. 위의 1번에서 이미 ‘심해’에 대해서 논했다.
3. ‘살아있는 화석’이 신기한 이유는 나머지가 전부 ‘죽어있는 화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장 큰 문제인데 창조론자들이 철저하게 외면하는 부분이다. 창조론자들은 살아있는 화석을 왜 필사적으로 찾아야 할까? 왜 찾기 힘들까? 비유하자면, 화석의 99.999%가 ‘죽어있는 화석’이기 때문이다. 창조론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창조론을 모른다. 창조론은 모든 생물종(종류)이 창조되어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화석의 100%는 4000년 전의 노아의 홍수로 한꺼번에 생겼다.
여기에서 질문. 노아의 홍수로 몇 개의 생물종이 멸종되었을까?
성경을 읽지 않는 성경근본주의 창조론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다.’ 이다. 노아는 모든 생물종을 최소 한 쌍씩 방주에 태워서 멸종되지 않게 살렸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모르는 이상한 생물이 단 하나라도 화석으로 나온다면 창조론은 무너진다. 모든 종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석의 100%가 살아있는 화석으로 나와야 하는 게 창조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캄브리아기의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생물종과 공룡, 고대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이름 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왜 우리가 아는 금붕어와 코끼리, 기린 화석이 안 나오고 늘 새로운 신종 화석이 나와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는 뉴스가 나올까?
땅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양의 화석이 나왔고, 그게 옛날에 지구에 살던 고대 생물이었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창조론은 이미 무너진 것이다. 이건 무슨 신앙이나 믿음이나 인생관의 문제가 아니다. 살아있는 화석이 신기하다면서 떠들수록 그건 오히려 방대한 수의 죽어있는 화석을 강조하는 셈이고, 따라서 창조론을 무너뜨린다.
중세시대 까지 서양인들이 알던 창조론은 틀렸던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완벽하게 여겨졌던 천동설이 틀렸던 것처럼. 99.999%의 죽어있는 화석과 0.001%의 살아있는 화석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현재는 진화론밖에 없다. 미래에 더 많은 증거와 더 정확한 연구로 다른 이론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절대로 중세유럽인들의 구식 창조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나오는 동물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론? 혹시 창조론자들은 이런 이론을 바라는 것일까?
지금까지 살아있는 동물과 화석으로만 나오는 동물을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의 그림인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 트집(?)을 잡자면 당연히 공룡만 멸종된 동물이 아니고, 지금도 계속 새로 발견되는 ‘죽어있는 화석’을 고려했을 때 훨씬 더 큰 방주가 수없이 많이 침몰했어야 할 것이다.
화석에 대한 지식을 몰랐던 중세 유럽인들의 ‘소박한 창조론’을 만일 기독교를 앞세워서 계속 우긴다면, 이렇게 기독교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원문 : 버둥거리는 비엔나 소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