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접한 ‘개미와 베짱이 동화’는 베짱이처럼 자기 소신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놀면 굶어 죽고, 개미처럼 주어진 일에 대해 열심히 일만 하면 인정받고 성공한다는 교훈을 담았다. 그러나 요즘 같은 세대에 이 이야기가 적용될까?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에 20대는 18%만이 동의했고 50대는 30%가 동의했다. 이 수치로 알 수 있듯이 세대가 바뀔수록 개미처럼 일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일이 죽도록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노동의 고단함과 지루함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대다수 직장인이 항상 “집에 좀 가고 싶다.” “쉬고 싶다.” “푹 자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럼에도 억지로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나고 설령 일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이에 대처하는 유형은 대개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하기 싫은 일을 괴로워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보통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지만 현재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나 행동은 없다.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지레 겁먹게 만들거나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최대한 지양해야 하는 부류다.
둘째, 큰 불만 없이 기존의 방식대로 꾸역꾸역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존버형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위대하신 분들이다. 성실함을 무기로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셋째, 쉬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유형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일을 더 쉽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습관처럼 자신도 모르게 기존에 작성된 문서나 매뉴얼을 먼저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유형의 사람들은 항상 효율성을 고민한 후 최적의 방법을 찾은 후에 행동한다. 즉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시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셈이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일을 끝낸 후 남는 시간에 여유를 즐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기에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칫하면 볼 때마다 탱자탱자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업무는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해 주위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어떻게 하면 느긋하게 일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게을러지면 된다. 쉬는 시간을 늘리고 업무 시간을 줄이면 된다. 대신 무작정 쉬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에 집중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최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부하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 쉬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스타트업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직원들의 집중력 및 창의력 향상을 위해 회사 내 게임장, 탁구장, 볼링장 등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이런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본인의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동료들과 차를 한 잔 마시거나, 바깥 공기를 쐬고 온다거나, 잠시 눈을 붙인다거나 등의 방법을 활용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당장 당일 오후 6시까지 제출 마감인데 일이 하기 싫다는 이유로 그냥 놀아 버린다면 그건 무책임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놀기 전에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따졌을 때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가?
- 지금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을 때 해결방안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해결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 지금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 미리 해놓을 수 있는 일은 없는가?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이 늘 직면하는 문제다. 일하기는 싫지만 어릴 때부터 주입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놀면 도태된다’는 의식이 주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결국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쉬는 것도 아닌 상태로 계속 붙들고 있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의무가 되면 하기 싫어지는 것은 인간의 참을 수 없는 본능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고통을 안고 사는 개미보다 게으름 부리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